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사김영기의 빙의는 없다 제 11 화
이익 선생은 영능력자였다
2011-05-17 기자
2004년 10월 로마의 성베드로광장에서 열리는 테레사 수녀의 시복(諡福)식이 TV로 전 세계에 중계되었다. 시복이란 교회법에 따라 해당 인물이 타계한 뒤 일어난 기적이 사실로 입증된 ‘복자(福者)’ 반열에 올리는 행사다. 교황청은 테레사 수녀가 타계한 지 1년 뒤인 1998년 9월 복부종양 환자인 인도 여성이 테레사 수녀의 사진에서 나오는 빛을 보고 다음날 아무 고통 없이 일어난 일을 ‘치유의 기적’으로 공식 승인한 바 있다. 시복 후 다른 기적이 일어나면 ‘성인(聖人)’으로 인정된다.
기적이란 말에는 종교적 의미가 강하다. 특히 성서에는 여러 가지 기적이 나온다. 영국의 철학자 데이비스 흄은 “기적이란 하나님의 특별한 의지에 의해 자연법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교나 도교 같은 동양의 종교에서도 초자연적 현상이 많이 등장한다. 불교는 기적 대신에 ‘신통’이나 ‘영험’이란 말을 쓴다. 도교는 ‘환술’이라 해서 선인의 천리안 같은 기적을 다루고 있다. 인도의 브라만교도 비슷한 기적을 얘기하고 있다고 한다. 세상의 모든 종교가 나름대로 신빙성을 갖춘 기적을 내세우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종교에서 말하는 기적이 비종교인에겐 ‘뻥’으로 비춰질 수 있다. 경험적 자연법칙이나 과학법칙으로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믿음의 신비’가 등장한다. 기적은 믿는 사람에게만 일어난다는 것이다. 성서에 나오는 여러 가지 기적에서 한 가지 공통점은 인간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행동으로 옮겼을 때 기적이 나타난 것이라고 한다. 추호의 의심도 없는 믿음의 세계에 푹 빠져야 기적을 볼 수 있다는 얘기이다.
귀신이란 무엇인가?
귀신의 실체에 대한 탐구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과학적 의미로는 부정되고 있지만 귀신의 존재는 동서양을 막론해 원시시대부터 믿어 왔었고, 그리스도교나 유신론적 철학의 근본 진리의 하나로 중요시되고 있다.
동양에서는 음양오행설에 따라 귀신을 해석하려는 시도가 많았다. 조선 영조 때의 대학자 성호 이익 선생도 자신의 저서 ‘성호사설’에서 귀신의 존재에 대해 풀이해 놓고 있다. 이익 선생은 귀신에 대해 귀(鬼)와 신(神)으로 나눠 풀이하고 있는데 귀는 음의 영이고, 신은 양의 영이라고 한다. 이익 선생은 귀신의 특성에 대해서도 자세히 분석을 해놓고 있다. 그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귀신은 사람과 같이 지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에는 모두 참여한다. 귀신의 기는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 없기 때문에 목석도 자유자재로 통과할 수 있다. 귀신이 빛나기도 하고, 사람을 놀리기도 하고, 사람으로 나타났다가 곧 사라지기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귀신은 본디 사람을 현혹시키는 일에 흥미가 있어 괴이한 일로 곧잘 사람을 속인다. 사람이 생각지도 못한 곳에 불쑥 나타났다가 슬쩍 사라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귀신에게 공포를 느낀다.”
이익 선생은 귀신에 대해 상당히 정확하게 분석해 놓고 있다. 귀신에 대해 이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은 이익 선생이 영능력자의 경지에 올라섰음을 의미한다.
요괴가 사람을 해코지하는 까닭은?
조선시대의 도인 가운데 한 분으로 추앙받는 매월당 김시습도 귀신에 대한 글을 남겼다. 김시습이 쓴 ‘금오신화’에는 귀신에 대한 대목이 나온다.
한 유생이 꿈에 남염부주(南閻浮州)에서 놀다 그곳의 임금을 만나 귀신에 대해 문답한다.
유생 : 귀신이란 어떤 것입니까?
임금 : 귀라는 것은 음의 정기이고, 신이라는 것은 양의 정기이다. 대개 귀와 신은 조화와 자취이다. 살아 있을 때는 인간이라 하고, 죽고 나면 귀신이라 하니 본디는 서로 다른 것이 아니다.
유생 : 인간 세상에는 수많은 요괴들이 나타나서 사람을 해코지하고 있습니다. 이것들도 귀신이라 할 수 있습니까?
임금 : ‘귀’란 굽힌다는 뜻이요, ‘신’이란 편다는 뜻이다. 귀와 신이 조화된 신은 굽혔다 폈다 할 수 있지만 가슴이 답답하게 막힌 요괴들은 굽히기는 하지만 펴지는 못한다. ‘조화된 신’은 조화와 어울린 까닭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음양과 더불며 자취가 없다. 그러나 요괴들은 가슴이 답답하게 막힌 까닭으로 인간과 혼동되고 사람을 원망하며 모습을 가진 채 존재한다. 이는 신과 조화되지 못했기 때문에 귀이다.
원한을 품었거나 횡사나 요절한 넋들은 정당한 죽음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영혼이 하늘로 올라가지 못한다. 그래서 이승을 떠돌며 시끄럽게 울기도 하고 원한 맺힌 집에 해코지를 하기도 하는 것인데, 정기가 흩어지면 결국은 조짐이 없어지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