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장편소설 제 20 회 천문 : 영본시대

3장. 경천동지(驚天動地)

2011-01-18      기자

세계는 금전(金戰) 중-2

“중국이 관련되어 있는 뜻이요?”

조기자는 물 만난 고기처럼 눈빛이 펄펄 살아있었다.

“중국이 슈퍼노트(Supernote)를 북한에다가 하청을 주었어.”
“네? 슈퍼노트?”

슈퍼노트란 진짜 화폐와 다름없을 정도로 극히 정밀하게 만들어진 미화(美貨) 100달러권의 위조지폐를 말하는 것이다.
화들짝 놀라는 조기자의 표정이 재미있다는 듯 차법사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슈퍼노트를 만들어 공장은 북한에 지은 거지. 만약 발각될 때를 대비해 발뺌을 하려는 중국의 음흉한 속셈이었지. 그런데 북한에서 호락호락하지 않고 배달사고를 일으켜 중국과 갈등이 생긴 거야.”
“배달사고는 또 뭐유?”

조기자는 메모하던 펜을 멈추고 차법사를 빤히 쳐다보았다.

“외화가 모자란 북한이 위조 달러를 빼돌린 거지. 분노한 중국 지도부가 북을 응징하고 북 지도부를 물갈이하려했는데, 미국이 알아채고 용천 정보를 미리 주는 바람에 실패한 게지.”

참으로 믿을 수 없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조기자는 더 이상 질문을 던지지 못했다.

“그만큼 북한은 중국의 영향권 아래 있다는 거야. 3대 가는 부자가 없다고, 이제 북한은 위기 중의 위기지. 김정일은 김일성처럼 주석이 아니고 국방위원장이지 않은가. 이미 친중 집단체제로 넘어간 지 오래야. 단지 중국은 미국 때문에 노골적으로 국경선을 변경할 수가 없을 뿐이지.”
“증거가 있나요? 용천 사건의 증거.”
“글쎄……. 그렇게 말하면 나야 할 말 없지 뭐. 내가 안테나가 좀 별난 것 이외에는.”
“형님을 못 믿는 다기 보다는 너무 경악할 일이라서 그라지라.”
“그런 생각도 무리는 아니야. 그런데 그건 놀랄 일도 아닐세. 중국은 미국을 돈으로 사려고 하니까.”
“네에? 그건 또 무슨 말씀이요?”
“미국 국채의 30%이상 사들인 게 중국이야. 만약 일거에 미 국채를 팔면 어찌 되겠는가.”

