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내일은 프로 (31) 랜드로버 ‘올 뉴 디펜더 110’
역사상 가장 견고한 올 뉴 디펜더, 지옥의 레이스 ‘다카르 랠리’도 뚫었다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시승을 위해 올 뉴 디펜더를 만났던 날,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가장 어린 시절 처음 선물로 받았던 장난감 자동차를 받은 것과도 같은 기분이 들었다. 빨리 들고 나가서 주변에 있는 누군가에게 얼른 자랑하고 싶었던 그 날의 감동이 몰려왔다. 시승을 위해 선택된 차량은 랜드로버 올 뉴 디펜더 110 모델 D240 SE로 긴 바디에 깍두기처럼 각진 외관이 특징이었다.
올 뉴 디펜더를 올라 타 기능을 살피다가 자동차 모양의 아이콘을 누르고 다이얼을 돌렸다. 순간 놀라서 입을 틀어막았다. 변신 로봇에 탑승하면 이런 기분일까. 차량 뒤축이 내려앉나 했더니 차체가 바닥에 가깝도록 낮춰졌다.
다른 옵션을 선택했더니 차량이 다시 올라왔다. 올 뉴 디펜더는 지형과 도로 상황에 맞춰 에어 서스펜션을 조절해 최상의 지상고를 선택했다.
디펜더 시승을 앞두고 접했던 뉴스가 문득 떠올랐다. “랜드로버 올 뉴 디펜더, 다카르 랠리 현장 지원” 지옥의 레이스로 불리는 ‘다카르 랠리’를 올 뉴 디펜더가 개조도 없는 순정 양산 차량으로 지원에 나섰다는 소식이었다.
사막, 계곡, 진흙 등 험로를 따라 7600km를 달리며 랠리를 지원하려면 이 정도 서스펜션 성능은 갖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량의 상태를 파악하고 점검을 마쳤다. 출발은 순조로웠다. 하필 시승 시작과 함께 올 들어 서울 시내 두 번째 폭설이 내리면서 주행 테스트를 힘들게 만들었다. 아직 익숙해지기도 전에 미끄러워질 도로에 걱정이 앞섰다. 사주경계(四周警戒)하는 군인처럼 촉각을 곤두세워 조심스럽게 운전했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조금씩 경계가 풀어지면서 디펜더의 주행 성능을 느낄 수 있었다. 2.5톤 무게와 함께 디펜더의 타이어로 선택된 굿이어의 랭글러 AT가 어마어마한 접지력을 보였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차에 좋은 타이어를 갖췄다 하더라도 눈길에서는 안전 운전이 최우선이다. 다음 날 제설상태도 좋고, 날씨도 풀려 대부분의 도로에서 눈이 보이지 않았다.
직렬 4기통 2000cc 인제니움 디젤 엔진을 테스트하기 위해 도로를 달렸다. 최고출력 240마력에 최대토크 43.9kg·m의 성능은 도심을 질주하면서 옆 차량을 압도했다. 풍기는 이미지도 강렬하지만 무게에 비해 날렵한 주행에 양보를 받아내기가 쉬웠다.
내부 인테리어는 독특했다. 센터페시아와 계기판 클러스터는 완벽하게 디지털화를 이뤘는데 센터페시아 뒤로 차량의 바디를 구성하는 ‘마그네슘 합금 크로스카 빔’이 보였다.
그 아래위를 스펀지 같은 특수 고무 재질로 덮었고, 문짝의 안쪽이나 콘솔박스 주위로도 동일한 재질로 마감했다. ‘험로에서 차량이 기울어도 승객이 부딪혀 다치지 않도록 배려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콘솔박스는 단계 조절이 되는 냉장 기능을 지녔다. 버튼을 누르자 내부가 차가운 아이스박스로 변했고 미지근한 음료가 금방 차가워졌다. 콘솔박스 앞쪽의 스마트폰 무선 충전트레이와 12V(볼트) 컨버터 및 트렁크에 230V(볼트) 콘센트도 있어 캠핑에 유용해 보였다.
옵션에 따라 메리디안 오디오 시스템이 원음에 가까운 음악을 감상 기회를 제공했다. 다만 시승차에서는 최근 업데이트된 내비게이션과 오디오가 충돌하면서 음질의 영향을 받는 일도 있었다. 제조사 문의 결과, 타 차량에서는 확인된 바 없다고 하니 참고만 하면 될 것 같다.
한편 올 뉴 디펜더는 브랜드 역사상 가장 견고한 알루미늄 바디를 갖췄다고 랜드로버는 자부하고 있다. 모노코크임에도 기존 대비 비틀림 강도가 3배 높고, 3.5톤의 견인 능력까지 갖췄다.
랜드로버는 “디펜더는 철저한 시뮬레이션과 리그 테스트(rig test)*를 거쳤고, 120만km에 이르는 주행 테스트와 4만5000회 이상의 개별 테스트를 완료해 랜드로버 역사상 가장 뛰어난 내구성을 검증했다”고 밝혔다.
*리그 테스트란, 기계 및 전자 장치의 성능 시험을 의미한다. 장치의 중요한 부품들을 조립 및 조정 한 뒤 전체적인 성능을 시험하며, 주로 항공기 및 자동차 장비를 대상으로 행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