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강증산의 유언
미륵탄생공사서
2011-03-15 기자
용화는 현무경 한 장을 반듯하게 펴고 네 모서리를 책으로 단단히 고정했다.
“‘기초동량(基礎棟梁)’으로 시작하는 이 유서는 일명 ‘감결문(甘結文)’ 또는 ‘미륵탄생 공사서’라고 합니다 ‘미륵탄생 공사서’는 ‘단주수명서(丹朱受命書)’와 같은 날 작성된 상제님 친필 유서입니다. 단주수명서 끝줄에 있는 갑진(1904)년 10월 8일에 증산 상제, 수제자 김형렬, 김형렬의 셋째 딸 말순 세 사람이 함께 수행하고 공증하는 형식의 공사였죠. 이 공사를 보았다는 것은 이미 여러 책에 기록된 내용입니다. 단지 이 것이 두 장이었고 그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던 것뿐이지요. 말순의 14세 초경의 기운을 받아 천지공사의 음양조화를 맞추고 유불선이 하나 된 미륵을 포태 시켰고, 19개 중요한 글자에 혈을 찍어 감초처럼 중화시켰습니다. 그래서 미륵탄생 공사서를 일명 ’감결문(甘結文)‘이라 하는 겁니다.”
용화는 물 만난 고기처럼 신이 나서 한 자 한 자 짚어가며 파죽지세로 해설해나갔다.
『기초동량(基礎棟梁)
천지인신 유소문, 문리접속 혈맥관통(天地人神 有巢文. 文理接續 血脈貫通.)
치천하지대경 대법 개재차서 문이시이 치이도동(治天下之大經 大法 皆載此書. 文以時異 治以道同.)』
“하늘, 땅, 사람, 신이 세 둥지를 만드는 나뭇가지처럼 문장을 이루니, 그 문의 이치를 서로 접속하면 혈맥을 관통하여 흐른다. 천하를 다스리는 대경전과 대법이 그 문에 실려 있으며, 문의 표현은 쓰는 때에 따라 다를지라도 천하를 다스리는 도법은 한결같다.”
“…….”
“여기 분명히 천문을 서로 접속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지요. 천문 5장이 모두 합해야 온전한 뜻이 나옵니다. 상제님께서 때가 오기 전까지 천문을 숨기려고 퍼즐처럼 여러 장에 찢어 놓은 것입니다. 이것을 전체로 통합해서 해석하지 못하고 낱장으로 부분적 해석하면 헛수고일 뿐입니다.”
『문즉천문 문유색 색유기 기유령 기령불매 이구중리 이응만사(文則天文. 文有色 色有氣 氣有靈 氣靈不昧. 以具衆理 以應萬事.)』
“문이란 천문을 말한다. 그 문에는 색이 들어 있고, 색에는 기운이 들어 있고, 기운에는 영이 들어 있어, 기와 영이 밝게 하며, 이들의 이치가 서로 모여 고루 갖추어져 세상만사에 서로 호응하고 있다.”
『사지당황 재어천지 불필재인 천지생인용인(事之當旺 在於天地. 不必在人 天地生人用人)』
“천지공사의 이루어짐은 하늘의 뜻에 달려 있으므로 반드시 사람이 있어야 함은 아니지만, 하늘과 땅은 사람을 만들었기에 사람을 써서 천지공사를 이룬다. 상제님 가피력이면 뭐든 할 수 있지만 굳이 인간을 내서 천지공사를 도모한다고 하셨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하고 구체적인 사람은 바로 미륵입니다.”
『천지지용 포태양생욕대관왕쇠병사장(天地之用. 胞胎養生浴帶冠旺衰病死葬)
원형이정 봉천지도술 경수인시(元亨利貞 奉天地道術 敬授人時.)』
“천지에서 사람을 쓰는 법도는 영혼을 태에 깃들게 하여, 낳아 기르고, 씻기고 가르치며, 청년으로 기운을 왕성하게 하고, 늙어 병이 들고, 죽어 땅에 묻히는 것이다. 이를 인생 12지법이라고도 합니다. 우주 사계의 원리이자 도수인 원형이정의 천지도술을 받들라. 하늘이 그때를 알려주리니 인간들은 공경히 받으라. 여기에 천문을 세상에 공개하는 때가 올 것이라고 이미 예언하고 계십니다. 그때가 바로 오늘 칠월칠석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불지형체 선지조화 유지범절 천문 음양 정사(佛之形體 仙之造化 儒之凡節. 天文 陰陽 政事.)』
“미륵은 불도의 형체를 하고, 선도의 조화를 부리고, 유도의 범절을 갖추었으니, 그 모든 음양정사가 천문에 들어 있다.”
『수천지허무 선지포태(受天地虛無 仙之胞胎.)
