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특집 ③] ‘거리두기 3단계 격상’ 비상 시나리오 해부
‘올 스톱’ 되지만 경제적 여파 생각한다면 서둘러 강행해야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지난주 연일 1000명대를 기록하면서 정부가 향후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이다. 지난 8일부터 이달 28일까지 수도권 지역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5단계로 격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신규 확진자 수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3단계 기준인 ‘전국 800~1000명’을 충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적용이 예상되는 가운데, 일요서울은 격상 시행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앞으로의 상황을 정리해 봤다.
정부 “3단계는 아직”… 전문가 “3단계 시행, 사태 해결에 도움 될 것”
지난 18일 기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1062명을 기록했다. 누적 확진자 수는 4만7515명으로 늘었다. 최근 1주일 확진자 발생 추이를 보면 향후 확산세는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1~17일까지 신규 확진자 수는 689명→950명→1030명→718명→880명→1078명→1014명→1062명 등으로 하루 평균 927명 이상을 기록했다. 이달 초만 하더라도 400∼500명대였던 신규 확진자 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한 지 2주도 채 되지 않아 1000명대로 급격히 치솟았다. 이는 이미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기준인 ‘전국 800~1000명’을 평균치로도 충족한 셈이다.
연일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하면서 방역 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당분간 확진자 수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확산세를 꺾을 특단의 조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위한 내부 검토에 돌입했지만 사회가 ‘올 스톱’이 돼야 하는 만큼 신중론을 보이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8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거리두기가 3단계로 상향되면 약 200만 개에 달하는 영업장과 시설들이 문을 닫거나 운영에 제한을 받게 된다”며 거리두기 3단계 격상 관련 판단을 유보했다.
2.5단계 → 3단계 어떻게 달라지나
사회적 거리두기 마지막 단계인 3단계는 현재로선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거리두기 최고 단계에 해당한다. 최대 202만 개에 달하는 시설이 문을 닫거나 운영이 제한된다. ‘셧다운’에 준하는 조치다.
2.5단계에서는 50인 이상의 모임·행사가 금지됐지만 3단계로 격상되면 10인 이상의 모임·행사가 금지된다. 무관중 경기였던 야구, 축구 등 스포츠 경기도 전면 중단된다. 의료기관, 마트, 편의점, 음식점, 장례식장, 고시원 등 필수시설 외의 모든 다중이용시설(50만 개 이상) 영업 역시 중단된다. 여기에는 현재 2.5단계 조치로 영업이 중지된 클럽 등 유흥시설 5종과 방문판매 등 직접판매홍보관, 노래방, 실내스탠딩공연장, 실내체육시설에 더해 결혼식장, 영화관, 공연장, PC방, 오락실, 독서실, 스터디카페, 놀이공원, 미용실, 백화점 등도 문을 닫아야 한다.
재택근무도 필수인력 일부를 제외한 사실상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의무화된다. 필수인력은 치안이나 국방, 외교, 소방, 우편, 방역, 방송, 산업안전 등 일부 공적 영역이 해당된다. 민간기업·기관에서도 필수업무 인원을 제외한 인력에 대해선 재택근무를 해야 한다. 2.5단계에서 특별조치로 집합금지 명령을 받은 학원을 비롯해 실내외 구분 없이 모든 국공립 시설의 운영도 중단된다.
다만 어린이집을 포함한 사회복지시설은 휴관이나 휴원이 권고되지만 긴급 돌봄 서비스는 유지된다. 학교 수업의 경우 원격수업으로 전면 전환되고, 종교 활동은 1인 영상만 허용된다. 기존 2.5단계처럼 음식점은 밤 9시 이후 포장·배달만 허용되고 카페도 영업시간과 관계없이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다.
코로나19 해결하려면 3단계 조치 필요
3단계는 전국적 조치이기 때문에 개별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단계 조정은 불가능하다. ‘전면 봉쇄’를 의미하는 3단계가 적용되면 막대한 사회·경제적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서둘러 3단계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황이 길어질 경우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기 때문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소비 및 투자의 감소로 인해 소상공인들이나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며 “스스로를 보호하기 어려운 이들이 가장 큰 피해를 받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조치를 취하기전에 피해를 크게 받을 사람들을 어떻게 한정된 자원으로 보호해 줄 수 있는지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 교수는 또 “비전문가 입장에서는 3단계로 격상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전염병 전문가들은 경제적 여파를 염려해 이 문제를 경제정책자들에게 미루고 경제정책자들은 전염병 전문가들에게 서로 문제를 미루는 경향이 있다. 더 큰 경제적 여파가 생기기전에 전문가들의 의학적 판단을 바탕으로 3단계 결정을 강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 또한 기존 3단계 조치보다 강화한 대책을 마련해 신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기존 3단계는 해외의 강도 높은 봉쇄 전략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아 격상 후에도 효과가 적을 수 있다고 보고 강력한 3단계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이 꼽는 3단계의 빈틈은 식당 관련 방역 조치다. 전국의 고위험 다중이용시설 130만5668개 중 식당과 카페는 85만2310개(65.3%)로 가장 많다. 하지만 최종 3단계에서도 식당은 집합금지 예외 시설에 해당한다. 8m²당 1명의 인원 제한만 지키면 오후 9시까지 매장 내 영업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3단계 적용 시점에선 식당도 매장 내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봉쇄 조치의 효과가 입증된 나라에서는 식당, 카페를 집합금지하고 식료품점, 약국, 병원만 문을 열었다. 바깥에는 경찰, 소방, 의료진 등 사회 필수 기능 요원만 돌아다니면서 거리 두기 효과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의 뉴욕, 프랑스 등 해외에서는 가장 강력한 거리 두기 단계에서 식당에 집합금지 명령을 내리게 돼 있다.
다만 정세균 국무총리는 “국민의 호응과 참여 없이는 거리두기 자체가 공허한 조치인 만큼,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며 “치밀하게 준비하되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시점에서 과감하게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우선 현재 거리두기 단계를 제대로 이행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에서 모든 행정력을 투입해 사회적 실천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상황에 따라서는 3단계 격상도 신속하게 결단해야 하기 때문에 관계부처와 지자체, 전문가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