당권파워 ‘강력행사’ 이명박 ‘옥죄기’ 시동

2006-03-13     이금미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이명박 서울시장에 대한 공격이 예사롭지 않다. 이시장의 개인플레이를 지적하며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있다.아예 총구를 이시장쪽으로 돌리고 방아쇠를 당길 태세이다. 박대표 주변에서는 “이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박대표는 한나라당의 당권을 손아귀에 쥐고 있다. 실력행사에 나선다면 이시장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다. 실제로 박대표는 측근들에게 “이시장을 묶어라” 라고 긴급특명을 내렸다는 후문이다.“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한 박대표의 이시장 깨기가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이다.

이명박 당복귀 연착륙 ‘제동’

벌써부터 박 대표 주변에선 이 시장이 과연 중앙당에 연착륙할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방선거 직후 7월 중앙당으로 복귀할 이 시장의 통로를 박대표가 원천봉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아직까지 한나라당을 장악하고 있는 사람은 박 대표다. 당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대표최고위원직에 오른 박 대표는 이 시장의 ‘해변가’ 발언에 격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박 대표는 2002년 대선 직후 한나라당 대표로서 임기를 채운 유일한 인물이다. 그만큼 지지도도 높고 카리스마도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요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 시장의 중앙무대 복귀 이전에 당내에 칠해진 이명박 색채를 지우기 위한 작업이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이 시장은 지난 3일 기자들을 만나 “(한나라당 의원들이) 해변가에 놀러온 사람들 같다”, “이재오 원내대표가 아니었으면 아직까지 (한나라당은) 사학법 투쟁을 계속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박 대표를 겨냥해 직격탄을 날렸다.

이시장 발언에 표정 굳어져

기자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나온 말이지만 여과없이 전달돼 파문이 시작됐다. 이 말을 전해들은 박대표의 표정이 일순 굳어졌다는 게 박대표 측근들의 전언이다. 와전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었으나 박대표는 표정이 싸늘해졌다는 후문이다.더욱이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파문과 관련한 이 시장측 인사들의 발언도 박대표의 심기를 건드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시장측 인사들은 최연희 성추행과 관련해 “박 대표가 제식구 감싸기에 연연해 즉각 대응을 못해 파문이 확산됐다”고 박대표를 성토했다고 한다.당직에 기용된 인사들을 중심으로 체제구축에 나섰던 박 대표가 자신을 비롯해 신임 당직자들과 언론사와의 상견례장에서 벌어졌던 일에 대해 매섭게 몰아붙이지 못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따라서 박대표는 이 시장의 ‘해변가’ 발언도 ‘의도된 발언’이라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현재 박 대표가 이 시장을 향해 ‘칼을 빼들었다’는 분석이 압도적이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당내 유력 대권주자들 사이에서 오간 대화치곤 위험수위를 벗어났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지난 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려운 당을 희생 삼아 개인 플레이하는 사람이 있다”, “이것은 자기 자신만 아는 이기주의일 뿐 아니라 공인으로서 결코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다”라며 이 시장을 정면 공격했다. 박 대표는 이어 “4·15 총선 당시 당이 거의 없어질 뻔 했는데 국민에게 한번만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고 다니지 않았느냐. 국민이 용서해주지 않았다면 오늘의 우리가 있을 수 있겠느냐”면서 “뼈아프게 반성하며 기사회생한 당을 자기의 이익을 위해 폄하해서는 안 되며,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공천에도 깊숙이 관여할듯

