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문룡의 명리풍수

2006-11-21     공문룡 칼럼니스트
제 2 화 큐시트


방송에는 생(生)방송과 녹화(錄畵)방송이 있다. 완성도를 기준으로 한다면 녹화방송 쪽이 우세하지만 현장감이나 실시간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생방송 쪽이 훨씬 매력이 있다. 그 대신 생방송은 돌발사태에 취약하다는 부담이 따르는데 방송 도중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벌어지면 순간적으로 속수무책이 되는 수가 많다는 뜻이다. 언젠가 모 방송 음악프로그램에 출연한 출연자들이 불시에 옷을 벗어던지고 알몸으로 무대 위를 활보하는 바람에 제작진이 곤욕을 치렀던 사건이 좋은 예다. 만일 그 프로그램이 녹화방송이었다면 설령 녹화 현장에서 황당한 사태가 벌어졌더라도 편집이라는 여과장치가 있으므로 별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이 태어나 세상을 살아가는 과정도 생방송과 비슷하다. 우리 모두는 세상이라는 생방송 무대에 불려 나온 출연자의 입장이며 일단 무대에 등장한 다음에는 각자 알아서 자기가 취해야 할 행동요령을 깨우치고 분위기에 적응해가야 하는 것도 생방송과 비슷하다.
또 방송에는 ‘큐시트’가 있다. 큐시트는 프로그램의 진행순서를 적은 종이다. 모든 출연자는 방송을 시작하기 전에 큐시트를 숙지하여 언제쯤 카메라가 자신을 향하게 되는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발언을 하거나 처신해야 할 것인지 등등의 행동요령을 챙기게 된다. 마찬가지로 사람이 살아가는 데도 엄연히 큐시트가 있다. 사람마다 태어날 때 부여되는 사주팔자가 바로 자신의 인생을 망라하는 큐시트다. 그래서 사주팔자를 해석해 보면 그 사람의 삶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풀리게 될 것인지 또는 살아가면서 어떤 사람과 인연이 있으며 운세의 길흉은 언제 어떻게 작용하게 될 것인지 등등 삶의 전반적인 순서와 형태를 어림할 수 있다.
또 사주팔자를 통하여 운명(運命)의 향방을 어림할 수 있다면 그에 따른 대비책 또한 사전에 보다 확실하게 세울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어느 시기가 되면 운세가 하락하여 재물의 피해나 건강의 악화, 관재구설이 예상된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는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는 큰 차이가 난다. 길한 운세도 마찬가지다. 어느 시기가 되면 운세가 상승하여 재물운이 강하게 작용하거나 좋은 인연을 맺을 수 있는 기회가 도래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그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는 쪽과 대책없이 데면데면하게 길한 운세를 맞이하는 쪽은 누릴 수 있는 복(福)의 크기가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생방송이나 우리의 삶이 결코 NG를 허용되지 않는 상황이라는 면에 있어서는 그 맥락을 같이 한다. 만에 하나 방송 도중 실수를 하거나 방송의도에 맞지 않는 발언 또는 행동을 하면 곧바로 사방에 전파되면서 중대한 방송사고로 이어지듯이 우리가 살아가면서 저지르는 실수나 시행착오 역시 곧바로 자기 손실에 직결될 수밖에 없다.
방송이 시작되기 전에 큐시트를 숙지하는 것은 기본이다. 마찬가지로 자기 운명의 큐시트인 사주팔자를 숙지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크고 작은 실수나 중대한 시행착오에 전혀 대비하지 않는다는 뜻이며 더 나아가 함께 살아가는 배우자나 가족 또는 이웃에게 피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예행연습도 없고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단 한 번뿐인 인생을 큐시트 없이 우왕좌왕하며 살아낼 수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