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영 변호사 특별기고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의 방북, 한국은 어디로 갈 것인가?

2009-08-17     윤제영 변호사

부시·클린턴 남북 방문 배경, 美國의 한반도 전략

첫번째 관점은 지난 8월초 미국의 두 전직대통령이 한반도에 머물러 있었다는 점을 깊이 되새겨 보아야 한다.

지난 8월 4일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이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 자국민인 두 여기자를 석방시키기 위해 북한을 전격 방문하여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을 했던 거의 같은 시점인 8월 1일에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열린 전경련 국제경영원주최 2009 여름포럼에 참가해 한미동맹관계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는 특별강연에 이어 이명박 대통령과 약속했던 제주회동을 가졌다.

이처럼 각기 다른 일을 맡아 각자의 행보를 한 미국의 두 전직대통령의 방한을 별개의 사안으로 처리하여 평범한 일상으로 여길 수도 있지만, 이 두 사람이 미국을 대표했던 전직대통령이라는 무게감을 감안하면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결코 작지 않은 일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형국은 두 전직대통령이 서로 역할을 나누어서 어떤 모종의 일(즉, 미국 국익을 위한 초당적 접근)을 수행한다는 의미일 뿐 아니라,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강한 관심과 힘을 실어주는 형국으로서의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결코 작지 않은 미국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 미국의 이러한 행보는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북핵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문제해결에 있어서 미국의 의중이 우선적으로 한국에 있고 한국은 그만한 가치를 가진 국가라는 것을 사전에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국정부당국으로서는 향후 정세를 대비함에 있어서 미국이 보내는 이러한 이면의 메시지를 염두에 두고, 면밀한 입체적 분석이 필요하다.

두 번째 관점은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의 방북을 통한 두 여기자 석방에 관련된 힘의 역학구도에 관한 것이다.

일반대중들이 느끼는 것과 달리,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의 ‘여기자 구출’은 1인 드라마가 아니다.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의 방북과 20시간의 북한채류는 일반인들에게는 전격적인 사건으로 보이지만, 관련당사국 고위층에서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외교카드의 하나로서 어느 정도 정보교환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진행된 일이었다.

이러한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의 방북성과 이면의 역학구도는 허브 1인, 핵심 3인, 배후 3인의 구조임을 파악해야 한다. 즉, 결코 작지 않는 무게감을 가지고 있는 허브 1인은 동북아 허브인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이며, 핵심 3인(1인은 부부)은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북한방문을 기획하고 실천에 옮긴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부부, 그리고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다. 그리고 이러한 핵심 3인의 뒤에는 배후 3인으로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 러시아의 푸틴 총리, 그리고 일본의 아소다로 총리가 위치해 있다.

따라서 이러한 힘의 역학구도를 만들어 내고 있는 각각의 주체들이 어떤 성향과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일은 앞으로 전개될 한반도정세 예측에 매우 중요하다.

먼저 허브 1인인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와 실용, 그리고 통합이라는 시대정신에 입각한 세계사적 흐름 속에서 창조적 실용주의의 기치아래 경제대통령으로서 자리매김을 하고 있으나, 북핵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불안으로 인하여 야기된 장애들을 합리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당면한 과제를 안고 있다.


MB, 남북관계 발전적 공생관계 전환 필요

이 시점에 이명박 대통령은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만들어진 사회적 분위기를 활용하여 그 흐름과 여론의 동향을 타고 희망적, 긍정적인 관점에서 현재의 어려운 남북관계의 국면을 해소하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즉, 그간 긴장이 고조된 남북관계를 대화와 협력을 통한 발전적 공생관계로 전환시켜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국가관에 따른 역사관, 민족관, 통일관을 엿볼 수 있게 되고, 이것이 대통령으로서의 진정성을 형성하게 되어 향후 강력한 정치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핵심3인중 1인인 오바마 현 미국대통령. 하버드법대 출신의 변호사답게 판관적 입장을 가진 중도보수의 실용주의자이다. 지금까지 미국은 한반도의 북핵문제를 비롯한 세계적인 이슈에 대해 주도적 영향력과 최종 결정권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작년 10월 세계적인 금융경제 위기상황을 겪으면서 이러한 형국에 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 정권을 창출한 오바마 정부는 세계적 이슈들에 대해서 일방통행식의 기존방식대신에 미국의 영향력과 최종 결정력은 그대로 가져가지만 지원비용은 현저히 줄일 수 있는 미국 주도의 다자협력과 관계된 당사국과 주변 참여국들 간의 다자지원시스템이라는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취하려고 하는 양면적 효율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오바마 정부의 판관적 입장의 중도 보수적 실용성은 이번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의 방북과 부시 전 미국대통령의 방한이라는 구도 속에서 극명하게 들어난다.

