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대구은행 ‘캄보디아 부동산 사기 사건’ 막전막후

선지급 된 135억 행방은?… 부동산 사기 이어 비자금 의혹 곤욕

2021-03-26     신유진 기자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진땀을 빼고 있다. DGB대구은행(이하 대구은행)이 해외부동산 매입 과정서 133억 원의 중도금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해당 사건이 비자금 조성을 위해 벌어진 일이라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내부에서도 김 회장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대구은행 노조는 김 회장의 연임 반대를 위한 적극적 투쟁을 예고하며 규탄에 돌입했다. 하지만 지난 26일 정기주주총회에서 김 회장은 주총 참석 주주 97.57%가 찬성하면서 재선임됐다. 이에 따라 노조와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임에 성공한 김태오 회장이 이번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대구은행, 브로커에 휘둘렸나… 현지 前 은행장 “비자금 조성한 것·불법행위”

- 김태오 회장 연임 성공·규탄 대회 돌입한 노조… 갈등 봉합 여부에 촉각

대구은행은 해외 자회사인 캄보디아 DGB특수은행(DGB스페셜라이즈드뱅크, 이하 DGB SB)이 상업은행 승격을 추진하면서 본사로 사용하기 위해 캄보디아 수도인 프놈펜에 은행 부지 명목으로 약 500평에 대한 땅 매입을 추진했다. 이후 DGB SB는 부동산 매입을 위해 지난해 5월 부동산 중개인과 1900만 달러(약 215억 원) 계약을 맺었다. 이 중 1200만 달러(135억 원)는 중개인에게 선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계약 한 달 후 해당 부동산이 중국계 기업에 이미 팔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건이 불거졌다. 대구은행은 현재까지 부지 매입도 못했고 건넨 돈도 돌려받지 못하면서 사기를 당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사건 알려지자 쉬쉬
비자금 조성 의혹 제기

대구은행은 해당 사건은 현지 에이전트를 통해 매입을 추진하던 매물이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중국계 기업에게 매도됨에 따라 매입 추진이 더 이상 불가능하게 되면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대구은행은 지난달 해명자료를 통해 “DGB SB 본점 건물의 정상적인 매입이 해결될 때까지 캄보디아의 보수적 회계기준에 의거, 지급금 전액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대손충당금’은 은행이 돈을 빌려준 후 받을 돈 일부는 회수되지 못할 가능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회수가 불가능한 채권금액을 미리 합리적으로 추정해 수익 일부를 충당해 두는 것이다. 돈을 회수하지 못해 자본이 잠식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자금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대구은행의 이 같은 해명에 DGB SB가 해당 사건으로 사기를 당했을 가능성이 높아 대손충당금을 적립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게다가 사측이 경영진 선에서 사태를 봉합하려는 등 해당 사건을 쉬쉬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이들을 향한 비난 여론이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지적이 이어지자 대구은행 측은 “현지에 파견된 이모 부장(현지 은행장)이 중개인을 과신해서 빚어진 문제”라며 “본사 급에서는 글로벌본부장(상무)이 지난해 말 책임성 사퇴를 한 만큼 도의적 책임 정도만 물을 예정”이라고 대응했다. 하지만 한 동종업계 관계자는 “큰 규모의 해외 사업을 부장급이 모두 책임지는 구조라면 금융그룹의 리스크 관리에 문제가 있다”며 “이런 식이라면 누가 적극적으로 일하겠냐”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대구은행은 비자금 의혹에도 휩싸이며 곤욕을 치르고 있다. 당시 캄보디아 은행장이었던 이용만 DGB SB 전 은행장이 지난 8일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제출한 데 이어 법률 대리인을 통해 대구은행이 부동산 매입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하려 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 전 은행장은 계약금 가운데 300만 달러(약 30억 원 이상)는 부동산과 무관한 돈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이 전 은행장은 “불법적인 ‘토지 가격 부풀리기’를 이용해 불법자금 즉 비자금을 조성하려 한 것”이라며 “애초 계약금(총 210억 원) 가운데 30억 원이 실제 부동산 매입과는 상관없이 부풀려진 금액이고, 30억 원은 상업은행 승격을 위해 필요한 비용인데 이런 식의 비용 조달은 ‘정상적이지 못한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외에도 캄보디아 현지 부동산 관련 대구은행 실무자가 상업은행 승격 브로커와 부동산 매입 브로커를 동일인으로 두는 실수를 범하면서, 두 가지 일을 의뢰 받은 브로커가 은행 비자금 조성 목적을 모를 리 없기에 결국 그것이 빌미가 돼 대구은행이 브로커에 휘둘렸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의혹에 대구은행 관계자는 “비자금과 관련해서는 명백하게 깨끗하다고 말할 수 있다”며 “단순히 매입 제시 금액이 시세보다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차액을 비자금으로 의심할 수는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노조, 규탄 대회 돌입
“소통 단절의 부작용”

대구은행이 구설수에 연이어 오르면서 대구은행 노조는 김태오 회장 규탄 대회에 돌입했다. 지난 22일 노조는 성명을 통해 “대구은행 전 직원들은 DGB금융지주 김태오 회장 연임과 관련, 각종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하지만 김 회장은 그 어떤 해명이나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캄보디아 사옥 문제와 관련, 현재의 상황에 이르게 된 도의적 책임을 인식하고 직원과 조직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의지를 본인의 입으로 밝혀야 한다”며 “상명하달 식의 경영 간섭을 즉각 중단하고 자회사 경영의 자율성을 보장해 DGB대구은행 직원들의 명예와 긍지를 훼손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한편 지난 26일 DGB금융그룹은 주총을 열고 김태오 회장 연임을 승인했다. 주총에서는 노사 간의 갈등과 경영진의 불통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과거 김 회장이 대구은행장 겸직과 회장 연임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노조의 반발을 사 마찰을 빚었기 때문이다. 이날 주주 자격으로 참석한 김정원 전국금융산업노조 대구은행지부장은 “이번 연임과정에서 적잖은 갈등이 있었다. 소통이 단절됐을 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회장은) 중대한 사안에 대해 자회사 노조라는 이유로 대화할 수 없다는 편견에 사로잡히지 말고 지주와 관련한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여 미흡한 부분 개선에 나서 달라”며 “함께하는 리더십을 보여 주고 조직을 위해 진심으로 하는 충언에 귀 기울여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김 회장은 “DGB금융그룹의 지속 발전을 위해 역할을 잘해 달라는 의미로 이해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