수천지적멸 불지양생(受天地寂滅 佛之養生)
수천지이조 유지욕대(受天地以詔 儒之浴帶)』
“천지로부터 허무의 기운을 받아 선도의 기운을 포태시키고, 천지로부터 적멸의 기운을 받아 불도의 기운을 성장시키고, 천지로부터 유도의 기운을 받아 목욕시켜 범절을 가르친다.”
『관왕(冠旺)
도술 허무 적멸 이조(兜率 虛無 寂滅 以詔)
감결(甘結)』
“가장 왕성한 관왕의 운세로 도솔 기운, 선도 허무 기운, 불도 적멸 기운, 유도 이조 기운을 하나로 모아 이 공사를 결재한다.”
조기자와 지천태의 눈과 귀는 용화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녔다. 그런데 차법사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이방인처럼 혼자 차를 마시며 때론 눈을 지그시 감고 유유하게 앉아 있었다. 용화의 해설은 청산유수였다.
“다음은 단주수명서입니다.”
“단주가 무슨 뜻입니까? 단전(丹田)과 비슷한 건가요? 아참, 아까 사람이라고 했던가요?”
조기자가 아는 체했다.
“네, 단주는 사람 이름입니다. 단주(丹朱)는 인류 최초로 원한 맺혀 죽은 영혼이지요.”
“인류최고 원한 맺힌 영혼이요?”
“최초의 귀신이구만…….”
조기자의 말에 용화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증산 상제께서는 지상에 선경세계를 건설하시기 위하여 맨 먼저 하셨던 일이, 바로 인류 최초로 원한 맺혀 죽은 요임금의 아들 단주를 현세에 해원상생시켜 전생에서 못 다한 일을 성취시키고자 하신 것입니다. 단주가 왜 원한이 맺혔는지 아시나요?”
“글쎄요? 제가 알기로는 천하의 패륜아라는 것 뿐이…….”
“그래서 원한이 사무쳐 있는 겁니다. 사실과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죠. 단주는 대동세계를 만들려는 큰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간신배들의 모략으로 왕위를 농부인 순에게 빼앗기고는 천추의 한을 품고 죽은 역사상 실존인물입니다. 그 모함이 풀리지 않고 수천 년간 후세에 이어지자, 상제께서는 단주의 원한을 풀게 함으로써 이로부터 맺힌 원한의 마디를 풀게 하시려는 계획을 가지시고, 맨 먼저 단주를 비롯하여 수많은 신명들을 현세에 상생시켜 해원토록 하신 것입니다. 그래서 현재 단주의 신명은 사람으로 태어나서 우리나라에 숨어서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지요.”
“그 때가 언제인가가 문제인가요?”
“맞습니다. 상제님께서는 이 분을 가장 먼저 해원하셨습니다. 그래서 현세의 미륵으로 환생하게 했습니다.”
“그럼 현생의 미륵이 전생의 단주란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단주가 미륵이지요. 앞으로 우리나라가 천하의 대중화국(大中華國)이 되므로 우리나라에 태어나서 천하(天下)를 다스리는 일을 성취하도록 거대한 해원공사를 보신 겁니다. 책에 보면 하루는 종도인 박공우가 도통(道通)을 간절히 원하자, 상제님께서 ‘때가 오면 내가 도통을 먼저 대두목(大頭目)에게 주어서 그 두목(頭目)이 천하의 도통군자를 거느리고 각기 닦은 덕목의 대소에 따라 모두 도통케 하리라’고 하셨습니다. 그 대두목이 미륵입니다. 장차 그 분이 금산사 미륵불로 출세하여 한반도에 출현하게 될 대시국(大時國)의 초대 대통령으로 등극하게 될 터인데, 그렇게 함으로써 단주의 해원이 되는 것입니다.”
조기자는 수첩에 ‘단주’라고 적었다.
“결론을 너무 일찍 말했군요. 처음이라 믿기지 않으실 테니 차근하게 천문의 도수를 풀어보겠습니다.”
증산 선생 유서
용화의 해설은 거침이 없었다.
『증산 선생유서(甑山先生遺書)』
“단주수명서라고 불리는 이 유서는 상제님의 친필유언인데 본래 제목이 없었지요. 김형렬 선생이 주관했던 종교단체에서 이 유서를 베껴 쓰고 증산 선생 유서라고 쓴 것입니다.”
지천태가 호기심 가득 찬 눈으로 물었다.
“한 날 한 시 한 곳에서 쓴 것치곤 문장 길이에서 차이가 크네요?”
“해설을 모두 듣고 나면 알겠지만 문장 길이만 차이가 있지 핵심 내용은 같습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상제님 이력이 앞에 더 붙고, 결정적으로 각각 천지도수(天地度數)가 다릅니다.”
“천지도수(天地度數)요?”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