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여론조사 분석] 文 대통령 지지율의 함정: 盧 참여정부 시즌2 판박이
[일요서울ㅣ김재경 정치평론가] 한국 정치에서 임기말 레임덕은 항상 정계개편과 같은 후폭풍을 불러왔다. 이를 통해 정권이 연장된 적도 있고 교체된 적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임기말 레임덕 현상이라고 하기는 아직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최근 지지율 급락은 심상치 않다. 여권 내부에서는 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코로나19의 3차 대유행과 그에 따른 경제난 심화, 집값 폭등, 검찰개혁 등 굵직한 정치‧경제‧사회 이슈와 함께 정인이 사건까지 겹치면서 민심이반의 속도가 가속화 되는 모양새다. 특히 지난 2007년 참여정부 말 부동산 정책 실패 등으로 국정수행 지지율이 최악으로 떨어졌던 노무현 대통령의 전철을 문재인 대통령이 밟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당시 심각한 민심이반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으로 정권 교체가 일어났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여권 입장에서는 최대의 위기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야권 입장에서는 정권 되찾기의 희망적 메시지다.
- 노무현 부동산 정책 실패 ‘지지율’ 하락 ‘폭’은 더 커져
- 2007년 참여정부 실정 탓 보수 정권 탄생...2022년 대선은?
올해 1월부터 취임 4년차 4분기에 돌입한 문 대통령의 신년 지지율 조사 결과를 보면 하락세가 완연하다. 일부 조사에서는 부정적 평가가 절반을 넘어 60%대까지 육박하고 있고, 지지율 역시 35%대 미만으로 나오고 있다.
이전 대통령의 임기말 레임덕의 신호탄으로 여겨졌던 국정수행 평가도와 대통령 지지율 하락이 지지층 이탈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현재의 분위기도 비슷한 상황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지난 1일과 2일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상황이 심각하다.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가 61.7%를 기록한 것이다. 이 업체의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중에서 부정 평가가 가장 높다. 긍정 평가는 34.1%였다. 지난해 말인 12월 한국갤럽 조사도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대통령 지지율은 38%로 취임 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외에도 알앤써치와 데일리안 조사에서는 35.7%를 보였고, 한길리서치와 쿠키뉴스 조사에서는 그보다는 조금 높은 38.5%를 보였다. 대략 30%대 중반에 머무르고 있는 셈이다. 지지율이 30%대로 추락하고 부정 평가가 60%대를 넘보고 있다는 것은 임기말 현 정부의 성과 도출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부정적 평가 절반 넘어 60% ‘육박’ 긍정 30% ‘중반’
주요 원인과 관련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코로나 3차 대유행을 일단 첫 손에 꼽고 있다. 2020년 한 해를 강타한 코로나로 전 세계가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해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그리고 취약계층 등의 경제난은 상상을 초월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더구나 영업제한업종을 지정하면서 기준과 내용이 오락가락했다. 관련업종 종사자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르고 있고, 심지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들도 늘어나는 형편이다.
또 공정성을 강조해 오던 문재인 정부에 대한 청년 지지층 이탈도 상당하다. 의사국가고시 응시기회 재부여와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사태로 불리는 사건들로 과연 현 정부가 공정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지에 의문을 다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청년 고용난도 한 몫을 크게 거들면서 지지를 철회하는 청년층의 규모가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부동산 즉 집값 폭등과 전세난민 양상은 서민층의 민심이반을 초래했다. 집값과 전세난이 비단 서울 강남과 같은 일부 지역에 한정되지 않고, 전국적 상황으로 확산되면서 집을 가지기 위한 서민들의 한숨만 늘어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자본시장과 부동산시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이른바 급등지역을 중심으로 한 핀셋 규제는 인근지역 집값과 전세값 폭등이라는 풍선 효과를 낳았고, 어딜 가도 집을 구하기 어려운 주거난의 함정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는 참여정부 말 부동산 정책 실패를 자인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집권 기간의 데자뷰로 읽힌다.
