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카드는 이명박 ‘작품’
강금실 대항마로 ‘사전 준비’
2006-05-02 이금미
홍준표 의원과 맹형규 전의원측의 막강한 조직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었던 이 시장의 직·간접적인 지원 방법과 강도를 추적해 봤다.
예선을 가뿐히 통과한 오 후보의 상승세는 벌써 서울시청 언저리에 닿아 있는 형국이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이 시장의 막후 지원을 놓고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진단했다. 결과적으로 오 후보가 출마 선언 보름 만에 당원·대의원들을 끌어안을 수 있었던 이유라는 것. 이 시장의 지원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중립선언은 ‘제스처’
사실, 광역단체장 경선 때마나 한나라당에선 박심(朴心-박근혜 대표의 마음)과 이심(李心-이명박 시장의 마음)이 어느 후보에 있느냐를 놓고 논란이 빚어졌던 게 사실이다. 그럴 때마나 박근혜 대표는 물론 이명박 시장은 엄정 ‘중립’을 표명하곤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광역단체장 후보가 누가 되느냐는 곧 내년 초에 치러질 대통령 후보 경선 지원군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 시장 입장에서 차기 서울시장은 멀지 않은 대선 레이스에서 ‘약’과 동시에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데서 오래전부터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해 공을 들여왔다.그렇다면 이 시장은 ‘오세훈 후보’를 만들기에 어떤 방법을 동원했을까. 박계동 의원과 소장파 의원들이 ‘오세훈 서울시장 만들기’에 나선 초동단계부터 이미 이 시장과의 교감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강금실 후보가 열린우리당 후보로서 서울시장 출마를 두고 담금질을 하던 지난 연말부터 이 시장측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여론조사에서 강 후보는 서울시장 어떤 예비후보와의 경쟁에서도 큰 격차를 보이며 앞서 있었다. 당시 박계동 의원은 ‘정몽준 영입설’을 흘리며, 물밑에선 정몽준 의원과 상반된 이미지의 ‘오세훈 교감’에 나섰던 게 사실이다. 한나라당 후보들이 정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과 서울시장 출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때 박 의원은 오 후보가 출마와 동시에 경선 참여까지 받아들인다는 협상을 이끌어냈다. 게다가 막판 경선 출마를 두고 오 후보가 결심을 하지 못했을 때 정태근 정무부시장 등 이 시장의 측근들까지 동원됐다는 게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정두언 의원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이 시장의 참모진 일부도 경선 과정에서 오 후보를 지원했다는 증언도 한나라당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정몽준 카드설은 ‘연막작전’
경선에 참여했던 한 후보 진영에선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서 간접적으로 오 후보를 지원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오 후보는 경선 직전 한 언론사가 실시한 정책·공약 수행평가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해당 평가에서 최소 6개월 이상 정책·공약을 개발해온 후보들을 제친 것이다. 큰 점수차로 앞지른 데서 이 시장의 지원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보름여를 앞두고 출마를 선언했음에도 시정을 꿰뚫는 완벽에 가까운 정책·공약을 마련할 수 있었을까라는 강한 의문점이 남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시장이 막판에 ‘홍준표 카드’를 버렸다는 정황도 있다. 홍 의원의 선거사무실 개소식날 있었던 유력 대권주자들의 동선과 이 시장의 그것은 달랐기 때문이다. 당시 홍 의원측에선 이 시장쪽에 개소식을 알렸다.
