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케네디’ 오바마 인맥 잡아라

정치권 미국에 시선집중

2008-11-10     선태규 기자

미국 44대 대통령에 당선된 버락 오바마와 직간접적으로 닿는 한국 정치인은 얼마나 될까. 오바마 민주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자, 한국 정치권에서는 때 아닌 ‘오바마 줄 대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미 간 현안 해결의 효율성을 찾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그러나 중앙정치 경험 4년 만에 대통령에 당선된 오바마인지라,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끈’이 닿는 뚜렷한 인사를 찾는 데 어려워하고 있다. 여야의 ‘오바마 인맥전쟁’ 한가운데로 들어가 봤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2004년 상원에 입성, 중앙무대에서 활약한 기간이 짧고 중심인물도 아니어서 직접 닿는 국내 정치 인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오바마 당선자의 대선캠프,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의 인맥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의 배경이다.

최근 여야 의원들의 인맥 찾기 움직임은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인맥까지 활용 분주

우선 한나라당에서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인 박진 의원이 거론된다. 박 의원은 오바마는 아니지만 조셉 바이든 민주당 부통령 당선자와 수십 차례 만난 인연이 있다. 김영삼 정부 때 청와대 비서관으로 대통령 통역을 담당하며 만난 이해관계를 꾸준히 이어온 것이다. 또 바이든의 핵심참모이자 차기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로 거론되는 프랭크 자누지와도 막역한 사이다.

당 대변인인 한국 시티은행 부행장 출신의 조윤선 의원은 재무장관 출신으로 오바마 캠프에서 경제정책 작성에 기여한 로버트 루빈 시티그룹 고문과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하버드대 로스쿨 동문인 홍정욱, 고승덕, 강용석 의원 등은 학맥을 통해 오바마 진영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진하 의원은 오바마 당선자의 국방정책을 자문해 온 윌리엄 코언 전 국방장관, 로버트 아인혼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 부소장 등과 인연이 깊다. 미 조지타운대에서 수학한 경력의 윤상현 의원은 오바마 당선자의 외교자문역인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와 친분이 두텁다. 한미의원외교협의회 회장인 정몽준 최고위원도 미국통으로 당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송영길 최고위원이 오바마 당선자와의 인연을 강조해 눈길을 끌고 있다.

송 위원은 지난해 1월 미국 민주당 초청으로 상원 개원식에 가서 오바마와 안면을 텄다고 했다. 그 때 찍은 사진을 웹진에 공개하고 있다. 이후에도 송 의원은 오바마 측근인 아터 데이비스 하원의원 등을 통해 미 민주당 인사들과의 접촉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참여정부 외교통상부 장관 출신의 송민순 의원도 미 민주당 인맥으로 통한다. 지난 정부에서 외교부 장관을 지낸 만큼 미 민주당 핵심인사들과 끈이 닿아 있다는 것이다.

민주정책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김효석 의원과 ‘미국통’을 자임하는 전병헌 의원도 오바마 당선자와 직간접적 인연을 내세우고 있다. 전 의원은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진영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인맥을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새 정부의 한반도 정책이 매들린 울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로버트 갈루치 전 북핵특사 등 김 전 대통령과 인연 있는 인사들로부터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오바마 후보를 지지한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과 친분이 두텁다.

한나라당 한 의원은 “민주당 뿐 아니라 한나라당에도 오바마 진영과 연결된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관계자는 “한번 만난 거 같고 동문인거 같고 인맥으로 가정하는 데 보기에 좋지 않다”면서 “인맥은 거의 없기 때문에 천천히 해결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한미 간 주요 현안에 대해 오바마 정부가 어떤 식으로 다른 정책을 펼칠지 그 대응방안을 연구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철저히 국익에 따라서 움직이는 나라가 미국”이라며 “인맥이 도움이 되겠지만 인맥을 통해 현안을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동석 뉴욕 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은 “오바마에 대해서 어떤 커넥션이나 어떤 사람을 통해서 보다는 미국에 있는 200만 한국계 미국 시민들의 정치력을 결집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고 안전하고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외교 전문가이자 영문 외교 월간 ‘디플로머시’의 임덕규 회장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에는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고 대표적인 사람이 미 하원 예결위원장인 찰스 랑겔”이라며 “그는 6·25참전 용사 출신이고 한국을 굉장히 좋아하며 LA 흑인폭동 때도 한인과 관련된 문제를 전면에 나서서 해결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외교라는 건 그 나라 국민들이 선택한 지도자를 존중하는 것이고 양국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인맥이 있고 없고는 크게 중요치 않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특히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이 바뀌어서 한미 간 현안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란 우려가 있다”면서 “그러나 외교 정책의 근본은 바뀌지 않는 것이고, 외교는 원래 비교적 초당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대통령 만나는 임덕규 회장의 시각

임 회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교정책이 달라진다면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며 “정당에 따라 덜 중요하고 더 중요하고의 차이는 있겠지만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오는 14일 미국 워싱턴에서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참모진과 간담회를 가질 계획이며, 정치권에서는 박진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여야 의원단이 17일 미국을 방문해 오바마 진영과 접촉할 예정이다.

한나라당 차원의 방미 특사는 정몽준 최고위원, 당 국제위원장인 전여옥 의원, 윤상현 의원 등을 중심으로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