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 논란 속 뜨는 추미애 서울 시장 도전?
뚝심 지키며 이미지 상승
2009-07-07 인상준 기자
비정규직법 유예안을 두고 여야의 첨예한 대립 속에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은 추 위원장이다.
추 위원장은 노동계가 참여하는 5인 연석회의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무의미하다며 여당의 조건부 유예안을 거절했다.
추 위원장의 이 같은 입장표명에 여당은 기습상정을 강행했다. 한나라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이 의사봉을 들고 법안을 상정한 것이다. 그러나 야당은 헌정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이라며 무효를 주장했다. 추 위원장은 거침없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추 위원장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헌정사에 X칠하는 것”이라며 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추다르크라는 별칭에 걸맞게 거침없는 행보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추 위원장이 비정규직법을 통해 확실한 이미지를 보여줬다. 약자를 위해 끝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는 모습은 노동계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도 “추 위원장이 원칙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줘 당으로서도 이슈를 선점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개인적으로도 약자를 대변하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소기의 성과도 달성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추 위원장의 이번 평가는 지난 입법 전쟁 때의 소극적인 태도에서 완전히 변신한 모습이다.
당 안팎에서는 추 위원장의 소극적인 행동에 대해 “중진의원으로서 자기 역할을 다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존재감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는 말까지 나왔었다.
하지만 이번 비정규직법을 계기로 이를 불식시키면서 확실한 야당 중진의원으로서의 면모를 갖췄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이와는 반대의 의견도 있다. 너무 독단적인 행보를 보인다는 것이다. 일부 당내 의견으로도 구 민주계인 추 위원장이 예전부터 보여준 당 지도부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한꺼번에 표출된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추 위원장은 지도부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예전부터 지도부에 대한 불신이 존재했다. 추 위원장은 구민주계로 지도부에 불만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며 지도부를 무시한 태도라는 것이다.
실제 민주당내 중립성향 의원들은 추 위원장이 너무 앞서간 것 아니냐는 불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진 의원 관계자는 “추 위원장이 너무 독단적인 판단을 했다. 정치라는 게 협상과 대화를 통해 논의를 하는 것인데 이를 너무 무시한 경향이 있다. 당 지도부와 대화를 통해 논의를 할 소지가 충분했는데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처리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협상 마지막 날인 지난 6월 30일 첨예한 대립을 계속하던 여야는 자유선진당 권선택 의원의 중재로 협상의 여지를 남겨 놨다. 그러나 추 위원장은 “정치는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노동계의 합의가 없는 한 상정은 할 수 없다”고 말해 여야 협상의 폭을 좁게 만들고 말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추 위원장이 개인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나친 소신정치가 되레 역풍을 맞은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비난의 목소리 높아
여당의 분위기는 더욱 험악하다. 추 위원장이 차기 서울시장을 노리는 만큼 자신의 이미지를 높이려고 일부러 독단적인 결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추 위원장이 여, 야의 마지막 협상마저도 결렬 시키면서까지 자기 정치만을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출마하기 위해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게 아니냐는 비난도 들린다”며 추 위원장의 행동이 의도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비쳤다.
추 위원장은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차기 서울시장 민주당 후보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특히 거론되고 있는 여성 인사들 중 유일한 현역 의원이라는 점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여당의 거센 항의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추 위원장의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자칫 독불장군으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치권의 정통한 소식통은 “물론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하지만 정치는 설득하고 대화하며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민들이 정치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는 이유도 매번 대립하고 싸우는 모습 때문”이라고 말했다.
추 위원장은 비정규직법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에 상당한 변신을 한 것은 사실이다. 과연 이런 변화의 모습이 추후 그의 정치 활동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집중된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