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팩트체크] 야권 단일화 물꼬 튼 금태섭... 김종인 사전교감 속 ‘안철수 죽이기'?

“김종인·금태섭, 安 향한 이해관계 맞아떨어져”

2021-02-13     정재호 기자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오는 4월7일 치러질 서울시장 재보선을 앞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금태섭 전 의원의 후보단일화 ‘사전교감설’이 주목받고 있다. 금 전 의원이 김 위원장과 사전교감을 통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후보단일화를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금 전 의원은 “안철수 후보에게 (제가)한 제안”이라며 부인했지만 금 전 의원이 김 위원장과 후보 단일화에 대한 의견을 같이하는 듯한 행보가 사전교감설에 대한 의혹을 사고 있다. 일요서울은 후보단일화를 둘러싼 김 위원장과 금 전 의원의 사전교감 의혹을 알아봤다. 

-금태섭, “제3지대 경선, 김종인과 사전 교감 안 해”

차기 대선을 겨냥해 활동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해 12월20일 서울시장 재보선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야권 단일후보로 당당히 나서서 정권의 폭주를 멈추는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며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전임 시장과 그 세력들의 파렴치한 범죄를 심판하는 선거”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어 “내년 4월 보궐선거 승리는 정권교체를 위한 7부 능선을 넘는 것이다. 제가 앞장서서 그 7부 능선까지 다리를 놓겠다. 반드시 이겨 정권교체의 기반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안철수가 이기는 선거가 아니라, 전체 야당이 이기는 선거를 하겠다”며 “내년 서울시장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하지 못하면 다음 대선은 하나 마나할 것이며, 그렇게 된다면 ‘대한민국은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는 많은 원로 분들의 충정 어린 말씀이 계셨다”고 했다. 

출마 선언을 마친 안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 이기지 못하면 야권의 정권교체는 불가능하다. 제가 대선을 포기하고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결심한 배경을 이해해주길 바란다”며 “(국민의힘과 통합에)유불리를 따지지 않겠다.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다면 어떤 방식이든 다 좋다. 열린 마음으로 이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강구해보겠다”고 했다. 

안 대표는 이어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야권이 힘을 합해야 하고, 야권 단일후보로 맞서 싸워야만 한다”며 “열린 마음으로 이길 수 있는 최선의 가능성을 찾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안 대표가 야심차게 밝힌 야권 대통합은 최근까지 꼬여만 가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6일 안 대표와 회동한 자리에서 “국민의힘에 들어오고 싶으면 언제든 연락해도 되지만 그게 아니라면 앞으로 만날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도 본경선 시민 여론조사 비율을 100%로 바꾸는 등 정비하고 있다. 당신이 단일화를 하든 말든, 출마를 하든 말든 앞으로 이것에 대해 일절 말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가 주장하는 제3지대 단일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그리고 김 위원장은 안 대표의 입당 문제가 차기대권 구도하고도 맞물려 있기 때문에 입당이라는 배수진 외에는 어떤 가능성도 차단한 것으로 해석됐다. 

 

- 금, ‘제3지대 단일화’ 제안... 安 “수락”

김종인 위원장이 안 대표의 단일화 제안을 거부하고 입당후 경선을 요구하는 가운데 국민의힘 안팎에선 서울시장 재보선 승리를 위해 안철수 대표의 단일화 제안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갔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후보와 안 대표, 금태섭 전 의원까지 세 사람이 단일화하는 데 합의해야 한다”며 국민의힘 후보가 결정되는 3월 이후 야권 단일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 전 의원도 “야권이 힘을 합쳐 집권 세력을 견제해야 한다. 저도 힘을 합칠 것”이라며 김 위원장 측과 3자 경선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했다. 

3자 경선은 아니지만 금 전 의원은 지난달 31일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하며 김 위원장이 제안한 국민의힘 후보 선출 뒤 단일화 협상에 최적화된 ‘제3지대 1대1 경선’을 안 대표에게 제안했다. 금 전 의원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 각 당 경선 기간 동안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금태섭-안철수 단일화 경선’을 제안한다”며 “진짜 민생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오래된 정치를 어떻게 바꿀지, 진지하게 토론하자”고 말했다. 이어 금 전 의원은 “경선 룰을 둘러싼 볼썽 사나운 샅바 싸움은 치우고 서울시민을 위한 진짜 문제를 놓고 각자의 입장을 솔직히 얘기하자”며 “3월 초까지 매주 한 번씩만 주제를 정해서 토론을 해도 네다섯 번은 할 수 있다. 그 후 서울시민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드리자”고 했다.

금 전 의원은 지난 2일 단일화 제안 이후 진행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금 전 의원은 김 위원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는 사회자의 지적에 “김 위원장은 지금 국민의힘 대표고 그렇기 때문에 이런 선거와 관련된 구체적인 말씀은 제가 드리지 않고 있다”며 사전교감설을 부인했다. 금 전 의원은 이어 “김 위원장 외에 다른 국민의힘에 계신 분들과도 사전에 (제3지대 단일화를) 교감하거나 논의하거나 그런 것은 안 맞는다”며 “안 대표에게 드리는 제안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제3지대 단일화가 국민의힘이 원하던 방향이 아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도 “국민의힘에만 도움이 된다고 생각을 안 하고 야권 전체에 도움이 되는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생각을 한다”며 “안 대표에게나 국민의힘에게나 저에게나 가장 합리적인 금태섭 제안”이라고 했다.

 

- 이종훈 “금, 단일화 판 깨면 오해 살 수 있어”

안 대표는 지난 3일 금 전 의원의 단일화 제안을 수락했다. 안 대표는 “금태섭 후보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교체에 동의하는 모든 범야권 후보들이 함께 모여 1차 단일화를 이룰 것을 제안한다”며 “저희가 범야권 후보 단일화 예비경선 A조라면, 국민의힘은 예비경선 B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요서울과 지난 8일 서대문 모처에서 만난 야권 관계자는 “김종인 위원장과 금태섭 전 의원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김 위원장 입장에선 국민의힘 소속의 서울시장 후보가 승리해야만 공로가 돌아간다”며 “금 전 의원의 경우도 안 대표와의 경쟁에서 승리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김 위원장과 의견을 같이 할 수 있다”고 했다. 안 대표를 향한 김 위원장과 금 전 의원의 이해관계가 같은 측면이 있기 때문에 사전교감설을 제외하더라도 입장이 공유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한편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지난 9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금 전 의원의 제안으로 제3지대 단일화가 마련돼 안 대표의 입지도 함께 커졌다. 사전교감설은 가능성이 희박하게 보인다”면서도 “만약 금 전 의원이 단일화판을 깨고 나올 경우엔 오해를 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야권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후보단일화를 둘러싼 수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야권진영의 최종후보가 누구로 결정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