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대통령 탄핵·사면 이슈에 흔들리는 제1야당

당권주자 홍문표 “文대통령, 통 크게 사면해야” 촉구 김태흠 “탄핵 문제 있다...李·朴 장기 투옥 국격 훼손” 당내 사면론 부상에 당 안팎에선 ‘도로 한국당’ 지적 하태경·김재섭 “중도 지지층, 젊은이들 배신감” 반발

2021-04-25     정두현 기자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국민의힘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과 탄핵 이슈를 두고 내부 이견이 분출되면서 흔들리는 모습이다. 4.7 재보선에서 쾌승을 거두며 정국 주도의 계기를 마련한 제1야당이지만, 차기 대선을 앞둔 여·야 대치 구도에서 내홍을 겪으며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 대다수가 전 대통령 사면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이를 제기한 시점에 대해선 의견 충돌을 겪고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선 당내 최다선 서병수 의원이 최근 대정부질문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될 만큼 위법한 짓을 저질렀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한 발언이 탄핵 정당성 논란의 도화선이 되면서, 당내 논쟁이 재점화됐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물러난 지 한 달도 안돼 ‘도로 한국당’이라는 지적마저 나오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이를 부인하면서도 경계하는 분위기다.

당권 도전에 나선 홍문표 의원은 지난 23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탄핵 문제는 역사에 맡기고, 또 역사적인 차원에서 판단해야지, 지금 와서 이 문제를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전제를 붙여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본다”면서도 “국민 화합 차원에서 결단을 내려서 사면하는 것이 좋겠는데, (여론조사) 소수점 몇 개를 명분으로 삼아 대통령이 결단하지 않는 것은 어떻게 보면 참 속 좁은 생각이다. 통 크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선거 출사표를 던진 김태흠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탄핵과 관련해 “절차나 과정을 뒤돌아보면 문제가 조금 있는 부분도 있다”면서 전직 대통령 사면 필요성에 대해선 “죄의 유무를 떠나 과거에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전직 대통령들도 이렇게 감옥에 오래 있지 않았다. 또 전직 대통령 두 분이 지금 감옥에 있으니까 국격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쇄신 지향적인 야당 인사들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부정론과 사면촉구론을 주창하는 당내 목소리에 적극 반발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청년문제 연구소인 ‘요즘것들연구소’는 지난 23일 “탄핵 부정은 법치 부정이다. 우리당의 길이 아니다”라고 반박 입장을 내놨다.

하태경 의원은 성명서를 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헌법위반과 국정농단은 탄핵과 사법적 심판을 받은 일”이라며 “탄핵을 부정하는 것은 이런 우리당의 쇄신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자 이번 보궐선거에서 지지를 보내준 청년과 중도층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판했다.

김재섭 비상대책위원은 “선거가 끝난 지 불과 2주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려는 모습을 보인다”며 “이른바 당권 주자로 거론된 분, 대권 주자로 불리는 분들은 하나 된 목소리로 대통령의 사면을 주장하고, 당에서 가장 큰 목소리 가진 분들이 하나 되어 사면론을 말하는 까닭에 우리 당의 당론이 사면론인 것처럼 굳어지는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은 “많은 젊은이가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젊은이들이 불과 2주 만에 우리 당을 비판하면서 기대와 지지를 거두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당내에서 전 대통령 사면론이 제기된 데 대해 “우리는 당이 공식적으로 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도로 한국당’ 비판이 일고 있는 데 대해선 “그것과 우리 당이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것과 연결될 수 없다. 사면은 대통령의 결단”이라며 해당 논쟁에서 한발짝 물러난 입장으로 일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