박대표가 우선적으로 빼들 카드는 지방선거공천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 공천심사에서 막후 실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얘기다. 사실 논란은 있었지만 박대표는 그동안 크고 작은 선거공천과정에서 표시나게 관여하지 않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대표적인 반박인사로 통하는 남경필 의원은 지난해 10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박 대표가 공천에 관여하지 않아 문제”라고 지적했을 정도다. 그런데 박대표는 이시장의 곱지않은 언행에 발끈하면서 지방선거 공천심사과정에서 힘을 행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선의 전초전이라는 지방선거와 관련, 서울시장 영입에 있어 박 대표의 미온적인 태도에 이 시장이 불만을 품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 대표의 내놓을 다음 ‘카드’가 정치권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박 대표가 특정 서울시장 후보를 지원할 경우, 이 시장의 대선가도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행정자치부 감사 등도 이 시장을 압박하고 있는 시점에서, 차기 서울시장마저 여당에 뺏기거나 반이명박 인사가 당선된다면, 당장은 청계천 복원 등 이 시장의 치적이 폄하될 공산이 크다. 더 나아가 대선 후보 경선에서도 이 시장의 최대 보급기지인 서울시의 전폭적인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박 대표는 친이명박 인사인 박계동 의원의 서울시장 영입 발언에 대해서도 “서울시장 후보(영입) 문제와 관련해 합의된 적도 없는데 박 의원이 전혀 사실이 아닌 일을 마치 사실인 것 같이 이야기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떤 목적을 갖고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 시장측에서 한나라당에서 거론되는 서울시장 후보들 중 “누가 이 시장에 호의적인가”에 대한 검토가 끝났으며,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후보 물색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중앙당에 전해진 지 오래다. 박 대표의 의지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지방선거 직후 박근혜 체제의 견고함을 기대하는 박 대표측의 자신감도 심상치 않다. 사실상 크고 작은 선거 직후 3개월간 여론조사에서 고공행진을 지속했던 박 대표다. 선거 직후 박 대표의 대중적 인기는 박 대표의 당내 위상과 직결된다.

거물영입으로 이시장 ‘견제’시도

때문에 이참에 ‘서울시장 이명박’의 색깔도 지워버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제 3후보와의 연대를 통해 이 시장 견제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고건 영입론’이 그것이다. 지난 6일 서울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박진 의원이 고건 전총리를 만나 영입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 의원이 박 대표의 ‘밀사’라는 소문이 나기도 했다.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은 박 대표가 이 시장을 향해 직격탄을 날린 바로 그날의 일이라는 것. 사실, 고 전총리와 함께 대권주자 선호도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는 이 시장이 당내 인사임에도 고 전총리 영입 문제를 거론한다는 것은 이 시장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민감한 문제다.

게다가 여당에서 고 전총리를 영입하려는 의도와 관련, 차기 대통령감 여론조사에서 상위를 기록하고 있는 고 전총리에 대한 여권 대권주자들의 복잡한 계산 이면에는 차기 서울시장 탈환을 위한 계산도 서 있다는 게 정설이다. ‘안정성’이 트레이드 마크인 고 전총리의 경우 유력주자로 부상하고 있는 톡톡 튀는 이미지의 강금실 전법무부 장관과 그림이 잘 어울린다는 것. 게다가 고 전총리는 서울시장을 두 번이나 역임했다. 때문에 고 전총리가 박 대표의 러브콜에 선뜻 응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이 시장을 향해 우회적으로 견제구용으로는 금상첨화이다. 특히 12일 열린우리당의 정동영 의장과 고 건 전총리의 회동 일정과 이 시장의 ‘해변가 발언’이 있었던 민감한 시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박 의원의 행보엔 박 대표의 의중이 실려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이명박 돌출발언 ‘의도 있나’

이명박 서울시장의 ‘해변가’ 발언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의도’된 발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의 관심은 서울시장 당선 직후부터 ‘선심성’으로 시작해 ‘서울시 봉헌’ 등 논란거리를 제공했던 일련의 ‘돌출발언’들도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신중한 성격으로 참모들과의 대화에서도 말을 아낀다는 이 시장의 발언이 의도된 것이었다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논란을 빚었던 이 시장의 돌출발언을 모아봤다.

