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심대평, 반기문까지 ‘충청권 들썩들썩’
2012년 잠룡들의 충청대란 “반기문 뜬다”
2009-09-08 홍준철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화합보다는 정치적 실리를 택했다. 당초 DJ 서거이후 정치권의 화두인 ‘통합’에 힘을 싣는 모습이었지만 9.10 내각을 통해 드러난 것은 차기 대선구도에 더 신경을 쓴 모습이다. 개각관련 막판 호남 총리 기용설이 부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충청권 출신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임명함으로써 실리를 선택했다. 정 전 총장의 총리 임명은 ‘박근혜 견제카드’에다 충청권 민심잡기까지 여권 내 차기 대선 구도와 맞물려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대선 후보감으로 거론된만큼 민주당은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이에 2011년 대선 전해에 임기가 끝나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충청출신이라는 점에서 ‘해 볼 만 하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은 차기 대권에서 ‘캐스팅 보트’역할을 해오던 충청권이 대권 주자를 탄생시킬지에 벌써부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충남 공주 출신의 정운찬 카드는 이명박 정부로서 절묘한 카드였다. 총리 임명 배경으로 정치권에서는 이회창 자유선진당의 심대평 카드가 무산된 이후 충청도에서 재차 ‘핫바지론’이 확산되자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위한 목적이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충청도에서는 이 총재와 청와대간의 심대평 카드를 둘러싼 공방 자체가 미더운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정 전 총장의 총리 임명은 ‘홀대 받은 충청도’ 민심을 잡기위한 방책이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여권내 차기 대선 지형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나라당내에서 차기 대선 후보로 유력한 인사로는 박근혜 전 대표가 당연 1순위다. 그 뒤로 정몽준 최고위원,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잠룡으로 구분된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지지율에 비하면 아직 조족지혈이다.
충남 공주 출신 정운찬, 朴-昌 충청 3분지계
반면 정 전 총장은 민주당의 잠재적 대선후보로 거론된 인사다. 본인 역시 지난 대선에 출마할 뜻이 없지 않았다. 인물도 나쁘지 않다. 올해 63세인 정 전 총장은 차기 대선이 있는 2012년에는 66세다. 차기 대선에 출마의 뜻을 굽히질 않고 있는 이회창 총재의 나이가 75세라는 점에서 젊은 편이다.
화려한 이력 역시 누구와 비견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충남 공주 출신으로 경기고-서울대를 졸업한 엘리트다. 한국은행 행원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해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23대 서울대 총장, 한국경제학회 회장출신으로 학자 출신의 경제전문가다. 정치적 이력이 전혀 없다는 점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장 급한 인사는 이회창 총재다. ‘이순신 12척’을 재차 언급하면서 차기 대선 출마의 뜻을 간접적으로 밝힌 그다. 그동안 이 총재는 충남 예산을 정치적 고향으로 내세우며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전국정당을 꾀해왔다. 그러나 ‘행정복합도시 원안 통과’가 불투명해지고 총리 임명을 앞두고 심대평 전 충남지사와 정치적 이별 등으로 위기에 처했다.
심 전 지사 역시 마찬가지다. 지역구가 공주.연기인 심 전 지사인데 공교롭게도 정 전 총장이 공주 출신이다. 정 전 총장은 차기 대선 관련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심 전 지사에 비해 대중적인 인지도나 지지율에서 뒤떨어지지 않는다. 정 전 총장 카드로 이 총재와 심 전 지사 모두를 ‘물’ 먹인 셈이다.
박근혜 전 대표 또한 안심할 처지가 아니다. 미디어법 통과 이후 빠지고 있는 지지율은 차치하고라도 차기 대선에서 반드시 잡아야할 충청권 지분이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역대 대선에서 충청 민심은 ‘될 사람을 밀었다’는 점에서 정 전 총장이 차기 대선후보로 부상할 경우 박 전 대표의 충청 입지는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 전 총장의 총리임명은 여권내 대선 지형뿐만 아니라 야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민주당의 잠재적 후보였다는 점에서 차별화가 쉽지 않고 정치에 발을 담근 적이 없다는 점에서 민주당으로서는 대응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향후 있을 인사청문회에서 자유선진당에 비해 드러내놓고 아킬레스건을 밝히기도 힘든 배경이다.
