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핵심과 통합에 대한 교감 있다”
2006-04-26 홍준철
통합후보론 ‘역설’
고 전총리는 “이제는 통합후보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하면서 현 정치 지도자들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치권이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조정하지 못하고 편가르기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이어 그는 “정치인들이 이젠 지역감정,계층간 이질감,이념적 대립을 통해 표를 얻으려 한다면 실패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반통합의 시대는 갔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 20일 종로구 연지동 여전도회관 사무실 1013호. 고건 전총리와 티 타임 인터뷰 시간은 짧았지만 긴 여운을 남겼다. 고 전총리의 사무실은 15평 정도로 2명의 여비서와 운전기사 그리고 비서실장 등 4명이 전부였다.
차기 대선에서 유력한 대권 후보로 부상하고 있는 예비후보 사무실로 보기에는 너무나 작고 소박한 공간이었다.비서실 옆에 위치한 고 전 총리의 집무실은 개인 서재로 사용하고 있었다. 고 전총리는 “책을 병풍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고 전총리가 이 사무실을 이용한 지도 벌써 15년이나 된다고 한다. 때문에 이 사무실에 대해서 애착이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90년대 서울시장직에서 강제로 물러나고 집에 있을 수 없어 전세로 얻어 쓰고 있다”며 “그동안 현직에 있을 때에도 전세여서 그대로 뒀다”고 설명했다. 주로 책을 읽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그는 이곳에서 특별히 각종 매체를 통해서 나오는 언론보도를 꼼꼼히 챙기고 있다.
“갈등 분열 막아야”
고 전총리는 최근 4·19민주혁명회가 주최한 ‘4·19의 밤’에 참석해 ‘통합의 리더십’을 재차 강조했다. 유난히 통합을 강조하는 이유를 물어봤다.그는 “현재의 정치 리더십은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오히려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확대 재생산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포문을 열었다. 또 그는 “말로는 상생을 외치면서 상쟁의 정치를 하고 나눔의 정치가 아닌 나누기 정치를 한다”며 “말로만 통합 운운하지 행동은 전혀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판의 칼끝은 참여정부만을 겨냥하는 것은 아니었다. 여야를 넘어 정치권의 리더라는 사람들을 싸잡아 비판했다.고 전총리는 지역적으로 호남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영남은 한나라당, 충청은 국민중심당으로 분할되어 있다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또 대선 승리를 위해 여당은 양극화 해소를, 한나라당은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계층과 이념적 대립을 보여주는 것 역시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정략이자 꼼수라고 비판했다.
민생경제 회복이 대전제
한 마디로 고 전총리는 이를 “반통합적인 사고”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통합의 후보가 필요하다”고 목소리의 톤을 높였다. 정치인들의 이익을 위해 악용되고 있는 지역, 계층, 이념적 대립구도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통합후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답을 피했다. 끝내 본인이 통합후보를 하고 싶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여권발 통합후보’를 의미하는지 물어봤다.그는 “여권 야권 따지는 게 아니라 실용주의 개혁세력의 폭넓은 연대나 공조가 필요하다”며 “선거 전략차원이 아닌 민생경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여권에서 범여권통합후보론을 주장하고 있는 사람은 신계륜 전의원이다. 본인 스스로 인정한 바다. 신 전의원은 고 전총리가 서울시장 재직당시 초대 정무부시장을 지냈고 이후부터 8년간 만남을 지속하고 있는 몇 안되는 친(親)고 인사다.
그는 올해 2월에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고 전총리는 “98년 서울시장 재직당시 초대 정무부시장으로 8년 정도 알고 지냈다”며 “참여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맡아달라는 뜻을 신 전 의원을 통해서 처음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또 “최근 의원직을 상실당한 이후 만남을 가졌다”며 “그 자리는 정례적인 모임으로 서울시장 재직당시 관계된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서 이뤄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고 전총리는 통합후보를 논의하기보다는 단순한 ‘위로의 자리였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차 한잔 마시는 20여분 동안 통합이란 단어가 들어가지 않은 문장이 없을 정도로 통합의 리더십을 주장한 고 전 총리였다. 신 전의원은 여권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복심을 읽는 몇 안되는 인사로도 꼽히는 인물이다. 이런 두 인사가 정례적으로 만남을 가진다는 것은 왠지 예사롭게 보이질 않았다. 정치권이 고건발 ‘통합후보’를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