너무나 뻔 한 일이었다.
“미국 정부가 파산하겠죠.”
“맞아. 최근 미국이 금융공황상태로 빠진 이유 중에 하나도 중국 때문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아.”
“중국이 미 국채를 팔았나요?”
“히든카드를 초장부터 빼들 순 없지. 환율을 이용했어.”
“환율? 달러 환율 이런 거 말이죠?”
“중국 정부의 고정환율제 때문에 환율전쟁에서 중국이 미국에 판정승했지.”
“환율전쟁?”
“미국의 핫머니는 거의 투기 자금인데, 미국의 무리한 파생상품이 핫머니와 연결되어 있어. 핫머니가 담합하면 우리나라 97년도 IMF같이 국가 하나를 지불 불능상태로 만드는 건 식은 죽 먹기지. 해당국가의 신용도가 땅에 떨어질 때 달러 가치는 치솟고 그 이익은 핫머니의 먹이가 되는 거지. 이미 남미도 그렇게 쑥대밭이 되었었네. 미국 핫머니도 중국에서 그러할 심산이었는데 중국에선 그런 일을 미리 막았어. 미국이 아무리 고정 환율을 자율 환율로 바꾸라고 해도 눈 하나 꿈쩍 안 하는 게 중국이야.”
“음, 놀랄 노자네. 형님이 이렇게 세계경제와 국제정세에 해박할 줄은 몰랐소.”
“칭찬으로 듣겠네. 어쨌든 중국은 압력을 가하는 미국에게 되레 카운터펀치를 날렸지.”
“흥미진진하네요. 뭐요, 그 카운터펀치가?”
“중국이 고정 환율을 유지하고 국내 활동하는 외국 핫머니를 대대적으로 단속하기 시작한 거야. 핫머니가 묶이자 미국 본토의 자금경색이 심해졌지. 그게 파생상품의 연쇄 붕괴를 일으켰고, 미국 본토의 개인 신용 붕괴까지 이어진 거라고 보네.”
“아, 그러고 보니 생각나네. 미·중 정상회담 때 미국 관리가 중국에 고정환율제를 풀라고 한 외신을 본 적이 있소. 형님 말 듣고 보니 정말 ‘금전시대’가 실감나오. 아시아 통화에, 위조지폐에, 미 국채에…중국은 미국의 눈엣 가시것소.”
“여기에 하나 더 얹어야지.”
“또 무엇을?”
“중국은 달러 도전뿐 아니라 벌써 군사적 주도권에도 발 벗고 나섰다고.”
“아따, 군비 경쟁이라믄 미국은 이골이 났지라. 구소련을 KO시키고, 지금도 대륙간 탄도 미사일이 수천 개가 대기하고 있는데.”
“그럴까?”
“그럴까라뇨?”
“톤당 수천 불 하던 몰리브덴 값이 몇 년 사이에 8만 불 가까이 치솟았어.”
“갑자기 몰리, 그 몰리 뭐라 혔소? 알아듣지도 못하것네.”
“군사무기 만드는 몰리브덴. 텅스텐과 함께 대표적인 전략 광물이지. 희토류라고도 하지.”
“그런 게 있었나. 암튼, 그란디요?”
“중국의 몰리브덴 매장은 세계 최고수준이야. 그런데도 전 세계 몰리브덴 광산을 싹쓸이했어.”
“모자라서 그런 게 아니라 전략적으로 독점하려고 그런단 말이시.”
“뿐만 아니라 자국 몰리브덴은 갑자기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지. 그 의도가 뭐겠나?”
“못된 심보구마. 상대방은 발을 묶고 자긴 뛰겠다는 거잖소.”
“그렇지. 그런데 하필 거기에 북한이 관련되었어.”
“북한? 와요?”
“북한 몰리브덴 매장량이 상당하거든. 핵발전의 원료인 우라늄 매장량도 세계 최고지. 북한의 지하자원 매장량이 7천조 원에 이른다더구먼.”
“아하, 그놈들을 중국에 팔았구나!”
“그래. 미국은 몰리브덴이 부족한 반면 북한은 전략 광물을 중국에 판 거야. 왜 중국이 북한의 뒤를 봐주겠나? 이념의 동질성? 천만에. 먹을 게 있다는 거지. 싸우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북한에 대한 미국의 심기가 편할 리 없지.”
“미국에겐 중국과 북한이 정말 웬수겠고마.”
“잘 알다시피 미국에게 전쟁은 비즈니스의 일부야. 석유자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걸프전이 필요했잖아. 미국은 중국의 팽창을 막기 위해, 그리고 희귀전략광물 확보 때문에라도 한반도를 소홀히 할 수가 없어.”
“한반도가 국제분쟁이 일어날 정도로 자원의 보고인 줄 꿈에도 몰랐소, 형님.”
“옛날 같으면 무연탄, 석회석, 철광석이 주요광물이었지만, 시대가 바뀌었지. 이제 희토류가 총애를 받는 때가 된 거지.”
“아따, 그야말로 <아바타>가 따로 없구만.”
“갑자기 무슨 <아바타>?”
“아따 형님도. 영화 <아바타>도 모르요? <아바타>에서도 희귀 광물을 차지하려는 못된 지구인과 토착민들이 서로 전쟁하는 줄거리 아니오.”
“허허허, 그런가.”
“그래서 미국이 취한 조치가 뭐요?”
“아, 그 얘기하다 딴 길로 샜지. 조기자는 중국의 아킬레스건이 무언지 아는가?”
“글쎄요. 아킬레스건이라…….”
“대만이야.”
“대만이요? 이것도 금시초문인디.”
“그래? 중국도 알고 보면 분단국가야. 나중에 한번 공부해보게. 중국과 대만의 관계. 대만이 얼마나 대륙을 견제할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최근 미국이 대만에 최신무기를 팔았구나.”
“미국은 중국의 분열을 원하고 있어.
“미국이 달라이 라마를 초청한 것도 중국의 독립분열을 가속시키기 위해서죠.”
“그렇지. 이제야 감을 잡는군. 가장 고비가 내년이야. 6·25동란 60주년이 되는 경인년.”
“경인년이요?”
“백호 경인년은 왕좌를 겨루는 해지. 미국의 엄포에도 중국이 고분고분하지 않으면 결국 어떻게 되겠나?”
“혹시, 전쟁?”
“미국은 10년에 한번 전쟁을 해서 전쟁무기 재고를 털어야 하는 국가인데, 그동안 너무 쉬었어. 무기가 너무 녹슬었어. 이란이나 아프카니스탄이 화약고라고 하지만 동북아도 그에 못지않지.”
“에이, 그래도 어떻게 명분도 없이 중국을 칩니까?”
“스위치 하나면 되지.”
“스위치?”
“잘 알다시피 남북 휴전선은 언제 건 한방에 터질 수 있게 되어 있어. 만약 남북이 한판 붙으면 어찌 되겠어?”
“…….”
“북한에 전쟁이 나면 중국이 자동 개입한다는 북한과 중국의 조중조약을 맺어있고, 정전 당사자중에 하나도 중국이야. 남한의 전시작전권은 미국에게 있지. 언제든 한 방이면 한반도는 전쟁이 가능한 시스템이네. 시작은 한반도겠지만, 결국 남북한은 미국과 중국의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지. 국제정세라는 게 60년전 미·소 대리전인 6·25때와 다를 게 없어.”
“설마…….”
“과연 설마인지 미국이 개입했던 베트남전, 6·25전쟁의 발발 직전 사건들을 한번 공부해 보라고. 어떻게 전쟁이 시작되었는지. 그래서 경인년 남북 경계선이 위태위태해.”

조기자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래도 기삿거리로는 애매한데…….”
“왜?”
“증거가 있는 게 아니라 법사님 예측일 뿐이잖소.”
“하긴 그래. 믿거나 말거나지, 뭐.”

사실 차법사가 종종 천기누설에 가까운 미래예언을 턱턱 했지만 대중들에겐 너무 황당하여 받아들여지지 않아 말하지 않는 것과 같은 결과로 나타나기 일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