이것은 한미동맹이라는 현실적 가치는 확고히 하면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억류된 자국민인 두 여기자의 인도적 석방을 성사시켜 오바마 정부의 대표적 상징성을 살리면서,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일관된 정책기조를 유지한다는 일석삼조의 과실을 취하는 효율성 높은 고도의 정치적 전략으로 보여진다.

그리고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예일대법대 출신의 변호사이기는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과 달리 판관적 입장보다 중도 진보성을 지닌 대중적 이미지가 강한 협상가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에게 있어서 이번의 두 여기자 석방과 관련한 일련의 행보는 국내외에 잊혀 가고 있던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부인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입지를 국내외에 각인시키고자 하는 개인적인 의도와 동시에 미국발 국제금융경제위기를 통해서 세계인들의 지탄을 받고 있는 미국이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도주의적 행보를 함으로써 미국의 국가적 가치하락을 희석시키는 한편 자국민들에게 애국심과 자긍심을 가지게 함으로써 어려운 국내경제상황을 극복할 수 있게 하는 국가적 목적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결국 클린턴 부부의 이러한 행보 속에는 고도의 정치적 이해득실과 함께 힐러리 클린턴 장관과 대치점에서 경쟁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 측근들의 정치적 힘과 영향력, 그리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일정 이상 성장하는 것을 견제하려는 정적에 대항하여 힐러리 클린턴 장관의 입지와 영향력을 배가시키려 하는 세력의 미묘한 힘의 각축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미국의 형국 속에서 핵심 3인 중에 마지막 인물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외유내강의 치밀한 공격형 전략가다.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자신의 악화된 건강문제와 국제 금융경제 위기에 따라 급변하는 동북아정세, 경제위기 속에서 예전과 달리 급부상하고 있는 한국의 국가적 위상과 국방력, 이에 반해 낙후되고 추락일로를 걷는 북한의 국가적 위상, 후계자로 지정하기에 아직 나이가 어린 자식들, 그리고 이미 자본주의적 물욕에 길들여져 예전과 달리 사적 이익을 챙기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북한수뇌부들의 욕심과 이를 통해 만들어지고 있는 심각한 내부분열상, 또한 높아진 인민들의 의식과 이에 따른 쿠데타 가능성의 고조 등 국내외적으로 첩첩산중의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현재 많은 심적인 불안, 초조, 그리고 조급증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극단에 밀려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번 기회를 통해 이러한 현실적 상황을 잠재시키고 겉으로 북한의 가치를 크게 포장시켜서 북미간 통큰 쌍방향협상을 추진하고자 하나 그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판관적 입장의 중도 보수적 성향에 의해서 형성되고 있는 미국주도의 다자협력과 이에 따른 다자지원시스템이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적 효율성을 잘 읽지 못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과거 속에 얽매여 이미 미국이 북한의 내외의 상황을 익히 간파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볍게 생각하면서, 과거 1차 북핵실험 때 카터 전 미국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의 협상사례를 거울삼아 판단하려고 한다. 이는 시대정신과 국제적 흐름을 잘못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엄청난 오판을 하고 있는 것이다.


후진타오 中주석, 국익우선 실용외교

배후 3인 중에 한 사람인 후진타오 중국주석은 사회주의적 보수성과 진보적 전략성이라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고, 중화주의 실현을 위한 국익우선의 실용성을 지향하는 인물로서 북핵문제를 비롯한 한반도의 포괄적인 문제에 대해 중국이 미국에 대한 한반도 완충력과 적절한 지분을 통한 영향력이 어느 정도 확보된다면 다소 유연한 자세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것은 북한가치에 대한 중국의 입장변화를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입장을 어느 정도 간파하고 있는 북한은 중국에 대해 예전과 같은 혈맹적 관계가 변질되었다고 여기기 때문에 핵무장을 통해서라도 자립적 독자성을 확보하려고 하는 것이다.

