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계간지 ‘광장’발행 노림수
‘이해찬 광장’친노 결집 싱크탱크 되나?
2008-10-28 선태규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 2.0’ 사이트를 공개한 데 이어 친노핵심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최근 계간지 ‘광장’을 창간하면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 전 총리가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법인 ‘광장’이 발행하는 이 잡지는 주요 현안들에 대해 개혁 및 진보 진영의 시각과 정책 대안을 제시하게 된다. 특히 이 잡지는 진보진영 전체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는 ‘원대한 목표’를 꿈꾸고 있다. 보수 MB 정권에 맞서는 진보진영 전체의 방향타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 전 총리가 대선 수순을 밟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 전 총리가 광장을 통해 다시 정치의 중심에 설 수 있을까. 관심사를 따라가 봤다.
이 전 총리는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중앙보훈회관 강당에서 계간지 ‘광장’ 창간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정계와 학계인사 300여명이 참석했다.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얼굴을 드러낸 이 전 총리는 여전히 날카로운 어조로 현 시국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민주개혁 세력의 진로를 제시했다.
이 전 총리는 “KBS사장 해임 사태와 YTN 기자 대량해고 사태 등을 보면서 ‘이것이 바로 야만이구나’라고 느꼈다”면서 “이런 일련의 일들은 민주주의 토대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적 통치나 권위주의 통치체제 속에서는 시장경제가 흔들릴 수밖에 없으며, 민주주의 토대가 사라지면 시장경제를 흔드는 불신의 뿌리가 깊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공개석상서 MB정부 비난
이 전 총리는 금융불안과 관련, “지난 10년간 우리가 2600억 달러의 외환을 쌓아놓지 않았다면 ‘정말 나라가 절단 날 뻔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이런 소중한 외환보유고를 정부가 시장개입을 통해 야금야금 소진했고, 정부의 외환정책으로 아무도 시장을 믿지 않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 전 총리는 ‘사회대통합’과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소신을 밝힌 뒤 이 기조 속에서 대안을 제시하고 진로를 모색하는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해찬의 ‘광장’은 지난 3월 말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폭넓고 지속가능한 성장, 모든 국민의 풍요로운 삶의 실현’이라는 기치를 걸고 재단법인 ‘광장’이 출범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4월말 여의도 사무실 개소식에서 이 전 총리는 “진보세력이 정책적 대안 제시 역량을 갖지 못하면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것”이라며 “여당의 총리를 하면서 중장기 목표를 공동으로 모색하지 못해 국가적 손실을 겪는 게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고 연구재단 ‘광장’ 설립 이유를 밝혔다. 신창 창당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 전 총리는 “나라의 총리까지 한 사람이 그런 일을 하겠느냐”며 “개혁적 입장에서 국가적 진로를 찾는 데 노력하겠다”고 답변했고, 10월 중순 계간지 ‘광장’을 창간하기에 이른 것이다. 소통을 화두로 내건 계간지 광장은 월 2회 이슈브리핑 배포, 공공정책 연구아카데미 개설, 토론 및 강연회 등을 통해 정책 개발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활동을 통해 ‘광장’은 진보진영 전체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나갈 전망이다.
광장의 조상호 연구실장은 “민주당이나 친노세력에 국한하지 않고, 진보진영 전체의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며 “언론, 국회, 정당, 전문가 등에게 현안과 관련한 구체적 방향을 제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해찬계인 윤호중 전 의원은 “이 전 총리가 광장을 시작한 이유는 진보개혁 진영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펼치기 위한 것”이라며 “정치조직이라기 보다는 연구자, 정책과 관련한 참여정부의 인사들로 면면이 구성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광장’이 ‘민주주의 2.0’과 함께 친노세력의 재결집의 ‘장’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이 전 총리가 대권 수순을 밟아가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추측도 고개를 든다.
정치권에 따르면 ‘싱크탱크’를 기반으로 한 정치세력화는 미국의 모델과 맞닿아 있다. 미국의 신보수주의를 대표하는 ‘네오콘’ 그룹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PNAC)’라는 싱크탱크를 만들어 클린턴 정부의 외교정책 등에 대해 집중 공격하며, 재집권을 준비했다.
독자세력화를 꿈꾸고 있는 친노세력이 ‘광장’을 중심으로 이 같은 재집권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광장 한 관계자는 “광장 설립이 이 전 총리의 대선 수순으로 볼 수도 있지만, 광장 내에서 논의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밝혔다.
이해찬 대선출마 관측도
정치권에서도 이 전 총리의 ‘대권 후보론’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다소 우세한 상태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전 총리처럼 이념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고, 지역갈등을 유발시킬 수 있는 사람은 더 이상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전 총리는 소신이 세서 안티세력이 많고, 대치국면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앞으로는 통합의 시대가 되어야 하며, 그에 걸 맞는 인물이 적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전 총리의 민주화에 대한 헌신성, 유능함, 풍부한 행정경험, 소신, 타협을 모르는 솔직함, 부족한 대중성을 상쇄하는 시대정신 등은 여전히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또 고향이 충남 청양이라는 점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다.
이 전 총리의 등장으로 진보진영에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어 닥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