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는 무슨…
“삼결살에 소주 마신 것 뿐인데”

2006-04-25     정은혜.사진=이병화 
예고편에 이은 폭로. 그러나 뚜껑이 열리자 관객들의 반응은 썰렁했다. 열린우리당의 이명박 시장 ‘별장파티’ 의혹 제기는 말그대로 ‘해프닝’으로 끝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과 이시장은 이같은 의혹제기에 대해 즉각 반격에 나섰고 열린우리당은 꼬리를 내리는 모양새이다. 물론 열린우리당은 ‘뭔가 있다’라고 분위기를 띄우고 있지만 아직 팩트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당내에서조차 별것 아닌 것을 가지고 침소봉대해 오히려 역풍을 불러오는 게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번 폭로는 진위여부를 떠나 일반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사실이다. 본지는 열린우리당의 문제제기로 화제가 된 경기도 가평 현장을 찾았다.가평군 설악면은 주말이면 사람과 자동차가 북적거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청평댐을 끼고 유명산 휴양림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이 ‘별장파티’ 의혹을 제기한 전원주택단지는 가평군 설악면 선촌1리에 위치해 있다. 선촌1리는 서울에서 경춘국도를 타고 춘천방향으로 가다 신청평대교를 건너 설악면 쪽으로 12km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조용한 동네이다. 북으로 북한강이 흐르고 동·서·남에는 유명산의 큰 줄기가 에워싸고 있어 맑은 공기와 뛰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주민들 “왠 호들갑이야” 반응

이 시장 처남 소유인 전원주택단지를 찾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워낙에 구석에 위치한 데다 지나는 동네 주민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러 번 마을을 배회하다 우체부를 만나 길을 물어 문제의 전원주택단지를 찾을 수 있었다. 이시장 처남 소유의 이 집의 주소는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선촌1리 302번지. 이곳으로 들어가는 진입로는 흙길이라 질퍽대긴 했지만 보행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사방에는 곧게 뻗은 소나무가 빽빽하고 목련과 벚꽃나무들이 늘어서 있었다. 10여분을 걸어서 현장 앞에 도착하기까지는 철문 2개를 통과해야 했다. 첫 철문에서 두 번째 철문을 통과하는 데는 100여m 정도 더 들어가야 한다. 전원주택단지에 위치한 주택은 모두 4채. 1개만 빼고 3채는 겉모양이 모두 같았다.

각 주택은 약 20m정도의 간격을 두고 위치해 있고 규모는 대략 25~30평 정도. 주변 곳곳에는 잘 정돈된 나무와 대리석 의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또 넓은 면적의 텃밭이 있었고 수영장처럼 보이는 곳도 있었다. 처음 언론에서는 수영장이라고 보도됐지만 이곳은 주택이 들어서기전부터 있었던 송어양식장이라고. 건너편 깊은 콘크리트 구조물 안에 커다란 진돗개 4마리가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구석을 살펴보니 개밥이 놓여 있었다. 상태로 보아 당일에 준 것이 틀림없었다. 이곳 관리인 겸 주민이라는 50대 초반의 A씨를 만날 수 있었다. “또 기자분들이구만. 별것도 아닌 일에 왜 이렇게 호들갑이슈.” 이곳에서 30년 이상 살아왔다는 A씨(51)는 기자의 질문에 처음에는 함구로 일관했지만 이내 입을 열었다. 여기저기서 찾아온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시달린 일부 주민들은 나중에는 진저리를 치기도 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송어양어장이 수영장 ‘둔갑’

