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잠행’ 황교안, 정계 복귀 선언... 윤석열과 제3지대 손잡을까

黃, ‘나는 죄인입니다’ 참회록 출간... “총선 후 참회의 시간 보내”

2021-03-19     정재호 기자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지난 10일 정계복귀를 선언했다. 앞서 황 전 대표는 지난달 참회록인 ‘나는 죄인입니다’를 대담집 형식으로 출간하고 ‘백의종군’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진영에선 황 전 대표 정계복귀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황 전 대표의 정계복귀가 오는 4월 재보선과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야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일요서울은 황 전 대표의 정계복귀 성공 가능성을 알아봤다. 

-“黃, 국민의힘 마땅한 인물 없어 정치적 변수 가능성”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지난 4월 총선 참패 이후 오랜 잠행을 깨고 지난달 8일 대담집인 ‘나는 죄인입니다’을 출간했다. 이 책은 김우석 전 상근특보와의 인터뷰 형식의 대담집이지만 사실상 정치 현안에 대한 황 전 대표의 입장 표명은 물론 향후 행보와도 직결된 내용이었다. 

이 책에서 황 전 대표는 “가족 빼고 다 바꾸겠다는 각오다. 정치적으로 경험이 많이 부족했다. 앞으로 철저히 백의종군의 자세로 내게 남겨진 역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이어 그는 앞으로의 자신의 구체적 역할에 관해 “김구 선생님의 소원을 떠올리게 된다. 김구 선생은 <백범일지>에서 ‘독립된 정부에 문지기가 되어도 좋다’고 하셨다. 나도 마찬가지다”라고 밝혔다. 황 전 대표는 “국민과 국권이 회복된 나라에 문지기가 되어도 좋다”며 “‘회복된 나라’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다면 나도 기꺼이 감당할 생각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정의로운 가치를 위해서 희생이 필요할 수도 있다”며 “이를 위해서 나는 백의종군의 뜻을 갖고 있다. 지난 선거에서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 최종책임자인 대표였던 사람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백의종군하는 것은 당과 나라의 새 출발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 

황 전 대표는 “이제는 우리나라에 정상적인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한다”며 “꼼수와 술수가 횡행하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리더십의 회복은 정상 국가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역량 측면에서도 지도자다운 지도자가 나타나야 한다”면서 “공정과 정의를 실천할 수 있는 지도자가 앞장서 ‘모두가 잘사는 자유대한민국’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황 전 대표는 나라를 위한 앞으로 목표에 대해 “정권 교체”라며 “그래서 국민이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통합”이라고 했다. 그는 “극단적으로 나뉘어 서로 비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건설적으로 같이 나라를 세워가는 토양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음 대통령의 역할에 관해선 “국가권력만을 차지하기 위한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며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대한민국의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황 전 대표는 ▲국민 모두가 잘사는 민생경제 회복 ▲미래희망을 위한 교육회복 ▲평범한 시민이 살기 편한 국민 삶의 회복 ▲공정과 정의, 진실의 가치 회복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그는 “4·15 총선은 참으로 아팠다”며 “대한민국 되살려내기에 실패한 책임으로 당 대표직을 사퇴했다. 국민께 엎드려 사죄했다”고 당시 심정을 토로했다. 

황 전 대표는 책 출간을 통해 사실상 정계 복귀의 수순을 밟기 시작했지만 정치권 반응은 싸늘했다. 

- ‘정계 복귀’ 밝힌 黃 “야만의 정치 끝내야”

황교안 전 대표는 지난 10일 공식적인 정계 복귀를 선언했다. 그는 이날 자신에 SNS에 올린 글에서 “야만의 정치를 끝내야 한다”며 “개와 늑대의 시간은 지났다”고 적었다. 황 전 대표는 “우리는 그들을 ‘충직한 개’로 착각하고 양떼를 맡겼다”며 “그들은 본성을 숨기고 우리의 안전과 재산을 이웃 늑대와 함께 갈취했다”고 현 정권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유를 분명히 알고 있다. 윗물이 오염됐는데 아랫물이 청정하길 바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시간은 충분했고 점잖게 충고도 했지만 기대를 저버렸다. 피해를 감수하며 더 기다려 주면 나라가 황폐해져 회복불능상태가 될 것이다. 이제 ‘경종’을 울려야 조심하며 눈치를 볼 거다. 이번 ‘4·7 재보선’이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하지만 황 전 대표의 정계 복귀 선언에 국민의힘은 탐탁지 않은 분위기였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기본소득’등 진보적 의제를 던지며 중도확장에 애쓰는 상황에 황 전 대표의 정계 복귀는 국민의힘에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당장은 오는 4월 재보선을 앞두고 국민 여론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황 전 대표의 정계 복귀에 대해 “황 전 대표의 개인적인 생각”이라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 황 전 대표의 정계 복귀가 이처럼 환영받지 못하는 상황에 이를 반전시킬 대안이 있을까? 

- 黃 “윤석열 정치검사 운운? 與, 적반하장도 유분수”

황교안 전 대표는 우선 백의종군을 선언한 만큼 전면에 나서 정치를 하기보다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 군에서 가능성이 높은 인물과 손을 잡고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그런 행보를 반영한 듯 황 전 대표는 사퇴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정치 검사라고 비판한 여권을 향해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윤 전 총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지난 8일 황 전 총리는 자신의 SNS에 “여권의 ‘정치 검사 윤석열’ 운운은 정말 뻔뻔한 주장이다. ‘원래 검찰총장을 하지 말았어야 하는 사람’이라고 비난한다”며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행태”라고 했다.

이어 “‘윤석열 검찰총장’을 누가 만들었으며, ‘우리 총장님’,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 운운을 누가 했나?”며 “직무에 충실하려 했던 윤 전 총장은 누가 내쫓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황 전 총리는 “문재인 청와대, 추미애 법무부, 친조국 탈레반 의원들이 주도하는 민주당이 윤석열을 쫓아내 몰았다”며 “염치없음이 과거에 볼 수 없던 역대급이다. 국민이 그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황 전 대표는 자신이 발간한 ‘나는 죄인입니다’ 대담집에서 윤 전 총장이 어려움을 겪는다면 자신이 도와줄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지난 18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황 대표의 정치적 성공 가능성은 낮다”며 “지난 4월 총선 패배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총리를 지낸 경력 때문에 법적으론 무관할지라도 국민 정서상 정치적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에서 내세울 마땅한 대선주자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황 대표의 정계복귀가 정치적 변수에 따라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지난 18일 마포 모처에서 만난 정치권 관계자도 “황교안 전 대표, 윤석열 전 총장 모두 검찰 출신이며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공유하는 만큼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황 전 대표의 정계복귀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향후 정치권에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