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6자회담 앞두고 빅딜설 모락모락
북핵폐기-체제보장 밀월여행 6자회담 변수
2009-09-22 윤지환 기자
북한의 잇따른 대미(對美) 유화공세로 6자회담 성사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 주변국들의 발이 빨라지고 있다. 아울러 미국이 북한과 은밀히 물밑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미국은 북한이 핵 폐기를 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체제를 보장해주기로 하는 내용으로 북한과 ‘빅딜’을 검토 중이라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지난 17일 보도했다. 중국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미국과 북한이 중간채널을 통해 양자 대화를 놓고 의견을 조율하자 이에 질세라 중국은 재빨리 국무위원을 북한에 보냈다. 북한은 6자회담의 복귀를 앞두고 체제유지와 경제지원 등에 대한 약속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미국과 중국이 북한을 6자회담으로 끌어내기 위해 어떤 선물을 북한에 안길지 주목된다.
아사히신문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북한은 미국의 대북경제제재 완전철회와 더불어 경제지원 약속을 원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이 조건을 수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북한의 지도부가 가장 중시하고 있는 것은 체제유지 보장이다. 미국과 중국은 그 대가로 북한에 모든 핵무기와 핵 관련 물자, 관련 시설의 외국 반출 금지 등 ‘검증 가능한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해 사실상 북한의 핵 폐기를 이끌어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내부의 의견은 둘로 갈리고 있다. 이 소식통은 “북한 지도부는 군부로 구성된 강경파와 당 간부로 구성된 온건파가 있다”며 “강경파는 궁극적으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이 체제를 보장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소식통은 “핵 보유국이 북한 군부의 궁극적 목표”라며 “군부는 한반도 비핵화를 명분으로 ‘핵폐기’를 주장하는 중국과 미국의 뜻에 따를 경우 경제시장 개방정책에 차질이 올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의 설명대로라면 북미 대화에서 핵보유국 인정 여부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지도부 체제유지 보장 안간힘
북한이 최우선 과제로 ‘체제유지에 대한 보장’을 내세우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 안에 모든 조건이 다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체제보장을 위해 ▲핵보유국 인정 ▲경제제재조치 해제 ▲경제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핵보유국 인정을 제외한 나머지 북한의 요구들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이나 중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경우 북한 군부와 결정적인 대목에서 의견이 엇갈리게 된다. 합의점을 도출할 가능성이 희박해 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미국이 북한을 움직이기 위해선 핵보유국 인정 또는 그에 준하는 다른 협상안을 북한에 제시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물밑작업을 통해 북한에 ‘빅딜’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들리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빅딜’을 위한 미국의 고민도 만만치 않다. 자국 내에서 북한과 ‘빅딜’이 성립될 경우 오바마 정부는 굴욕적인 대북정책에 대한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 공화당은 대북강경책을 지지하는 만큼 “심각한 북한의 인권침해와 독재 등을 외면했다”며 오바마를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
美, 北에 어떤 선물줄까
다중채널 등을 통해 북한과 양자대화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미국은 “대화가 잘 진행된다 해도 실제 양자대화가 이뤄지는 건 빨라야 10월 말 정도”라고 밝힌 바 있다.
미 행정부는 북핵 문제에서 오바마 정부가 변한 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북한이 핵을 완전폐기하지 않는다면 대화는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도 “변한 것은 북한이고 미국은 북한의 변화에 상응해 유연하게 대응할 뿐”이라며 여유를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북한을 달래기 위한 여러 카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최근 발간한 `북한: 경제 지렛대와 정책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기 위한 대북 경제적 인센티브로 수교, 무역협정 체결, 제재 완화, 국제금융기구 가입 허용, 에너지 및 식량 지원, 개성공단 제품에 대한 특혜 등 크게 6가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분석한 것으로 지난 16일 밝혀졌다. 북미 양자 대화가 성사되면 북한에 핵 폐기에 대한 대가를 어떤 식으로든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北美간의 ‘빅딜설’이 양자대화를 통해 어떻게 드러날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한편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지난 16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해 북한 2차 핵실험 이후 중단된 6자회담 등 북한 비핵화 협상이 재개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방북에는 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도 수행해 6자회담 재개 방안이 집중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