첫 번째 건물과 두 번째 건물 사이 뒤편에는 철제 다리가 있었다. 다리를 건너 30여m 정도 지나니 테니스장이 보였다. 이곳이 바로 야간조명시설까지 갖췄다는 문제의 테니스장이다. 그러나 8개의 가로등이 세워져 있는 이곳은 거의 폐허나 다름없었다. 초록색과 붉은색으로 돼 있는 테니스코트는 바닥에 칠해진 페인트가 곳곳 일어나 있었다. 죽은 소나무가 축 늘어져있는가 하면 나뭇가지와 낙엽이 너저분하게 널려있었다. “테니스장을 사용 안한지 한 3~4년 됐지요 아마…. 게다가 이쪽은 유난히 습해 나무들도 상태가 안 좋아요. 전에 밭에 심었던 채소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래서 사실 이쪽은 관리한 게 언젠지 기억도 안 납니다.” 이곳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 시장이 선병석 서울시 테니스협회 전회장 등과 함께 ‘주말파티’를 했다는 여당의 의혹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테니스 동호인 모임의 수련회 수준이었다는 게 주민들의 증언이다. 이들은 이곳에서 트레이닝 차림으로 잔디밭에 앉아 저녁에 삼겹살을 구워먹고 아침에 테니스를 친 게 전부였다는 것. 이날의 흔적이 남아 있는 사실도 확인됐다. 주택 뒤편에 있는 한 녹슨 리어카에는 빈 소주병 20여개, 양주병 1, 과자봉지 등이 흙먼지, 낙엽 등과 함께 뒤엉켜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숯불구이가 가능한 석쇠판, 간이화로, 볏짚 등도 보였다. “파티요? 글쎄… 그냥 밥먹고 술먹고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몇 년 전인지 확실히 기억나진 않지만 승용차 여러 대에 사람들이 몇 명씩 나뉘어서 오는 걸 봤어요. 사람 수는 10명 안팎이었던 걸로 기억되는데… 당시 노래방 기기 같은 걸 운반하는 건 봤어요. 실외에 설치하는 것까지는 봤는데 그 후 노랫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A씨는 “그저 누구나 야외에 나가면 벌이는 그런 정도의 모임이었다”면서 “대단한 범죄를 일으킨 것 마냥 부풀려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내부는 ‘평범’ 침대도 없어

“나는 이곳에 주택이 들어서기 전부터 밭일을 해 온 사람이요. 별장은 88년에 들어섰고요. 여기서 오래 일하다 보니까 집주인들이 주변 관리 좀 해 달라고 부탁하고… 당시 목격하게 된 것도 밭일을 하면서 오가다 보게 된 거예요.” A씨는 “‘별장관리 하랴, 밭일 하랴, 수고가 많다’며 주인들이 와서 식사를 대접한 경우도 있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안으로 나를 부르더라고요. 밥 먹으라고. 극구 거절하다 못이기는 척하고 들어가서 점심 한끼 얻어 먹었죠”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별장 내부가 꽤나 거창할 것 같죠? 전혀 안 그럽디다. 방 두 개에 화장실 하나. 가구는 중고 소파에 테이블, 나무의자 등이 전부더라고요. 그 흔한 침대도 없더라고….”

개인 땅 400평, 밭은 한전소유

이곳 주민들은 소유주와 관련, “4채 가운데 3번째 건물이 이 시장 본인이 아닌 그의 처남인 김모씨 명의로 된 별장이에요. 나머지 3채는 2명씩 소유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라고 전했다. 실제로 상당수 주민들은 이곳에 대해 ‘당시 현대건설이 장기 근무한 임원들을 위해 지어준 별장’인 것으로 알고 있는 상태였다.인근 부동산 중개인은 이에 대해 “현대 임원 7명이 이곳 일대 땅 수천 평을 소유하고 있다고 소문난 걸로 알고 있는데 실제론 개인 소유땅은 300~400평이 고작이다.

밭은 빼고 잔디까지가 그들 소유라고 보면 된다. 별장 앞에 있는 밭들은 대부분 한전 소유다. 일부는 주민 소유다”라고 말했다. 이 마을 이장인 B씨는 “이 시장을 몇 년 전에 딱 한번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별장이 마을과 멀리 떨어져 있어 누가 오갔는지 일일이 알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