현재 중국은 이데올로기를 공유한 과거의 동맹국과의 협력관계보다 국제금융위기를 통해 중화주의의 토대를 세워 세계속에 중국의 힘과 가치를 구현하는 일이 가장 시급한 국가과제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지금이 절호의 기회로, 동북아에서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 제일의 강대국으로서 자리매김해서 앞으로 도래할 아시아시대를 준비하고 대비하려 하기 때문에 중국이 보는 북한의 가치는 과거에 비해 많은 차이를 가져다 줄 수밖에 없다.


푸틴 총리, 자국우월 지향 중도보수적 전략가

또한 배후 3인중에 두 번째인 푸틴 러시아 총리는 자국우월을 지향하는 중도 보수적 전략가로서 러시아가 한반도를 비롯한 세계적인 영향력이 감소되고 있는 것에 불쾌감과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푸틴 총리는 전략적 관점에서 어차피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다면 역으로 한반도에 대한 공생관계를 강화시켜 그 틈새에서 자국의 이익을 최대화시키고 미국에 대한 한반도의 완충력과 지분적 영향력을 확대시키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푸틴 총리의 판단에 의해서 러시아는 한반도의 중심으로 보이는 한국과 우호협력관계를 지향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국가적 위상과 국력이 크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를 위한 하나의 포

이러한 현재의 형국상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미국이 주장하는 완전한 핵무기의 제거를 실행하지 않는 한 미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이 극히 제한적이다.

따라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초조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그럴수록 한국에 대한 의존도가 심리적으로 클 수밖에 없지만 북한군부와 자신의 자존심 때문에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는 현재의 대치점을 해소 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대로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석적 행보로서 러시아는 자원 등 한국의 대러시아 희소가치성이 크면 클수록 역으로 러시아에 대한 한국의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환경적 여건을 형성하고자 한다.


아소 日총리, 일본 제국주의화 의지

마지막으로 배후 3인 중에 세 번째인 아소 다로 일본 총리는 실용주의적 전략가이지만 내심 일본을 다시 제국주의화 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그는 한반도의 북핵문제 해결과정에 일본인 납치문제 등을 연계시켜 외교적 우월감을 형성해서 일본의 힘과 영향력, 그리고 국가적 존재감을 대내외에 각인시켜 늙은 국가, 늙은 사회라고 평가받고 있는 일본의 이미지 변화를 시도하고, 어려운 국내정치적 상황을 해소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번에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의 방북으로 북미 직접대화 분위기가 흐르면서 일본 소외라는 국내적 반발을 걱정해야 하는 힘겨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본 국내의 작금의 상황은 미국에 할 말은 해야 하고 적극적인 동북아외교를 통해서 일본의 힘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민주당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흘러가 자민당은 총체적으로 난처한 형국에 빠져들고 있다.

결론적으로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의 방북에 따른 국내외의 정치적 역학구도를 봤을 때, 북한의 책임 있는 행동과 그에 따른 신뢰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클린턴의 방북이 북한의 의도대로 진행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여진다.


MB정부, 통합적 사고로 북핵
문제 선도 외교정책 필요

여기에서 한국 역할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크게 대두된다.

이는 이미 미국은 중도 보수적 실용주의에 입각한 미국주도의 다자협력과 다자지원시스템을 지향하는 것으로 입장이 변화했지만, 이러한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는 북한은 미국에 대해 과거처럼 독자적 지원시스템에 근거한 북미회담을 희망함으로써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상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과거 북한과 혈명관계의 중국이나 러시아도 자국의 국익을 우선할 수밖에 없는 국제금융경제위기 이후에는 한국의 가치에 비해 그 가치가 크게 약화된 북한에 대해 예전 같은 관계를 지속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이 이러한 북한의 살길을 열어주지 않으면 예측 불가능한 북한수뇌부는 극단적 대결구도 속에서 자신들만의 살길을 찾으려 할 것이기 때문에 한반도는 예상 밖의 위기상황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북한의 체면을 적절하게 세워주면서 상호 발전적 공생관계를 지향하고 북한을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생명력 있는 개체로 인식해서 입체적이고 통합적인 사고에 의해 통시적 관점으로 접근한다면 긍정적 결과를 보게 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창조적 실용주의의 가치가 그 생명력을 발휘할 때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