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팩트체크]친문 ‘원팀 전략’ 이재명 對 반이재명 전선, 최후 승자는
與 ‘빅3’ 체제 균열 기류 감지...‘합종연횡’ 주역에 쏠리는 관심
- 연고지·지지층 겹치는 이낙연·정세균 ‘단일화’ 가능성 무게추
- 경선연기론 희석, 김경수 낙마까지 변수 사라져 이재명 날개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흔히 대선 정국에 접어들면 정가에서는 종종 ‘합종연횡의 미학’이라는 관용구가 입버릇처럼 돌곤 한다. 3.9 대선을 앞두고 친문(親文) 적통 후보를 전면에 내세우기 위한 민주당 주류 세력의 최근 행보가 이에 부합하는 사례다. 여권 대선주자 경쟁에서 이재명 경기지사 ‘1강 체제’가 지속되면서, 이를 저지하기 위한 ‘반(反)이재명 연대론’이 점화되고 있는 것. 유력 잠룡으로 분류됐던 친문 김경수 경남지사도 부임 초부터 ‘드루킹 사건’ 재판으로 발목이 잡혀 대권 가담에 제동이 걸려 출마 변수가 사라지면서, 이 지사의 대권가도에 거침이 없다. 친문‧친노계의 반전 승부수로 제시된 ‘대선 경선 연기론’도 진영 분화에 부담을 느낀 친문 세력이 이 지사 측 반발에 주춤하는 사이 유야무야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이 지사의 후미를 바짝 쫓고 있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합종연횡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여권 대선 후보군이 기존 ‘빅3’에서 김두관 의원, 이광재 의원, 박용진 의원, 양승조 충남지사 등 후발주자들의 대거 합류로 흐름이 전환되고 있다. 특히, 당내 경선을 앞두고 ‘반이재명 원팀’ 기류가 감지된다.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지사의 ‘판 굳히기’ 전략과 차상위 주자들의 ‘연합세력 구축’ 전략이 충돌하며 향후 여권 경쟁구도는 역동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김두관, 이광재 등 후속 참여로 커진 與 불펜...‘연합’ 물밑 작업 가시화
민주당 빅3로 지명된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3자 간 경쟁 구도에서는 이 지사의 원톱 체제가 고착화된 상황이다.
그러나 이들 빅3가 대선 출마 선언을 미루는 사이 이광재 의원이 지난 27일 출사표를 던졌다. 이 의원은 ‘좌희정‧우광재’로 불리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활약했고, 친노(親盧)계 핵심 인사로 분류된다. 여권에서 박용진 의원, 양승조 충남지사에 이은 세 번째 대선 출마 공식화로, 기존 이재명 1강 체제에 균열을 가져올 만한 파급력을 지녔다는 평가다.
앞서 김두관 의원도 대권 출마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김 의원은 정 전 총리와 지난 6일 오찬 자리에서 경선연기론 등에 일정 부분 공감을 나누기도 했다.
이에 정치권에선 경선에 근접할수록 후보들 간 연대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이광재 의원의 출마 선언이 하나의 기폭제가 되어 지금의 빅3 경쟁구도에 균열이 생길 것”이라며 “경선일이 다가오는 현 시점에서 친문‧친노계는 독주하고 있는 이재명 지사를 견제할 묘책으로 대연합 구도가 거론된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현재 당대표 경선에서부터 흥행을 이루고 있는 야당과 달리 우리당은 빅3 구도가 굳어져 드라마틱한 요소가 없다”며 “이재명 지사가 캐치프레이즈인 ‘기본 시리즈’까지 쉬쉬하며 수성전을 펴고 있어, 다른 후보군에서는 이를 격파할 전략으로 연대론이 최선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명의 독주...‘종로‧호남‧총리’ 교집합 둔 ‘丁‧李 연대’에 무게추
뉴스핌 의뢰로 코리아정보리서치가 지난 24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지사는 지지율 27.5%로 여전히 여권 1위를 점하고 있다. 뒤이어 이낙연 전 대표(9%), 이광재 의원(1.6%), 정세균 전 총리(1.4%),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1.4%), 양승조 충남지사(0.7%) 등으로 압도적 지지율 격차를 보였다. 해당 여론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7명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3.1%p다. 기타 세부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지사가 경선 레이스를 압도하는 가운데, 당내 경선 시계가 빨라지면서 빅3 최대 라이벌인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의 연대론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이들 모두 호남 출신에 문 정부 국무총리를 지냈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여기에 서울 종로 사무실을 주고받을 정도로 지역 기반이 중첩되는 부분도 있다. 이런 ‘정‧이 연대’가 구축될 경우 ‘반이재명 원팀’ 기조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전망이다.
이낙연 캠프 핵심 관계자는 본지 취재에서 “전략적 선택지로 이 지사를 지지하는 당내 기류도 있지만, 그럼에도 비문(非文)인 이 지사를 극구 반대하는 친문계 세력이 여전히 강건하다”며 “경선이 본격화되면 당내에서 자연스럽게 연합을 위한 물밑 작업이 시작될 것”이라고 후보 단일화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이 지사의 수성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5월에만 그를 지지하는 포럼이 2개나 출범했다. 지난 13일 친노‧이재명계 정계 인사 1만5000여 명이 참여한 ‘민주평화광장’이 출범한 데 이어, 20일에는 이재명계 현역 의원이 주축인 ‘성장과 공정 포럼’까지 등장했다. 오는 6월10일 ‘공명포럼’ 출범까지 예정돼 있어, 이 지사는 조직력에 외연 확장력이라는 날개까지 달게 된다.
최근 파장이 일었던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측면지원설도 반이재명 세력에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지사의 포럼정치를 두고 친문계 일각에선 ‘구태 정치공학’이라며 견제하고 있지만 지금의 대세론을 굳히는 데 이만한 전략도 없다는 게 정치권 견해다.
대선후보 본경선 이재명 득표율 과반수 여부에 초미 관심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대선후보 선출 기한은 대선 180일 전까지다. 출마자가 7명이 넘을 경우 경선을 통해 예비후보를 6명으로 컷오프한 뒤, 본 경선을 거쳐 최종 후보를 선출하게 된다. 본 경선에서 1위 후보가 과반 득표율을 얻지 못하면 득표율 1·2위 후보가 ‘결선투표’를 치르게 된다. 만약 이 지사가 본 경선에서 과반 득표율을 얻지 못할 경우, 2위 득표자에 새로운 동력이 생길 수 있다. 2위 득표자를 중심으로 연합이 이뤄지면 결선투표에서 막판 뒤집기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민주당 친문계 한 관계자는 “군소 주자 단일화를 통해 표심을 모으면 결선투표에서 이 지사를 역전하는 그림이 나올 수 있다”면서 “다만 2위 득표자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데, 아직은 이 전 대표나 정 전 총리 측 모두 단일화 셈법이 달라 상호 논의가 더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결국 본 경선에서 이 지사 득표율이 과반수에 못 미치면 결선투표에서 누가 단일화의 구심점이 될 것인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양측은 현재 일방적으로 흡수되는 방식의 단일화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이들 모두 이번 대권 도전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만큼, 연대를 위한 합의 도출을 낙관하기엔 일러 보인다. 또 이들 잠룡은 아직 공식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양측의 눈치싸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총리 캠프 한 관계자는 “연대론에 대해 상호 논의는 아직 없었다”며 “설령 논의가 있다 해도 예비경선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