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이낙연-정세균 남북 전쟁 서막

2021-04-26     윤사랑 기자

[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202239일에 치르는 20대 대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차기 대권을 향한 주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여권에서는 대권 레이스 안에 또다른 대권 경쟁 구도가 자리를 잡고 있다. 전체적인 큰 판은 1강을 유지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의 경쟁 구도지만 시선을 돌려보면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 간의 쟁탈전도 치열하다. 정치적 이미지가 상당 부분 겹치는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이낙연의 위기는 곧 정세균에게 기회이고 이낙연의 기사회생은 곧 정세균의 위기를 뜻하기도 한다. 남북 전쟁으로도 불리는 이낙연 대 정세균’, 이들의 혈투는 누구의 승리로 끝이 날까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 ‘친문·호남표심 놓고 혈투, 승기 잡아야 이재명 대항마로 등극
- 이낙연은 친문 집중 공략’, 정세균은 이낙연과 차별화로 승부

4·7 재보궐선거가 끝이 나면서 이제는 대권주자들의 전쟁이 시작됐다. 2022년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권력 쟁투를 앞두고 대권주자들도 하나둘 링 위로 올라오고 있다.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국무총리를 맡아 국가적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총리직을 내려놓고 등판했다.

정 전 총리는 그동안 제3후보로 꾸준하게 거론돼왔다. 1강 구도를 형성하던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율이 추락하면서 대세론이 무너지자 친문에서는 제3후보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3후보로는 정 전 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거론됐다.

이낙연 지지율 5%대까지 추락... 기회 엿보는 정세균

정세균 전 총리의 등판은 이낙연 전 대표와의 혈투를 의미하기도 한다. 정 전 총리는 이 전 대표와 정치적 이미지가 상당 부분 겹친다. 우선 두 사람은 모두 호남 출신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전남 영광군, 정 전 총리는 전북 진안군이 고향이다. 이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 첫 번째 국무총리를 지냈고, 정 전 총리는 그 뒤를 이어 두 번째 총리를 역임했다. 또 정 전 총리가 총리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의 서울 종로 지역구는 21대 총선을 통해 이 전 대표가 물려 받았다. 두 사람 모두 중도적 정치인 이미지가 강하다.

전남과 전북 출신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두 사람의 혈투를 남북 전쟁으로 부르기도 한다. 두 사람은 친문과 호남 표심을 놓고 경쟁을 벌여야만 한다. 이들은 모두 범친문으로 분류된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8월 친문의 지지를 받아 당 대표에 올랐다. 정세균 전 총리도 친문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정 전 총리의 대권 등판설은 오래전부터 거론돼 왔지만 5% 미만의 지지율은 걸림돌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9~21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가장 적합한가를 물은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정세균 전 총리는 2%의 지지율을 보였다.

그러나 이낙연 전 대표가 위기를 맞으면서 정세균 전 총리가 판을 흔들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해 421대 총선 직후까지만 해도 40%대를 넘나들던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은 계속 하락했고 지금은 10%대 안팎을 보이고 있다. 일부 조사에서는 군소후보들과 같은 수준으로 5%대 지지율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표본오차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를 물은 결과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율은 5%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유용화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지난 20일 한 방송에 출연해 정 전 총리는 대권 판이 흔들린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내 조직을 활용해서 범문재인 지지 세력, 호남 세력과 함께 판을 흔들어보겠다는 발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그런데 결국은 지지율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낙연 대 정세균남북 전쟁에서 승리하는 사람이 1강을 지키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양강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 이들의 혈투 전략은 무엇일까. 이낙연 전 대표의 경우 4·7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하면서 치명상을 입었다. 이번 선거는 이 전 대표가 당대표를 맡아 무공천을 규정한 당헌을 개정하면서까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공천을 밀어붙였다.

이낙연의 필승 카드는 친문 공략

이 전 대표는 지난 8일 페이스북 글에서 저의 책임이 크다저는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 대한민국과 민주당의 미래를 차분히 생각하며, 낮은 곳에서 국민을 뵙겠다고 밝혔다. 이 때분에 당분간 공개 행보를 자제하며 재기를 모색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점차 활동을 재개하는 모습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5일 자가격리를 마친 뒤 마포의 사무실에서 당내 이낙연계 의원 20여명을 만났다. 지난 22일에는 20194월 발생한 산불로 큰 피해를 당한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를 방문해 주민들과 대화를 하고 산불피해 주택들도 둘러봤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위해 친문 표심공략에 포인트를 맞춘 분위기다. 이 전 대표는 재보선 직후에 친문 표심을 겨냥한 메시지를 연일 내놓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의 우선 목표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차기 민주당 정부로의 계승, 발전이다이 둘은 따로가 아니라 하나다. 국민의 행복과 역사의 발전을 위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5일 이낙연계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차별화 필요성이 거론되자 죽는 한이 있더라도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겠다문재인 정부에서 절반 이상을 2인자를 했는데 다른 소리 하는 것은 사기다. 배신할 수 없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그러면서 긍정적인 정책적 차별화는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강성 친문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에 대해서도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서 문자 폭탄논란에 대해 절제의 범위를 지키도록 노력하는 것이 설득력을 얻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어떻든 당원들의 의견은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세균 이낙연과 이미지 중첩’, ‘이재명-윤석열때리기

반면 정세균 전 총리는 이낙연 전 대표와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며 경제 전문가이미지를 부각시키기고 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대권주자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이재명 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며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최근 JTBC에 출연해 이낙연 전 대표와 차별점이 있다면이라는 질문을 받고 이낙연 전 총리는 언론인 출신이고 저는 기업인 출신이다그런 점이 매우 큰 차이라고 저는 본다라고 경제 전문가이미지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러면서도 언론이나 또 정치인들이 비교는 할 수 있겠습니다마는 제가 제 입으로 이낙연 전 대표와 저를 비교 분석하는 것은 그것은 적절치 않다. 지혜로운 일도 아니다라며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 전 총리는 23CBS 라디오에서는 지금은 전환기적 위기 상황이고, 일상의 회복부터 시작해 경제 회복, 국제 위상 회복 등이 필요한데 그런 경험과 역량을 갖춘 사람 중에 (내가)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이재명 지사와 윤석열 전 총장을 싸잡아 비판했다. 정 전 총리는 이 지사가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V’ 도입을 주장한 것에 대해 현재는 그걸 구매할 필요가 아직은 없다백신 구매는 식약처나 질병청, 보건복지부가 중심이 될 일로 지자체가 할 일은 따로 있다. 혼란만 초래할 수도 있다고 잘라 말했다.

정 전 총리는 윤 전 총장에 대해서도 검사밖에 해본 게 없지 않나. 반사이익 측면이 더 크고 내용물이 없다면서 임기도 다 안 마치고 중간에 사임해 정치로 직행한다면 국민들이 계속 박수를 치실까? 검찰 조직에도, 국가에도 불행일 수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낙연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중 한 사람이 친문과 호남 표심을 얻는다고 해도 지지율 반등이 가능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4·7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대참패를 기록하면서 친문 책임론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여당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던 두 사람이 민심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민심이 담보되지 않은 대권 후보가 무엇을 한다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보인다자신들 스스로 대선후보라고 생각하고 만족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을까 싶다고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