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테리기획 제 25 화 퇴마사김영기의 빙의는 없다

스토커 귀신에 시달리던 여인

2011-08-22      기자

귀신 세계에도 ‘스토커’가 있다!

상대에게 병적으로 집착하여 일방적으로 쫓아다니는 사람을 흔히 스토커라고 한다. 그 집요함으로 인해 인간 진드기, 혹은 인간 찰거머리라고 불리기도 한다. 귀신 세계에도 스토커가 있다. 죽은 귀신이 살아 있는 여성을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상사귀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2003년 4월, 30대 초반의 아름다운 여성 박모 씨가 남편과 함께 필자의 법당을 찾아왔다. 언제부터인지 자신의 몸에 귀신이 들어와 괴롭힌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영시를 해보았더니 10대 후반의 남자 영혼이 웅크리고 있었다. 교통사고로 죽은 이 영혼은 우연히 사고 현장을 지나던 박씨의 몸에 빙의가 된 것이다.


소년 귀신 “이 여자는 내 여자란 말이야”

필자는 귀신과 대화를 시도했다. 물론 일반인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영계의 대화이다.

“남의 몸에 왜 들어가 있느냐?”

“이 여자는 내 여자다. 내 여자의 몸에 들어와 있는 것이 뭐가 잘못이냐?”

“이 여자는 남편이 있는 유부녀다.”

“이 XX가 내 여자를 빼앗아 갔다. 이 놈을 만나기 전부터 이 여자는 내 여자였다.”

박씨가 갑자기 남편에게 욕설을 하며 주먹까지 휘둘렀다. 박씨가 남편을 만나기 전부터 그녀의 몸에 자리를 잡고, 성관계도 가져왔던 것이다. 박씨에 따르면 남편과의 잠자리는 고통스러웠던 반면 꿈속에서 귀신과 관계를 가지면 황홀한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빙의령의 장난이 분명했다.

좋은 말로 달래 보려 했으나 녀석의 태도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항마주문을 외웠다. 순간 녀석의 입에서 경상도 사투리가 쏟아져 나왔다.

“형님, 잘못했십니더. 제발 고마 하이소.”

“이 여자는 네 여자가 아니다. 이제 그만 나와서 네 갈 길을 가겠느냐?”

빙의령을 속이고 지옥으로 유도했다. 하지만 녀석은 영악했다. 지옥문에 들어서는 척하다가 달아나고 말았다. 녀석은 며칠 뒤 여자의 몸에 다시 들어왔다. 여자에 대해 집착이 강한 스토커였다. 박씨가 고통을 호소하며 법당을 다시 찾았다.

“너 이 여자에게 왜 그렇게 집착하느냐?”

“노래도 잘 하고, 섹시하고, 귀엽다 아입니꺼? 법사님, 제발 저를 그냥 놔두이소. 저는 이 여자를 사랑합니다. 진짭니더.”


귀신이든 사람이든 집착은 금물

녀석은 박씨의 온몸에 영기를 펼쳐놓고 있었다. 절대 나올 수 없다며 버티기에 들어간 것이다. 작전을 바꿔야 했다. 시간을 두고 귀기부터 소멸시킨 뒤 퇴마를 하기로 했다. 물론 환자는 엄청난 고통을 참아야 한다. 빙의령들은 환자가 포기하도록 하기 위해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주기 때문이다. 귀기 시술이 시작되자 박씨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송곳 같은 것으로 온몸을 찌르는 것 같아요.”

그러나 박씨는 인내력이 대단한 여성이었다. 그녀의 협조로 빙의령의 본체까지 빼낼 수가 있었다. 빙의령은 박씨에게 저지른 대가만큼 엄청난 고통을 받을 것이다.

귀신이든 사람이든 뭔가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상대를 지나치게 구속하려 하는 것도 집착의 하나이다.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서로 영혼의 존재를 인정하고, 자유롭게 하는 것이 옳은 사랑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