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급차 기사, 이송 중 장애인 성추행… “응급 환자 대상 범죄 만연”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울산에서 사설 구급 이송업체 기사가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이송한 장애인을 성추행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이송업체 기사들의 크고 작은 비위 행위는 꾸준히 지적돼왔다. 이는 돈을 목적으로 불법적 운영 방식을 고수하는 이송업체들이 의료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을 채용해 단기간 교육 후 기사로 투입시키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환자의 생명을 책임지는 사설 구급 차량의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8일 울산시와 해당 지역의 한 장애인 단체 등에 따르면 발달장애 여성 A씨는 지난달 중순 코로나19 확진자의 접촉자로 분류돼 검사를 받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신을 이송한 민간 구급 이송업체 기사 B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울산시로부터 업무를 수탁한 해당 이송업체 기사 B씨는 피해 장애 여성을 성추행한 뒤 업무차 알게 된 연락처로 전화해 재차 성추행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장애인 단체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송업체 기사 B씨는 구급차 안에서 A씨에게 성적인 말을 건네고 신체 접촉을 하는 등 추행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사건은 A씨가 자가 격리 해제 뒤 평소 일하던 장애인 보호 작업장 관계자에게 알리면서 경찰 수사로 이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B씨를 입건해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환자를 상대로 한 이 같은 범죄가 지속 발생하는 이유는 자금난을 겪는 사설 구급 이송업체들의 불법적 운영 방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송업체를 설립하는 데는 특별한 자격 조건이 필요하지 않아 일정 자금만 있으면 운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적자가 나는 구조 탓에 ‘구급차 관리·운용지침’을 지키면서 운영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
경기도의 한 사설 구급 이송업체 김모 대표는 일요서울에 “1급 응급구조사로 일하다가 15년 만에 직접 업체를 운영하게 됐지만 직접 해보니 적자가 나는 구조라 운영이 쉽지 않다”며 “합법적으로 운영하는 게 어려운 업체들은 암암리에 불법적인 방식을 고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불법적 운영 방식을 고수하는 이송업체들은 의료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을 채용해 몇 개월간 교육시키고 2급 응급구조사 자격을 취득하도록 한 후 바로 기사로 투입시킨다”며 “단순히 응급 환자를 이송하는 직업이 아닌 현장에서 또는 병원으로 이송 중 환자의 생명을 지키고 처치하는 일이지만 전문적인 의료 지식을 갖추지 않은 채 운영하는 곳도 만연하다”고 말했다.
1급 응급구조사 이모씨는 “이송단 기사들이 응급 환자를 대상으로 한 폭력, 성폭력, 폭언 등의 피해를 입히는 경우도 많이 봤다”며 “심지어 응급 처치에 사용되는 소모품이 비싸다며 사용을 못하게 하거나 차량 내 흡연, 환자 없이도 사이렌을 켜고 운전하는 등의 범법 행위를 저지르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씨는 “응급 환자의 응급 처지를 위해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취득한 1급 응급구조사들 사이에서는 사설 구급 이송업체에 취업하는 것을 기피할 정도로 이 같은 만행이 널리 알려져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