조국 사태와 검찰개혁 그리고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한 개혁입법 강행도 반대 지지층의 결속도를 높였고, 심지어는 지지층에게 상당한 정치적 피로감을 안겼다는 분석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다. 결과야 어찌됐건 정권 초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살아있는 권력 수사로 방향을 틀자 싸늘하게 식어 버렸다는 보수진영의 지적이 일면 먹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즉 하루하루 코로나로 먹고 살기 힘든 와중에 정치권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는 검찰개혁이라는 명분하에 이뤄지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간 날선 감정싸움 뿐이라는 인식이 일반 국민들의 뇌리에 많이 박혔다는 것이다.
정인이 사건으로 불리는 아동학대사건도 이런 분위기에 불을 지폈다. 경찰의 안이한 대응이 초래한 정인이 사건은 전 국민적 공분을 샀고, 사건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국가 권력의 무능함은 실망을 넘어 분노로까지 확산되는 사태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으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잔인한 범죄 앞에 국민들은 국가권력의 허무함을 느꼈고, 결국 정권 지지 철회라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아울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명박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론도 불똥이 엉뚱한 데로 튄 측면이 있다. 사면의 본질적 의도와는 달리 정제되지 않은 표현으로 두 전직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진영으로부터 괜한 역공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 대표가 본인의 지지율이 호남에서조차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조급한 마음을 갖는 것 같다"며 "사면론과 같은 중대한 문제는 돌발적으로 꺼낼 것이 아니라 여야는 물론 국민적 공감대를 먼저 살피고 상식적인 절차와 과정을 통해 제기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문 대통령 지지율과 국정수행 하락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일종의 국면 전환용 카드로 사면을 꺼내든 측면이 큰데 결과적으로는 악수를 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면에 반대하는 여권 지지층 시각에서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을 돌발적으로 내놓는 통에 반감을 샀고, 사면을 희망하는 이들에게는 억지스러운 이유를 들이대면서 반발의 강도만 높였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참여정부 ‘지지율’ 쓴 맛 본 문재인 사람 ‘다수’
무엇보다 문 대통령을 포함해 참여정부 말 노무현 대통령 지지율의 급속한 하락을 맛봤던 이들의 상당수가 현 정부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임기 말 민심이반의 추락을 막기 위해 조급한 마음으로 내던진 카드가 긍정적 효과를 불러오지 못하고 부작용만 낳으면서, 13~14년전의 지지율 방어 실패를 다시 경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현 정부 입장에서 급한 것은 코로나 백신 확보다. 코로나 사태를 일정 부분 종식시키고 일상을 회복하는 단초를 마련한다면, 경제가 풀리면서 추락의 지지율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변창흠표 부동산 정책이 시장에서 먹히고, 내수가 살아나면서 일자리가 회복되는 경우도 현 정부로서는 최선의 시나리오 일 것이다. 즉 먹고사는 문제의 해결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말이다.
전국재난지원금이 거론되는 것도 사실 맥락이 닿아 있다. 오는 4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선거용이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코로나 직격탄을 맞아 하루하루를 버티기 힘든 이들의 지원에 더해 전 국민에게 지난해 지원했던 규모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 화난 민심을 다소 누그러뜨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여권 입장에서는 가져봄직 하다.
정치적으로는 최근 지지율 하락과 국정수행 부정 평가가 친문 지지층 결집을 초래했다고 볼 있다. 고위공직자수사처 출범과 윤 총장 징계를 통해 일종의 개혁의 성과를 일부나마 거둔 시점에서 불어오는 역풍은 오히려 그들을 더 단단하게 묶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강성 친문층이 결속력을 높이면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나마’ 역대 대통령 지지율 ‘비교’ 양호한 편
다만 문 대통령 지지율과 국정수행도를 과거 정권과 비교하면 비교적 양호한 수준인 것은 사실이다. 한국갤럽 조사만으로 보면 지난해 3분기 문 대통령 평균 지지율은 42%다. 전 정권 같은 기간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은 당시 37%였고, 김영삼 대통령은 34%, 박근혜 대통령은 32%, 김대중 대통령은 28%, 노무현 대통령 16% 순이다. 국정수행 부정평가 부분도 48%로 앞선 대통령들과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74%의 부정평가로 가장 높았고, 이명박·박근혜(55%), 김대중(49%) 순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첫째 친문강성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원인으로 본다. 둘째 코로나로 국정실책이 가려진 측면이 있다는 점도 꼽는다. 마지막으로 범야권의 지지부진한 결집도 이유로 본다. 야권이 뚜렷한 대안 세력으로서의 국민적 기대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