그런데 개소식이 한참 끝나고 시계가 오후 6시를 향해 가고 있음에도 홍 의원측에선 이 시장은 물론 이 시장측 사람들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사무실을 방문한 정객들 사이에서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았다.그 때 부랴부랴 정태근 정무부시장과 박영준 정무팀장 등이 홍 의원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한 눈에 보기에도 갑작스레 연락을 받고 방문한 인상이 짙었다는 후문이다. 이 시장측의 이날 움직임은 다양한 이야기를 양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설마, 이 시장측이 홍 의원의 사무실 개소식 일정을 체크하지 않았겠는가”가 한 가지 흐름이며, 또 한 가지는 “이 시장측에서 홍 의원 사무실을 일부러 늦게 방문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퇴임후 안전판 마련 일단 ‘안도’
이날 이 시장측의 움직임은 경선 결과에 대한 해석으로 이어진다. 오 후보는 당원·대의원으로부터 640여표를 얻어 1,260여표를 얻은 맹 전의원과 격차가 두 배로 벌어졌다. 그러나 홍 의원(930여표)과는 300여표 차이를 보였다. 당원·대의원 표심에 있어 일치감치 앞섰던 맹 전의원이지만, 홍 의원은 경선 막판까지 부동의 2위를 지키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때문에 홍 의원 사무실 개소식 뒷얘기는 경선이 임박해 이심이 어디에 있었는가를 진단하는 잣대로 회자되고 있다.
특히 경선을 나흘 앞둔 지난달 21일 이 시장이 “가장 오랫동안 서울시장 준비를 해온 사람은 오 전의원이 아닌가 싶다”고 말한 부분은, 이심이 오 후보에 가 있었다는 분석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이 시장이 경선 과정에서 오 후보를 간접 지원했다는 정황상, 오 후보의 선전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게다가 오 후보는 경선에 통과한 이후에도 여론조사에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어, 이변이 없는 이상 안정권이라는 섣부른 추측도 나온다. 이같은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이 시장은 퇴임 이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 오세훈 재벌가 딸 결혼 스토리귀공자 사위 맞으려 장인이 ‘공들였다’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후보가 최종 확정되면서 알려지지 않은 ‘오세훈 부부’의 결혼 스토리가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오세훈 부부는 ‘행복한가정재단’에서 눈독을 들일 만큼 ‘금실좋은 부부’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오세훈 부부는 이 재단의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행복한가정재단’은 올바른 결혼문화와 부부관계의 중요성 등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이혼율을 감소시키는데 주 목적을 두고 있는 재단이다. 61년생으로 동갑인 오세훈 후보 부부는 고등학교 때 과외를 하다 만난 사이로 알려진다. 6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한 오 후보의 부인은 현재 서경대 연극영화과 교수로 재직중인 송현옥씨.
이들은 나란히 고려대에 진학해 캠퍼스 커플로서도 유명했다고 전해진다.또 송씨는 준 재벌에 버금갈 만큼 유명한 부잣집의 딸로서 송씨 집안에서 오 후보를 사위로 맞기 위해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법대 출신으로 당시부터 오 후보의 남다른 ‘끼’를 송씨의 부친이 예견했다는 게 오 후보의 동기동창생들의 전언이다. 한편, 이러한 결혼 스토리가 알려지면서 서울시장 선거를 앞둔 오 후보의 ‘귀공자 이미지’는 굳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나라당 경쟁후보 진영에선 오 후보 공격에 있어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기도 했다. 오 후보와 송씨가 ‘고액 과외’를 받다가 만난 사이라는 주장도 폈다.
또한 오 후보가 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고급 헬스장을 다니고 있다는 것 역시 화제가 됐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모 호텔 휘트니스 클럽. 회원권이 9,000만원을 호가하는 곳으로 일광욕실을 비롯해 골프 연습실, 마사지실 등 초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후문이다. 당시 경쟁후보 진영에선 “당이 탄핵역풍으로 힘들 때 오 후보는 CF를 찍기 위해 ‘선탠’을 즐기며 몸매나 가꾸고 있었다”고 비난했다. 외제차도 한몫을 하고 있다. 오 후보 소유 차량은 국산차인 ‘에쿠스’이다. 그러나 오 후보가 대표 변호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지성이 보유한 외제차 ‘벤츠’가 오 후보가 애용하는 차량이라는 게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편, 오 후보 부인의 차량은 BMW이다. 서울시장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할 무렵부터 오 후보에게 귀공자 이미지가 부담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는 오 후보가 각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판자촌에서 살았다”는 것을 강조한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