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는 없다 제 20 화

귀신을 쫓는 사냥꾼들

2011-07-19      

퇴마사와 엑소시스트

인간세계를 잠식해 오는 악령에 맞서 싸우는 퇴마사들의 활약을 다룬 소설 ‘퇴마록’. ‘퇴마록’은 1993년부터 PC통신을 들끓게 하면서 심령과 신비주의에 대한 대중의 관심에 불을 당겼다. 이 소설은 사교집단에서 태어난 인간을 통해 세상을 정복하려는 악마를 세 명의 남자 퇴마사가 막는다는 이야기다.

‘퇴마록’이 등장하면서 빙의와 퇴마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크게 높아지기 시작했다.’퇴마록’ 소설이 등장하기 전에는 빙의라는 말조차 알려져 있지 않았고, 귀신들림, 접신 정도로만 불려왔다. 퇴마에 대해서는 더더욱 알지 못했다.

이 책을 본 많은 사람들이 “정말 소설 속의 주인공들처럼 퇴마가 가능한가”라고 물어 왔다.
물론 가능하다. 소설보다 더욱 리얼하고, 잔혹한 장면들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다만 일반인이 그것을 보지 못할 뿐이다.

악령이 무서운 광증 불러일으켜

최근 영국에서도 귀신 쫓기가 유행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런던타임스>는 영국의 각 교단 내에 귀신 쫓기 의식들이 크게 증가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타임스는 이에 대해 개신교, 정교회, 가톨릭 교회 등 전체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으로 뉴에이지와 이교들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빙의와 퇴마에 대해 여전히 모르겠다는 분은 ‘엑소시스트’라는 영화를 볼 것을 권하고 싶다. 1973년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엑소시스트’가 미국에서 공개되자 객석은 비명소리로 뒤덮였고 토하거나 졸도하는 사람도 나타났다. 종교계와 의학계의 권위자들을 이 영화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으며, 1억 8,500만 달러에 달하는 흥행수입은 아직까지 그 어떤 공포영화도 넘보지 못하고 있다.

원작자이자 각색과 제작을 맡은 윌리엄 피터 블래티는 “신이 존재하듯 악마가 존재한다. 나는 그것을 1949년 한 소년의 엑소시즘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밝혔다. 그 엑소시즘은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보도된 존 호프만이라는 14세 소년의 이야기였다.

귀신들은 육체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인간의 영혼과 마음은 물론 육체에 근거를 두고 활동할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악귀는 리건의 육체를 통해 말하고 행동하는가 하면, 자신의 소유물인 것처럼 그의 육체를 자유자재로 조정한다. 악귀에게 지배당한 리건은 몸을 비틀어 거미처럼 계단을 기어다닌다.

악령의 가장 큰 힘은 신경과 정신을 충돌시켜 무서운 광증을 낳게 하는 것이다. 리건이 완두콩 섞인 국물을 카라스 신부의 얼굴에 토해 내는 장면도 섬뜩하지만 쇳소리를 내며 십자가상으로 자위행위를 하는 대목은 온몸에 소름이 돋게 한다.

로마 가톨릭 교회도 귀신들림 인정

실제로 로마 가톨릭 교회에는 마귀를 쫓아 달라고 요청해 오는 신자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무리한 축귀 요청은 거절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이탈리아 주교회의의 엔니오 안토넬리 추기경은 악마로부터 자유롭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신자들의 수가 점차 늘고 있어 사제들이 당황하고 있다고 말하며 “축귀 요청은 과장된 것이다. 사제들은 축귀 의식을 행하기 전에 극히 조심하고 사례별로 분별력을 갖고 처리해 줄 것이 요망된다”고 강조했다.

바티칸은 과거 라틴어로만 씌어 있던 축귀 의식이라는 일종의 사제 편람을 이탈리아어로 옮긴 번역본을 출판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편람에 새로운 ‘마귀 대적 기도문’들과 마귀숭배 종파들의 확산에 대처하는 방법에 관한 문단들이 보완돼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2003년 성베드로광장에서 축귀 의식을 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황은 19세 여성이 자신에게 외설적인 말을 쉴 새 없이 퍼붓자 축복을 한 뒤 한 곳으로 데리고 가 기도를 해주었다고 한다.

가톨릭에서 어떤 방법으로 축귀 의식을 하는지는 몰라도 필자가 하는 방법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한다. 방법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가톨릭 역시 귀신들림을 인정하고, 그것을 쫓아내는 것이 인간을 위한 길이라고 믿는다는 점에서 입장이 같다고 볼 수 있다. 인간에 대한 사랑과 신에 대한 믿음만 확실하다면 빙의는 무서워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