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x파일] ‘집게손가락’에 출렁이는 기업…젠더 갈등 ‘후폭풍’ 이어져

GS25·BBQ 포스터 속 남성 혐오 논란 ‘백기투항’ 

2021-05-08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젠더 갈등 속에 GS25가 캠핑 이벤트 포스터를 게재했다가 ‘남성 혐오를 야기했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의 집단 항의를 받고 해당 이벤트를 취소했다. 최초 논란 이후 수정된 포스터도 동일한 지적을 받자 가맹점들마저 비판의 목소리를 냈고 GS리테일 대표이사가 직접 나서서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GS리테일 사태가 일단락되기도 전에 국내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 BBQ가 또 다시 갈등의 불을 지폈다. 홈페이지에 ‘BBQ 소떡’ 메뉴가 남성 혐오를 의미하는 표현으로 게재됐다는 것, BBQ는 즉각 해당 이미지를 삭제하고 공식 사과문을 올렸으나, 소비자들은 유통가의 과거 사례를 찾아 나서는 등 갈등은 깊어만 가고 있다. 

대표이사 사과에도 잡음 여전…추가적인 ‘남성 혐오’ 지적 올라와
점주들 본사에 책임 묻기도…“소비자 지적 경청 정책 반영할 것”

GS25 편의점이 최근 5월 이벤트로 내걸었던 ‘감성 캠핑 필수 아이템 받고 캠핑 가자!’를 취소했다. 지난 1일부터 캠핑 행사 상품을 구매해 스탬프를 적립하면 추첨 경품을 제공하는 이벤트였으나, 이에 대한 홍보 포스터 내의 사진과 사진 위에 그린 그림이 문제가 됐다. 

처음 공개됐던 포스터 속에는 ‘캠핑가자’는 글씨와 함께 구워진 햄을 집게손가락으로 집는 이미지가 그려졌으나, 이를 두고 남성 혐오 표현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해당 이미지가 남성 혐오에 대한 비판을 받아온 메갈리아를 상징한다는 주장이었다.

수차례 수정에도 또 다시 ‘남성 혐오’

이에 GS25 측은 해당 이미지를 삭제한 포스터를 게재했으나, 이후 의미를 알 수 없는 달과 별 그림이 추가된 이유를 두고 ‘관악 여성주의 학회’를 상징하는 이미지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번에도 GS25는 즉각 포스터를 수정해 게재했다. 

하지만 반복된 남성 혐오 의혹 제기와 수정된 포스터 게재 등으로 일부 편의점 가맹점주들도 GS리테일 측으로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결국 GS25는 해당 포스터를 삭제하고 이벤트를 취소했다. 각 가맹점으로는 조윤성 GS리테일 대표이사가 직접 사과문을 발송하기까지 했다. 

GS25 측이 포스터를 수정하고 게재하기를 반복하는 동안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GS25에 대한 불매 운동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GS25가 아니라도 편의점이 많다는 것이 일부 네티즌들의 주장이었다. 

네티즌 A씨는 “중립적으로 보려고 노력해도 우연이라 하기엔 남성을 혐오하는 심볼이 많다”며 “불매까지는 몰라도 남는 게 편의점인데 다른 곳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 B씨는 “GS25는 해당 문제를 일으킨 광고사와 결별해야겠다”며 “다른 기업도 해당 광고사와의 계약을 조심해야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지난 6일과 7일 점심과 저녁시간을 기해 대학가 편의점들을 방문했으나 눈에 띄는 소비자 감소나 증가는 없었다. 다만 가맹점주는 “해당 문제가 불거지면서 잠시 염려했으나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면서도 “굳이 의식하면 조금 줄어든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다만 젠더 갈등을 초래할 만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GS리테일 측은 젠더 갈등을 야기한 이미지가 어떻게 포함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GS리테일 측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그런 의혹들이 제기된 것과 관련 아직 (원인을)파악하지 못했으나 현재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터 수정이 반복되면서도 질책이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사실 그 부분에 대해서 민첩하지 못했다는 것을 겸허히 반성하고 있다”며 “다른 고객 및 소비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해서 정책에 반영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답했다. 

GS리테일 대표이사까지 나서서 사과하는 등 수습에 나서는 동안 지난 4일 GS더프레시의 인스타그램 50주년 기념주화 홍보 포스터에 남성 혐오 표현이 들어갔다는 의혹이 또 제기됐다. 이번에는 GS리테일이 즉각 홍보물을 삭제하고 한 언론을 통해 “주화 공급 업체로부터 받은 원본 이미지를 그대로 사용했다. (남성 혐오) 관련 문양과의 연결에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GS리테일 측은 GS25 포스터와 달리 이어지고 있는 악의적인 음해에 대해서는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회사 경영상 피해를 끼친 유포자에 대해 수사기관에 의뢰하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메뉴 속에 ‘남성 혐오’ BBQ 너마저

이렇게 GS리테일 사태가 남성 혐오 문제를 야기했다는 논란이 식기도 전에 국내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인 BBQ에서 남성 혐오 이미지를 홈페이지 메뉴 소개 페이지에 올렸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해당 이미지는 GS25의 캠핑 관련 최초 포스터와 유사한 표현을 썼다. 

논란이 된 BBQ소떡은 떡과 소시지를 교차로 막대에 끼워 튀기고 양념을 발라 판매하는 메뉴지만 소개 이미지에서 소시지를 집게손가락으로 집어 들고 있는 표현이 사용됐다. 해당 메뉴가 커뮤니티에 게재되면서 비판 여론이 급속도로 확대되자, BBQ는 즉각 해당 이미지를 삭제했다. 

7일 BBQ는 공식 홈페이지에 ‘홍보 이미지의 특정 이미지 연상 문제’에 대한 사과문을 게재했다. 제너시스 BBQ임직원은 “논란의 여지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한다”며 “유관 부서를 통해 경위를 확인 중에 있으며, 모든 제작물에 대한 철저한 전수조사 후 문제 소지를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발 방지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해당 논란이 불거지는 가운데 정치권 안팎에서는 젠더 갈등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특히 남성과 여성 간 젠더 혐오에 대한 표현을 두고 서로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데 대해서는 ‘비판의 날을 세우기보다 섬세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로 보고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