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팩트체크] 군투→‘짬투’···이대남 분노로 변화 불가피한 軍급식

날로 커지는 ‘급식 불만’···‘해법 찾기’ 나선 국방부

2021-05-28     조택영 기자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군 부실 급식 문제가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군은 지난 7일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부실 급식 문제가 발생한 부대 대상 현장 감찰에 나서는 등 분주한 모양새다. 그러나 군의 개선책 발표에도 부실 급식 폭로는 여전하다. 군대 내 부조리를 폭로하는 ‘군투’가 부실한 짬밥(군 급식을 비하하는 용어)에 저항하는 ‘짬투’ 운동으로 심화하고 있다.

, 변화 보이고 있지만 역부족···민간 위탁거론되는 까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격리인원이 급증하면서 군 내에서 다양한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신임 장교 교육을 받던 남녀 소위가 폐초소에 몰래 침입해 둘만의 장소로 이용하는 웃지 못할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여러 사건 중 군이 사면초가에 빠진 것은 부실 급식 폭로 문제다.

병사들은 연일 도시락 사진을 찍어 외부에 제보하는 등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은 불만을 표출하는 대표적인 창구가 됐다. 부대 내 사진 촬영은 금지사항이지만 병사들의 거센 불만에 군 당국은 속수무책이다.

장병들 눈높이 높아졌다

병사들이 군 조직보다 개인 권익을 내세우는 등 이기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여론은 이 의견에 대해 반대하며 병사들 편에 서고 있다. 부실한 식단은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병사들을 지지하고 있는 것.

현재 복무 중인 병사들은 최순실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시 특혜, 조국 딸 조민의 의학전문대학원 진학 관련 의혹 등을 경험하며 사회의 공정성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갖게 된 세대다.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들이다. 이대남 병사들은 부실한 짬밥에 저항하는 ‘짬투’ 운동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부실 급식 폭로가 잇따르면서 이대남 병사들의 특성을 반영해 군 급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군 급식에 대한 장병들의 불만은 그동안 이어져 왔다.

지난 2019년 11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군대 내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장병들의 군 급식 불만이 점점 더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급식 만족도는 현저히 떨어진 상태다. ‘매우 만족한다’는 응답은 2005년 16%에서 2019년 8%인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정도 만족한다’는 40.5%에서 27.6%로, ‘만족한다’는 56.5%에서 35.6%로 줄었다. 반면 ‘다소 불만이다’는 11.4%에서 22.5%로, ‘매우 불만족이다’는 3.7%에서 15.2%로 증가했다.

식사에 불만족한 이유로는 병사 394명 중 160명이 ‘음식의 질이 낮다(40.6%)’고 답했다. ‘음식이 맛이 없다’, ‘입에 맞지 않는다’, ‘비위생적이다’ 등의 의견이 뒤따랐다.

군 급식에 대한 불만은 장병들의 눈높이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대남 병사들은 입대 전에 이미 다양하고 수준 높은 단체급식 서비스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병들의 눈에 군 급식이 성에 차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군은 나름대로 장병들의 입맛 변화를 고려해 변화의 모습을 보였다. 쌀 배식량을 줄이고 장병 선호도가 높은 분식(스파게티, 쫄면 등)을 제공해 왔으나 민간 업체가 제공하는 음식의 질을 능가하기는 어려웠다. 민간 업체는 이윤 극대화를 추구, 전문 식품 연구기관을 통해 메뉴를 개발하고 공급체계를 발전시킨다. 그런 민간 업체를 군이 이기기는 역부족이다.

조리병들의 역량이 부족한 측면도 있다. 군에서 조리병으로 입대하면 기초 군사훈련을 이수한 뒤 2차 교육으로 3주 동안 취사 교육을 받은 뒤 각 부대에 배치된다. 교육 내용은 급약 관련 업무 지식과 취사장 관리, 조리법, 장비 운용 등이다. 속성으로 길러진 조리병 임무 수행 능력이 완벽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로 보인다. 일부 인원은 일절 교육 없이 배치되기도 한다.

조리병들의 47.6%는 입대 전에 조리 관련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군 입대 후 조리병 특기를 받는다고 한다. 이 가운데 24.7%는 조리병 교육을 받지 않고 급식장에 배치된다. 우수한 식재료가 보급돼도 조리병이 좋은 맛을 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조리병 경험 부족 문제도

조리병들의 경험 부족을 상쇄하기 위해 민간 조리원이 채용되고 있으나 이 역시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상태다.

국방부는 1996년부터 민간조리원을 뽑고 있으나 채용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민간조리원 신규 편성 인원 대비 채용률은 80% 수준으로 나타났다.

국회는 2021년도 국방위원회 소관 예산안 예비심사보고서에서 “국방부는 신규채용 인력이 미충원됨에 따른 예산의 비효율적 운용 소지를 차단하고 급식의 질 개선 및 취사병의 복지증진 등의 사업효과의 충실한 구현을 위해 예년 대비 상당규모 확대된 민간조리원 신규 인력이 적기에 채용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단기적으로는 급식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조리병과 민간조리원이 존중 받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

김정애 위덕대 외식산업학부 교수가 발표한 ‘군 급식 조리 관계자의 환경 분석을 통한 급식개선 방안연구’ 논문에 따르면 2014년 2월부터 4월까지 포항 해병대 부대에 근무하는 조리전문 종사자 33명과 조리병 16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타 장병의 시선이 군 급식 내 위생과 조리 질에 영향을 주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194명 중 182명(93.8%)이 ‘그렇다’고 답했다.

장기적으로는 병역식당 민간위탁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상호 육군종합군수학교장은 ‘군 단체급식 서비스 품질이 급식 만족도 및 무형전투력에 미치는 영향 연구: 병사의 행태적 무형전투력을 중심으로’ 논문에서 민간 업체를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단체급식 전문 업체 및 기술 활용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제는 군 단체급식을 군에서 전담한다는 인식에서 탈피해 민간 전문기술과 조직을 활용한다는 인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장병들이 각자의 음식 선호도와 일일 활동을 고려해 선택적으로 급식을 할 수 있도록 뷔페식으로 식단을 조정할 필요성도 있다”고 조언했다.

국방부 역시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방부는 육군 부사관학교에서 시범 운영 중인 병영식당 민간위탁 사업을 내년부터 각 군 신병교육훈련기관(육군훈련소, 해‧공군 기본군사훈련단)으로 확대해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군은 부실 급식에 대해 현장 감찰에 나서고, 종합대책을 내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종합 개선 대책을 (부대가) 잘 이행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현장 감찰도 상황에 따라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