하지만 민주당내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충청권 출신의 총리 발탁으로 정 전 총장이 차기 대선 주자로 급부상할 경우 나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바로 충북 음성 출신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염두에 둔 관측이다. 같은 충청도 출신에 ‘세계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반 총장이 민주당 후보가 될 경우 그 파괴력은 정 전 총장에 비해 약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 총장의 경우 올해 65세로 2012년에는 68세다. 충주 고등학교-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반 총장은 미국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 석사과정을 마친 엘리트중에 엘리트다. 또한 외무고시 출신으로 외교 전문가로 YS 시절 외무부 제1차관보를 지냈고 DJ 시절에는 대통령 비서실 외교안보수석비서관에 노무현 정부에서는 대통령비서실 외교보좌관,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낼 정도로 실력파다.
무엇보다 2006년 동양인으로서 처음으로 유엔사무총장이 된 이후 세계적인 인물로 부상했고 대선이 있는 2012년 전해에 임기가 끝난다는 점에서 차기 대선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될 수 있다. 특히 차기 유력한 대선후보가 없다시피한 민주당 후보로 나설 경우 한나라당 잠룡들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는 지적이다.
반기문, ‘세계의 대통령’에서 ‘대한민국 대통령’ 부상?
또한 한나라당내에서조차 ‘반기문 카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여야를 넘나드는 그의 이력에다 겸손함까지 알려진 인사이기 때문이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지난 5월 반 총장의 장남 결혼식에서 반 총장이 “거창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공직자로 적절치 않다”며 일체 축의금과 화환을 거절해 칭송을 받은 바 있다.
최근에 북극을 방문한 반 총장이 자신의 유엔 사무총장 수행에 잇따른 비판론이 제기되자 반박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도 화제거리다. 반 총장은 ‘카리스마가 부족하다’, ‘성과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일자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통해 “나도 나름의 카리스마와 리더십이 있다”고 적극 반박했다.
또한 그는 “특정 개인이나 국가의 이해가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추구하는 목표·가치에 맞지 않을 때 불평이 나올 수 있다.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국제사회가 나에 대해 상당히 좋게 평가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반 총장의 자신의 행보관련 이처럼 구체적으로 반박한 예는 흔치 않은 경우다.
이처럼 그동안 대선에서 충청권이 ‘캐스팅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 정 전 총장의 총리 임명으로 인해 충청권 대선주자들이 부상하고 있는 양상이다. 하지만 여야는 자당 충청권 예비 대선 후보에 대한 정치권의 ‘흠집내기’가 조기에 점화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반 총장은 ‘대권 도전설’보다는 사무총장 연임에 더 기대하는 모습이고 정 전 총장 또한 ‘대선 출마설’ 관련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청와대 정운찬 카드 충청민심 ‘기대반 우려반’
충남 공주출신 정운찬 ‘총리’ 지명소식에 대전을 비롯, 정가는 물론 각계에서 충청권 민심살피기에 분주하다.
정 내정자의 경우, 지난 대선에서 유력주자였던 동시에 민주당 후보로 강력하게 거론됐던 인물이다.
충청권에선 “한때 야권의 상징적 인물이었던 인사가 쉽게 여당행을 택할 수 있느냐”는 부정적 시각과 “어떻게 하든, 충청권 발전의 견인차가 되길 바란다”는 기대감이 교차되고 있다.
속내야 어찌되었든 청와대의 ‘탕평 인사’의 효과를 극대화시키려는 여당의 논평과 ‘전시용 효과’에 불과하다는 야권의 주장 또한 팽팽한 대립각을 세웠다.
문제는 정 총리 내정자가 충청권 숙원 사업과 관련 어떤 입장을 견지하느냐에 모아졌다. 특히, 세종시 건설을 둘러싼 여야의 현격한 ‘온도차’를 어떤 방식으로 합의점을 이끌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벌써부터 정 내정자가 ‘세종시 변경(축소) 추진’을 구상하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정 내정자와 당-청간 사전조율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충청민심은 MB정부가 정 총리 내정자를 지명하면서 발표한 ‘화합과 소통형 총리’에게 어디까지 힘을 실어줄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말 뿐인 충청권 총리보다는 충청권 이익과 발전에 부합되는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이다.
충청 민심의 향방은 아직 가름할 수 없다. 선진당 이회창 총재의 끊임없는 ‘충청권 지키기’ 발언과 심대평 전대표의 ‘신당 창당설’과 맞물려 있다.
정 내정자가 충청민심을 사로잡지 못할 경우 오히려 역풍이 일수 있다는 우려감마져 일각에선 흘러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정가에선 정 내정자의 향후 입지와 행보에 따른 충청권 민심 향배에 주목하고 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