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초대석] 백양사 주지 무공스님, "코로나? 잠깐 멈추고 한번 쉬면서 이로움을 생각할 때"
“서로간 위로‧격려 필요한 시점···합심하면 코로나 이겨 낼 것”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한국 조계종 8대 총림 전, 5대 총림으로 손꼽히던 백양사에서 지난 4월 신임 주지가 취임을 했다. 바로 무공스님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어려움 속, 총림 해제라는 우여곡절을 겪은 백양사는 과연 현재 어떤 모습일까. 일요서울은 전남 장성의 백양사 주지 무공스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백양사의 전통, 우여곡절, 코로나19 상황 속 시민에게 전달하는 메시지 등을 들어봤다. 다음은 지난 9일 서면 인터뷰를 통해 나눈 무공스님과의 일문일답이다.
특이한 백양사 사명, 사연은?···백양사 제1경은 무엇일까
- 소개를 부탁합니다.
▲ 저는 지난 4월4일 대한불교조계종 제18교구본사 교구장으로 취임한 백양사 주지 무공이라고 합니다. 18세에 출가해 백양사 승가대학과 중관유식대학원을 수료, 운수행각으로 제방선원을 두루두루 돌면서 안거를 지내다 보니 모르는 결에 홍안소년이 환갑을 넘긴 노인이 됐습니다.
한 고인께서 말씀하신 소년이로학난성, 일촌광음불가경이라는 문구가 가슴에 와닿는 요즘입니다. 허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활발한 청춘의 헐떡임도 좋았으나 근래 나이 들어 느끼는 황혼의 고적함이 산사의 겨울과 어우러져 더욱 마음을 차오르게 합니다.
- 겨울 산사가 고요해 보입니다. 현재는 동안거 기간이 아닙니까.
▲ 맞습니다. 지금은 곱던 단풍도 다지고 사람들의 발길도 거의 끊어지는 시기입니다. 음력 10월 보름날부터 스님들은 겨울 동안거 정진에 들어가게 됩니다. 백양사도 운문암 선원부터 큰절에 이르기까지 산내 모든 암자 대중들이 3개월동안 바깥출입을 삼가고 오로지 자신의 본분사를 해결하기 위해 정진하고 있습니다.
- 지난 4월부터 주지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어려운 점은 없습니까.
▲ 스님들의 일상은 예불과 공양 운력이 기본입니다. 계절 따라 산색이 변하고 바람이 달라 수행자도 옷을 바꿔 입습니다만 본분의 일은 일여합니다.
한동안 백양사의 청정수행가풍이 흐려져 분별과 시비가 일어나고, 불법수행과 중생교화의 역할을 온전히 다하지 못한 점이 있습니다. 현재 백양사 대중은 물론 모든 문도들이 합심해 ‘수행 제일 백양사’, ‘모범제일 백양사’의 전통을 되살리기 위해 일심으로 정진하고 있습니다.
- 백양사는 풍광이 아름답다는 평을 많이 듣습니다. 스님이 보는 백양사 제1경은 무엇입니까.
▲ 백양사의 제1경은 뭐니 뭐니 해도 쌍계루와 쌍계루에 비친 백학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쌍계루에 관한 제영시가 240여 점이라고 하니 가을 붉은 단풍과 어우러진 쌍계루 풍경은 대한 8경의 명성을 얻을 만합니다.
또 백양사 진입로 아기단풍과 갈참나무 그리고 비자나무숲은 백양사의 볼거리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약사암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답답한 마음을 훌훌 털어버리는 데 최고일 것입니다.
- 백양사에 가서 꼭 봐야 할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겠습니까.
▲ 백양사와 내장사의 가을 단풍은 전국에서 최고로 아름답다 할 것이니 꼭 보셔야 하고, 봄에는 아기단풍 새싹이 돋아나는 모습과 대웅전 앞 ‘고불매(古佛梅)’라 불리는 매화를 봐야 합니다. 이 나무는 수령이 350년인데 아름다운 담홍색 꽃과 은은한 향기를 피우는 홍매(紅梅)로서 천연기념물 제486호로 지정‧관리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백양사의 자랑은 기도가 영험해 속성취하고, 고요하고 청량한 기운이 샘솟는 최고의 수행도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극락전 부처님은 보물로 지정되시었고, 대웅전 앞마당에서 보이는 깎아지른 듯한 백학봉의 기상을 느끼고 가셔야 합니다. 대웅전 뒤 부처님 사리탑은 꼭 참배하셔야 합니다. 정기가 맑아지고 지혜가 총명해질 뿐 아니라 소원을 원만성취하실 것입니다.
- 백양사의 가풍 또는 승풍은 무엇입니까.
