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에게로 ‘통한다’

2006-04-18      
한나라당의 공천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정가의 시선은 국회의원의 부인에게로 쏠리고 있다. 이번 공천비리 파문으로 정치생명에 심각한 상처를 입은 김덕룡·박성범 의원의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 부인이 깊숙이 개입돼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에 따르면, 박 의원은 지난 1월쯤 부인 신씨가 전중구청장 부인의 인척인 장모(여)씨로부터 21만달러(약 2억1,000만원)를 전달받고 이에 앞서 지난해 말 200만원대의 고급 양주 루이 13세, 모피코트, 명품핸드백 등 1,500만원 상당의 선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의원 부인의 경우, 서울시의원인 한모씨의 부인 전모씨로부터 4억4,000만원의 공천 헌금을 2월과 3월 수 차례에 걸쳐 현금으로 나눠 받았다고 한다. 부인들이 남편과 공천을 바라는 예비정치인들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셈이나 마찬가지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국회의원 부인들의 위상이 남편에 버금간다”는 말도 나온다. 게다가 이번 파문으로 부인들이 검찰에 출두하는 모습까지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김의원과 박 의원, 그리고 부인들에게 출국금지가 내려진 상태다. 정치권의 관심 대상은 박 의원의 부인 신은경씨다.

신씨는 80년대 여성 앵커로 얼굴이 알려진 전직 언론인이다. 그렇다면 국회의원 부인들은 국회의원에게 어떤 존재일까. 국회의원들은 부인에 대해 ‘정치적 동반자’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지역 행사는 물론 정당 및 정부행사에 남편과 함께 동참하고, 총선 때마다 남편의 옆에서 하루 종일 발품을 파는 일도 마다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남편의 친소관계에 따라 동료 국회의원들의 부인들과 친목모임도 갖는다. 남편이 중진급이거나 대권주자라고 한다면 모임에서 ‘리더’로서의 역할도 수행한다.

박 의원의 부인 신씨의 검찰 출두가 정치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5대 총선 당시 박 의원은 민주당의 거물급 정치인인 정대철 후보를 꺾고 당당히 원내에 입성한 저력을 보여줬다. KBS 앵커 출신인 신씨는 대중성을 바탕으로 박 의원 당선의 1등 공신으로 평가됐다. 아줌마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해 매일 목욕탕에서 때를 밀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얼굴이 알려진 유명인사였기에 세간에 잘 알려진 일화일 뿐이다. 바쁘게 의정활동중인 남편을 대신해 평소 지역구 관리를 도맡아 하는 부인들도 상당수 존재한다는 게 정가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특히 부인이 온화한 인상이라면 남편의 이미지 상승에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 때문에 남편이 사망하거나 선거법 위반 및 정치자금 등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경우 ‘부인 출마설’은 단골메뉴로 등장한다. 역대 총선에서 부인이 출마한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부인의 적극적인 활동이 항상 긍정적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이번 공천비리 파문 외에 불법 선거자금을 건넨 혐의로 부인이 검찰의 수사를 받는 사건이 종종 있었다. 수사 결과에 따라 남편의 정치생명이 회복할 수 없는 위기에 직면한 경우도 있다.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