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쓰는 물건

2009-12-01      기자
어느 학식 높은 교수의 부인이 그만 바람이 나고 말았다. 나이 오십이 되도록 곧게 살아온 교수는 사무치는 낭패감과 배신감을 감내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사람이 살다보면 이런 황당한 일도 있으려니 생각하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런데 정녕 견딜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그건 다름아닌 불륜을 저지른 부인의 상대였다.

그는 가끔씩 골목을 지나면서 “고물 삽니다. 안 쓰는 냄비나 헌 솥 거둡니다…”라고 외치던 고물 장수 였던 것이다.

교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부인에게 다그쳐 물었다.

“왜 하필 고물 장수였소?”

“매일 지나다니며 안 쓰는 물건 있으면 내놓으라는데, 어떻게 계속 모르는 척 할 수가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