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서관 앞 131명 참전 용사들, “마지막 한 분까지 기억하겠습니다”

70년 전 지불 완료된 참전 용사의 사진 값

2021-06-09     김혜진 기자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서울시는 시청 앞 서울도서관 정면 외벽 게시판인 꿈새김판에 6·25 전쟁 참전 생존자들의 사진과 함께 ‘마지막 한 분까지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이번 기획을 준비한 라미 현(현효제) 사진작가는 “더 늦기 전에 더 많은 참전 용사들을 기록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6·25 참전 용사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그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마련됐다. 라미 현 작가가 2016년부터 찍어온 생존 참전 용사들 중 131명의 흑백 사진과 문구가 함께 전시됐다.

라미 현 작가는 “서울 시내를 지나갈 때 꿈새김판을 많이 봤다. 국군 및 유엔군 참전 용사들의 사진을 꿈새김판에 걸어 그분들을 기억하는 일에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이번 기획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도서관 앞을 지나던 직장인 A씨는 “미처 생각도 못하고 그냥 흘러 보낼 수 있는 달이지만 도서관 앞에 걸려 있는 사진들을 보며 그동안 잊혀졌던 참전 용사들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에 전하는 6.25 전쟁의 기록

현 작가는 2017년부터 ‘프로젝트 솔저(Project Soldier)’ 전시를 진행하는 동안 전국 각지를 비롯해 미국과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을 돌며 현재까지 군인 4000여 명, 참전 용사 1400여 명의 사진을 찍어왔다. 

그는 최근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2016년 군복 사진전에서 우연히 미국 해병대 출신 6·25 참전 용사인 살바토르 스칼라토를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는 한국전 참전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랐다”며 “왜 타국 전쟁에 자부심이 있을까 하는 호기심을 계기로 프로젝트 솔저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외 참전 용사들을 만나 사진을 찍고 액자를 전달할 때마다 값을 물어보시는데 그럴 때마다 ‘이미 70년 전에 다 지불했다’고 대답한다”며 “한 참전 용사께서 ‘너희가 빚진 것 하나도 없다, 우리가 참전한 이유는 자유가 없거나 빼앗긴 사람들에게 이를 찾아주고 지키게 하기 위함이다’라고 했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끝으로 현 작가는 “2023년까지 전쟁 참전국을 돌며 참전 용사 등을 촬영하고 전시회를 열 계획”이라며 “젊은 세대들에게 6·25 전쟁에 대해 정확히 알리고 교육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