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팩트체크] ‘정중동’ 김부겸 文 정부에 쓴소리, “제3의 길 걷나”
김부겸 “변창흠 사퇴해야” 비판... 차기 총리 물 건너갔나?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문재인 정부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김부겸 전 장관이 정부에 쓴 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김 전 장관은 정세균 국무총리 이후 차기 국무총리 유력 후보군으로 분류돼왔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권에선 김 전 장관의 이 같은 행보가 문 정부의 국무총리 후보군에서 벗어나 그가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총선에서 대권 포부를 드러낸 적이 있다. 김 전 장관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金, 입지 다지기 위해 정부·여당과 차별화 둘 수도”
김 전 장관은 지난해 4월2일 4·15 총선 출정식을 갖은 자리에서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그는 대구 수성갑 선거구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총선을 넘어 대구를 부흥시키고, 지역주의 정치와 진영 정치를 청산하겠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나라를 확실히 개혁하는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전 장관은 “8년 전 대구에 내려오면서부터 도전을 시작했고 대구에서 시작해 대한민국을 바꿔보겠다는 꿈과 포부가 있었다”며 “2012년 총선과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서 두 번은 패배하고 한 번(2016년 총선)은 승리해 이제 다시 도전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치 인생 전부를 걸고 혼신의 힘을 다해 기필코 승리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김 전 장관은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선진국 국민의 공포나 무질서와 달리 대구시민은 의연하고 질서 있게 위기를 넘기고 있다”며 “제가 이 의연하고 자존심 강한 대구시민과 함께 다시 한번 대구를 나라의 기둥으로 세우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대구 재선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당시 주호영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에게 1위를 내주고 말았다. 김 전 장관은 재선을 통한 대권 도전에는 실패했지만 다시 민주당 당권 도전에 나섰다.
金, 대선 포기하고 당권 도전 했지만 패해
김부겸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 8·29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김 전 장관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지는 당대표가 되겠다”며 “땀으로 쓰고, 피로 일군 우리 민주당의 역사를 당원 동지들과 함께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꽃가마 타는 당대표가 아니라, 땀흘려 노 젓는 책임 당대표가 되겠다”며 “임기 2년 당 대표의 중책을 완수하겠고 굳게 약속드린다. 문재인 정부 성공을 위해 당력을 총결집해, 재집권의 선봉에서 확실한 해법을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전 장관은 “30년 전 저는 김대중 총재가 이끄는 민주당의 꼬마 당직자였다”며 “전국에서 골고루 사랑받는 좋은 정당의 대표, 김대중 총재를 본받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검경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에도 매진했다”며 “김대중 대통령이 열었던 남북평화의 길, 노무현 대통령이 온몸을 던진 지역주의 타파의 길, 문재인 대통령이 걷는 촛불혁명의 길을 따랐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이번 전대는 ‘대선 전초전’이 아니라 당대표를 뽑는 전대”라면서 “당대표가 되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고, 대신 어떤 대선 후보라도 반드시 이기게 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176석 민주당이 경계해야 할 것은 자만이다. ‘부자 몸조심’하며 대세론에 안주하는 것이 자만이다”라며 “자만은 오만을 낳고, 오만은 오판을 낳고, 오판은 국민적 심판을 부른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영남 300만표를 책임지겠다”며 “지난 총선 750만명이 영남에서 투표했는데, 그 중 40%를 얻어오겠다. 대구시장 선거에서 졌을 때도 저는 40%를 얻었고, 그래서 자신있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이 내세운 주요 공약으로는 ▲포스트 코로나 대비 ▲검찰개혁 완수 ▲남북관계 교착 돌파 ▲주거안정 및 부동산 불평등 해소 ▲광역 상생발전 실현 ▲일자리 문제 해소 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김 전 장관은 “국민이 민주당에 허락한 176석에 안주하지 않고, 당정청 삼두마차가 속도를 더하면서 안정을 이루도록 당부터 책임을 다하겠다”며 “책임국가 실현을 뒷받침하는 책임정당 민주당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김 전 장관은 당 대표 선거에서 당시 이낙연 전 대표에게 2등으로 석패를 하게 됐다. 김 전 장관은 연이어 총선과 당권 도전에서 패배했다.
“金, 현 정부 부담 줄여주기 위해 ‘소신발언’”
김부겸 전 장관은 민주당 내에서 비문으로 분류되지만 문재인 정부 초대 행정안전부장관에 임명돼 내각에 입각한 경험이 있다. 때문에 최근까지 호남 출신인 이낙연 전 총리와 정세균 국무총리 이후 지역 균형인사 차원에서 영남 출신의 총리 후보로 거론돼왔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은 여당에서 4월 재보선을 앞두고 통과시킨 가덕 신공항 특별법이나 중수청 신설 논란에 대해서도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비판적인 뉘앙스로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리고 LH 땅투기 의혹 사태와 관해서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사퇴를 주장하며 국민에게 사과했다.
김 전 장관은 지난 10일 CBS 라디오 김종대의 뉴스업에 출연해 사회자의 가덕도 특별법 질문에 “(동남권 신공항 사업) 절차의 정당성이 훼손된 문제는 저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대구·경북 지역민들이 느끼는 박탈감과 분노를 달래줄 수 있는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수청 관련한 질문에는 “저는 지금 현재 이렇게 서두를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정부·여당에 좀 더 토론하고 신중하게 움직여 국민들이 혼라스럽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같은 날 김 전 장관은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책임을 져야 된다. 사퇴해야 한다”며 “본인이 LH공사 사장일 때 벌써 일어났던 일들 아닌가. 본인이 책임자로 했던 LH공사 직원들이 사실은 일종의 여러 가지 편법도, 심지어 일부는 범법도 있을 수 있지 않나. 그것도 조사, 수사를 하면 나올 텐데 그렇다면 이걸 끌고 가겠나”라고 반문했다.
김 전 장관이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가뜩이나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악재가 겹친 정부·여당에 쓴 소리를 쏟아내는 모습에 정치권에선 총리 기용 후보에서 제외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또 일각에선 김 전 장관이 의도적으로 문 정부와 거리두기를 하며 내년 대선을 앞두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일요서울과 지난 17일 여의도에서 만난 정치권 관계자는 “이재명 경기도 지사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처럼 친문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야만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오르는 상황이라”며 “김 전 장관도 지난 총선에서 대선 출마 의지를 드러낸 만큼 입지를 다지기 위해 정부·여당과 차별화를 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김대진 조원씨앤아이 대표는 지난 18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김 전 장관이 차기 총리로 거론되고 있는 만큼 현 정부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차원에서 ‘소신발언’을 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분석했다. 여당의 대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김 전 장관의 행보가 문 정부와 어떤 관계 속에서 이루어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