▲ 백양사는 한국불교의 선교율맥을 지켜온 호남불교의 중추 도량이라 할 수 있는데 더불어 임진왜란, 정유재란, 갑오농민개혁 때에는 역사와 민중의 고난에 함께 해온 전통이 있습니다. 또한 근대에 백양사를 중창하신 만암스님은 민족교육의 산실인 광성의숙을 설립하였고, 1930년 중앙불교전문학교(동국대 전신) 초대 교장을 역임하셨습니다. 해방 후에는 광주 정광학원(정광중고등학교)를 세워 사회교육에도 적극 참여하였습니다.
모든 대중이 솔선해서 불사를 짓고 스스로 정한 청규를 엄격히 지키며 마을 사람들을 위해 취로사업을 비롯 사회교육사업을 펼친 만암스님 가풍을 사람들은 목양가풍이라고도 합니다.
- 백양사의 사명도 특이합니다. 어떤 사연이 있습니까.
▲ 백양사는 백제 무왕 때 신라승 여환스님이 창건했다고 합니다. 처음 사명은 백암사였는데, 고려시대 중연스님께서 정토법문을 선양하기위해 정토사라 했고, 백양사라 불린 것은 조선 선조 당시 환양스님 때부터입니다. 현재 산내암자인 약사암 위쪽에 영천굴이라는 기도터가 있습니다.
환양선사가 설법하는 데 수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는데, 그중에 하얀 양이 내려와 스님의 설법을 들었다고 합니다. 7일간 계속되는 법회가 끝난 날 밤 스님의 꿈에 흰 양이 나타나 ‘나는 천상에서 죄를 짓고 양으로 환생했는데, 이제 스님의 설법을 듣고 다시 환생해 천상으로 가게 됐다’며 절을 했다고 합니다. 이튿날 영천굴 아래에 흰 양이 죽어있었고, 그 이후 절 이름을 백양사라 불렀다고 합니다.
- 백양사를 호남불교 고불총림도량이라고 하는데 무슨 뜻입니까.
▲ 총림은 숲의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서 자라면 굽지 않고 곧게 자라듯이 여러 수행자를 함께 탁마하고 경책하며 불도를 닦는 도량이라는 뜻입니다.
만암스님이 1947년에 식민지 불교 청산과 민족정기의 함양, 승풍의 진작 등을 목표로 해 전라도 20여 사암 및 포교당을 포함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총림이라고 할 ‘湖南古佛叢林(호남고불총림)’을 결성하였습니다만 현재는 출가자 감소 등 총림도량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총림 해제의 운명을 맞이하고 말았습니다. 큰 스님들과 문도스님, 백양사를 아끼는 여러 불자님들께 송구하고 죄스러운 마음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 코로나 속, 사찰 운영 상황은 어떻습니까.
▲ 우리 대한불교조계종의 모든 사찰은 코로나로부터 불자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고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당국에 적극적으로 협력해 법회 등 모든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신행활동이 이뤄지지 않는 관계로 사찰 운영상 어려움이 참으로 큽니다. 비대면 법회 등을 준비하고 실시해야 하지만 현재 사찰들의 현황은 인적 물적 인프라가 많이 부족한 현실입니다. 유튜브 법회 등 비대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만 불교인구 구성상 비대면 활동은 매주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고민이 큽니다. 현재 종단적 차원에서 다각적인 방법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 코로나 블루(코로나 우울) 상황에 대해 국민들에게 어떤 말씀을 드리고 싶나.
▲ 사람은 서로 만나 대화하고 감정을 나누면서 살아야 합니다. 지금 대부분의 국민들이 몸도 마음도 위축되고 힘든 상황입니다. 우리 모두 서로서로에게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우리가 합심해서 방역에 협조하고 확산 방지에 협력한다면 코로나를 이겨내는 개인적, 사회적 저항력도 생기고 치료제도 백신도 곧 보급되어 코로나 상황을 이겨내리라 생각됩니다.
마음의 우울감을 해소하기 위해 절에서는 염불을 합니다.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약사여래불 등을 생각하고 소리 내서 부르는 것입니다. 그리고 생각을 그치고 마음의 변화를 지켜보는 명상도 좋습니다. 마음에 찌꺼기가 쌓이지 않고 기운을 상승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또 가벼운 108배 절하기 운동은 생기를 북돋아 주고 기분을 좋게 합니다.
- 코로나 정국 속 사회 갈등과 양극화 등으로 인해 국민들의 피로감과 불만이 늘고 있습니다. 국민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면.
▲ 세상은 갈수록 욕구가 다양해지고 이해관계도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갈등도 더욱 첨예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데 코로나까지 우리를 힘들게 합니다. 마음을 고요히 하고 우리 자신의 삶을 돌아봅시다. 코로나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반성 없이 너무 빨리 달리는 현대문명에 경고를 주고 있습니다. 청정하고 자비로운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잠깐 멈추고 한 번 쉬면서 모두를 이롭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분명히 답을 찾을 것이며, 우리는 더욱 성장해 있을 것입니다. 모두 힘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