◇종교 관련-2005년 12월12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조계종 총무원장 같은 분도 나의 신앙생활에 대해 간섭하지 말라고 했다.”-2005년 9월12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최성규 목사)가 주최한 ‘청계천 복원 준공 감사예배’에서.“청계천 복원은 시장 개인이나 시정을 맡은 공직자들의 지혜나 능력을 통해 이뤄졌다고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보이지 않게 드려진 무릎 기도를 하나님께서 받으시고 이루신 것으로, 공사 과정 가운데 불편과 여러 어려움을 참아준 시민들과 완공을 위해 헌신해 준 서울시 공직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2005년 9월11일 연세중앙교회(담임목사 윤석전)에서 열린 기독교한국침례회(총회장 황인술 목사) 영적성장대회에서. “청계천을 복원한다고 했을 때 22만명 상인이 머리를 깎고 항의했는데 그들의 마음이 이명박을 믿어보자고 다잡은 놀라운 역사가 일어났다. 하나님이 해주신 것이기에 청계천 준공식을 할 때 먼저 목사님을 모시고 준공예배를 드리고 테이프를 끊었다.” -2004년 5월3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청년ㆍ학생 연합기도회’에 참석 ‘서울을 하나님께 드리는 봉헌서’를 올리며.“흐르는 역사 속에서 서울을 지켜주신 하나님의 사랑과 섭리하심에 감사와 영광을 돌리며,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거룩한 도시이며, 서울의 시민들은 하나님의 백성이며, 서울의 교회와 기독인들은 수도 서울을 지키는 영적 파수꾼임을 선포하며, 서울의 회복과 부흥을 꿈꾸고 기도하는 서울 기독 청년들의 마음과 정성을 담아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합니다.”-1996년 8월 한 방송에 출연해.“중이 떠난 다음에 모두 (사찰에) 몰려 들어가 중이 다시 못 오게 만들었다.” “(자신의 가족이) 가장 가운데 토막인 대웅전에 방을 만들어 살았다.”

◇고교 평준화-2003년 11월3일 고교 평준화 폐지에 대해.“부실 교육의 핵심은 교육을 책임진 사람들이 모두 시골 출신이라는 데 있다. 교육부총리는 대구 출신인데 시골 중학교 교사를 하다 대학교수하고 무슨 협회장 거쳐서 부총리까지 올라왔다. 이런 사람들은 서울의 교육 실정을 모른다.”◇국군정보사령부 이전 터-2002년 10월8일 취임 100일을 맞아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초동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 이전 터와 관련해.“서초동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 이전 터 5만5,000평을 모두 공원으로 만들겠다.”2002년 6월20일 당시 고건 서울시장은 “터 일부(약 3만평)를 녹지에서 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해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정보사 이전 부지에 대해 용도변경’ 협의서를 국방부와 체결했다.

◇역사 인식-2006년 1월27일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최근 일부 아시아 정치 지도자들은 과거 역사에 얽매여 국가 간의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아시아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2005년 4월5일 성동구 뚝섬 서울숲 공원에서 열린 ‘식목일 가족나무심기 행사’를 마친 뒤 노무현 대통령을 3류 정치인으로 비하한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에 대해.“4류, 5류의 망언이다.”-2005년 10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비교하며. “솔직히 노무현 대통령과 이회창 전총재를 놓고 인간적으로 누가 더 맘에 드냐하면 노무현이다. 이회창은 너무 안주하고, 또 두번의 대선을 치르는 동안 당에서 만들어준 공약을 써먹었지만 나는 서울시장 선거 때 당에서 만든 공약은 하나도 없었다.”

◇강금실 전법무부 장관-2006년 3월3일 몇몇 기자들과 식사자리에서. “강금실 전장관이 서울시장이 되면 서울시 공무원들은 좋아할 것이다. 강 전장관은 노는 것, 춤추는 것을 좋아하니까 공무원들은 매일 놀 수 있지 않겠냐. 이영애나 배용준 좋다고 해도 그 사람들 나오면 찍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