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민주당 승리, 한국정가 희비쌍곡선
한나라당 위기감, 민주당 고무
2009-09-08 기자
일본 민주당 총선의 1등 공신은 하토야마 유키오다. 차기 총리로 유력한 하토야마 민주당 대표의 정치 철학은 총선 기간 자주 거론한 ‘관료 정치 타파’와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 등으로 모아진다. 현재의 일본이 지역별 빈부격차가 극심해지는 등의 구조적인 문제에 빠진 것은 자민당 정권 54년을 지탱해온 관료주의 행정이 주요인으로 삼고 집권 시에는 정치주도로 정부 운영을 바꾸겠다는 방침을 피력해 왔다. 하토야마는 ‘관료들의 낙하산 취업’을 금지할 정도로 관료 정치에 대해 불신감이 높다. 지난 총선 승리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하토야마는 “정치의 역할은 사회적 약자에게 더 따뜻한 빛을 쬐게 해 주는 것”이라며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복을 추구하는 정치를 하는 것이 민주당의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서민관련 공약을 대거 내놓았다. 대표적인 것인 자녀수당 신설, 출산 장려금 인상, 공립고 무상교육, 사립고 수업료 지원, 실직자 지원금 지급 등이 대표적이다. 하토야마의 이런 친서민형 정치는 그동안 지민당의 부패정치, 금권정치, 관료주의 등 해묵은 폐해를 보아온 일본인들에게 신선한 변화였다.
무엇보다 그는 일본 반세기 지배해온 국회의원-관료-잇권단체로 이어지는 철의 부패 3각 동맹을 깨부수겠다는 구상이다. 그동안 정경유착과 관료들의 부정·부패 스캔들은 끊이질 않고 발생했기 때문이다.
일 보수정권 몰락, 한국정치에 미풍? 태풍?
하토야마가 이끄는 민주당이 54년간 일당 통치를 해온 자민당에 대승한 배경이다. 이처럼 일본 민주당의 압승은 이웃나라인 우리 정치권에도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에게는 ‘교훈’을 민주당에게 ‘희망’을 주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권 시절 지방선거(2006년)-대선(2007년)-총선(2008년)에서 대승하면서 승승장구를 해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중도 실용주의를 내세워 친서민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자민당이 겪었던 저출산-고령화 현상, 전세 대란, 실업률 상승, 지역 및 계층간 소득 격차 등 사회적 양극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또한 청와대 인사 및 개각에 고대-서울대 등 특정대학과 TK 인맥 등 특정 지역 출신들이 득세하면서 ‘인의 장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나라당내에서 지방권력, 의회권력, 대권까지 거머쥔 이후 민심과 얼마나 가까운 행보를 보였는지에 대해 반성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집권 10년 플랜을 기본으로 삼고 차기 대선에서 승리를 장담하는 것 같다”며 “자민당이 한순간에 무너지듯이 한나라당 역시 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2012년에 권력을 넘겨 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 일부 보수언론을 보면 일본의 민주당 승리를 노무현 정권에 비견하면서 배워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다. 보수 진영이 얼마나 안이하게 일본의 변화를 보고 있는 지 반증하고 있는 것”이라며 “한나라당 또한 안이한 사고에 빠져있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박근혜 전 대표가 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표의 경우 민주당 승리의 주역인 하토야마 대표의 생활 밀접형 행보를 눈여겨봐야 한다”며 “대통령의 딸, 당 대표 등 권위적인 이미지를 벗고 친서민적인 모습과 국가를 위해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