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사김영기의 빙의는 없다 제 3 화

2011-03-21      
지옥을 가득 채운 성직자들
지옥은 정말 있는 걸까?


조선 인조 때 도화서 화원으로 김명국이란 사람이 있었다. 화법도 매우 독창적이었고, 그에 못지않게 엄청난 주량을 과시했다. 김명국은 대취大醉한 후에 그림을 그리는 기인이었다.

김명국에게 어느 날 어떤 중이 큰 비단을 가지고 와서 저승의 그림을 그려 주길 청했다. 김명국은 그림 값으로 가져온 세포(細布: 곱게 짠 삼베) 수십 필을 팔아 며칠 동안 술을 마시고 거나하게 취했다. 그러던 어느 날 붓을 잡고는 단번에 그림을 그려내었다. 저승의 염라대왕이 좌정한 전당이나 귀졸鬼卒의 형색은 생생하고 기세가 흘러넘쳤다.

그런데 거기서 잡혀가는 자, 끌려가서 형벌을 받는 자, 토막이 나서 불타 죽는 자와 방아에 갈리는 자들은 모두 중들과 비구니였다.

지옥도에서 얻은 교훈은?

이 그림을 본 중은 새파랗게 질려서 그림은 불살라 버릴 것과 예물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김명국이 호탕하게 웃으며 “너희들이 일생에 나쁜 짓을 하고 혹세무민했으니 지옥에 들어갈 자가 너희들이 아니고 누구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계속해서 “너희들이 이 그림을 완성시키고 싶으면 술을 더 사 오라”고 했다. 술 한 독을 다 비우고 거나해지자 다시 붓을 들어 잠깐 동안에 머리 깎은 자에게는 머리털을, 수염 깎은 자에게는 수염을 붙이고 검은 옷과 장삼을 입은 자에게는 채색으로 그 색깔을 바꾸어 완성했다고 한다.

이 그림이 지금 어디 있는지 알 도리는 없다. 하지만 지옥에 대한 두려움은 수행하는 사람이나 일반인이나 마찬가지이다.

절집에 가면 여러 종류의 지옥도가 있다. 한 번쯤 유심히 살펴본 적이 있는가?

이승에서 많은 죄를 지어 각종 형벌을 받는 장면 중에는 벌겋게 달군 쇠몽둥이에 매달린 채 고통받고 있는 사자死者가 있는가 하면, 몸이 톱으로 잘리거나 대못이 박히는 끔찍한 장면을 형상화한 것도 있다. 칼이 산처럼 솟아 있다는 도산지옥, 펄펄 끓는 무쇠솥 속에 삶는다는 화탕지옥, 혀를 길게 잡아 뽑는 발설지옥 등 여러 지옥들을 보면 죄짓지 않은 사람조차 가슴이 섬뜩해지는 느낌을 가질 것이다.

저승 가는 길에는 배추머리 귀신이…

이탈리아의 시인 단테가 그린 지옥의 모습은 9층으로 나뉘어졌는데 각층은 죄질에 따라 구별된다. 지옥에 떨어진 혼일지라도 이승의 죄를 철저히 단죄 받는 셈이다.

아홉 개로 구성되어 있는 ‘지옥地獄’에서 그들은 애욕에 사로잡힌 자, 자살자, 사기범, 반역자들이 고초를 받는 참상을 그리고 있다.

탱화나 단테의『신곡』에서 그려지는 지옥의 모습은 단순한 창작이 아니다. 자신도 모르게 영계와 교류를 하고, 그것이 형상화되었던 것이다. 필자 역시 언젠가 기도수행 중 저승길을 구경한 적이 있었다. 광활한 어둠의 공간을 지나자 끝없이 펼쳐진 대지에 배추 같은 것이 자라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끔찍한 살육이 벌어지고 있었다.

배추처럼 보였던 것은 사람의 머리였다. 온몸이 땅 속에 묻혀 있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말을 하고 있었다. 그 옆으로는 떡메를 짊어진 살기등등한 귀졸들이 눈을 부라리고 돌아다녔다. 잠시라도 말하는 것을 멈추는 순간 떡메는 사정없이 머리통을 박살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뇌수와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머리통이 박살난 순간 그 자리에 다시 머리가 솟아나왔다. 그리고는 다시 쉴 새 없이 말을 이어나갔다. 궁금했다. 도대체 여기는 어디이며, 이들은 누구인가? 순간 옆에서 소리가 들려 왔다.

“여기는 지옥이오. 이들은 생전에 그 잘난 세 치 혀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기만하고 농락했던 성직자들이오. 종교적인 힘을 악용한 그들의 죄는 무엇으로도 씻을 길이 없소.”

영혼과 과학, 그 야릇한 관계에 대하여

사람은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간다. 흙이 만들어 내는 생명은 언젠가는 다시 흙으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순환적이고 짧고 덧없는 게 생명이다. 그러나 그것은 육체만을 생명의 전체로 보았을 때의 말이다. 육체 속에는 과학이 도무지 알 수 없는 그 무엇이 존재한다. 바로 영혼이다.

영혼은 인간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다. 사람이 죽으면 영혼은 육체를 떠나 지하 세계로 들어간다. 죽은 자의 영혼은 산 사람의 영혼만큼 무수히 많으며 가끔 현세에 나타나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언하기도 한다. 영혼은 신의 속성을 가지고 창조되었기 때문에 육체의 힘으로 파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