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길진 법사 구명시식 실화 소설 제19회
3장. 경천동지(驚天動地)
2011-01-11 기자
“예언이란 신비한 눈이 아니라 천하대세를 읽은 도라고 해두자고. 도의 입장에서는 예언이라기보다 조짐이라는 말이 더 정확할 게야. 참, 우리말에 철부지란 말이 있지. 철모르는 사람 할 때 ‘철’이 무언지 아는가?”
“사시 사철할 때 계절이란 뜻 아닙니까?”
“맞아. 계절이란 뜻이야. 춘하추동. 우리나라는 사철이 뚜렷한데 일본이나 남북극, 열대지방 사람들은 철이 뚜렷하지 않거든. 그래서 자연의 음양오행을 설명해도 알아듣지를 못하니까 ‘철을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했던 데서 유래했네. 철을 모르면 눈이 와도 맨발로 뛰쳐나가는 꼴이지.”
“…….”
“철이란 작게는 4계절이지만 크게는 우주의 철을 말하네. 결국 철을 모른다는 말은 우주의 이치도 모른다는 게지. 지구에 계절이 있는 것처럼 크게는 우주에도 철이 있고 작게는 한 사람에게도 철이 있지. 철의 변화를 ‘운(運)’이라고 하고.”
“지금 우리나라의 철을 말하는 겁니까?”
“그렇지. 이제 좀 감을 잡는군. 그 때가 도래하고 있네.”
“때라…….”
“헌데 조심할 게 있지. 독불장군은 없네. 특히 우리는 중국과 일본과 혈연적 인연으로 엉켜 있네. 우리나라의 국운은 동아시아 전체의 국운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지.”
“혈연적 인연?”
“지금은 한·중·일·몽고·러시아로 나뉘어져 있지. 그 옛날 고조선, 고구려, 신라, 백제, 왜, 당 등으로 국명을 달리 했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는 한 핏줄의 형제였네. 단군의 자손들이지. 그러니 서로 아옹다옹 싸우지.”
“웬수가 아니라 형제였다고라?”
“싸움도 인연이 있어야 하는 게야. 사람도 그렇지만 국가도 인연이 없으면 어떻게 서로 얼굴을 마주대고 밀고 당기고 그러겠나. 주고받는 과보가 얽혀서 그런 게야.”
“…….”
“본래 대륙의 주인은 우리 조상인 동이족(東夷族)이었지. 단군의 후예. 100일 구명시식은 국조 단군왕검을 비롯하여 나라를 세운 분들을 기리며 새롭게 열리는 시대에 국운을 받기 위한 국혼 불어넣기라고 할 수 있네.”
“국운이라고 하셨는데, 동아시아에 큰 변화가 예견됩니까?” “지금 대륙은 중국이 차지하고 있지만, 그 중국의 국운이 얼마나 갈 것 같은가?”
“중국은 미국을 대체할 떠오르는 슈퍼 파워 아닙니까? 이제 막 떠오르는 태양이라고나 할까요.”
“내가 보기에 떠오르는 해가 아니라 지는 해 같은데.”
“예에? 지는 해라고라?”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중국이 아시아의 맹주가 될 것이며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임을 예상하고 있지 않던가.
“조기자가 청나라를 연구한다니 나보다 중국의 역사를 더 잘 알거야. 중국은 대륙에서 통일된 나라의 평균 지속기간이 얼마나 된다고 보는가?”
“글씨요? 한 100년?”
조기자는 자신 없다는 표정이었다.
“진시황도 20년을 못 넘겼어. 춘추전국시대, 수나라, 당나라 등 수많은 제국이 꽃처럼 피고 졌네. 그런데 그 평균 유지 기간이 60년도 못 넘겼네.”
“생각보다 짧구만이라.”
“쌍둥이도 세대차이가 난다는 요즘 아닌가. 중화인민공화국은 올해로 60년 되었지. 꽤 장수한 셈이야. 모였으니 이제 흩어지는 게 자연의 이치, 즉 도리가 아닐까. 이제 중국은 옛 소련처럼 통일에서 분열의 길로 들어선 거야.”
“60년이란 건 평균치 통계수치일 뿐이고, 그렇다고 중화인민공화국이 그처럼 된다는 보장은 없죠.”
“구체적인 증거라……한번 보자구. 예전에 법륜공(法輪功) 수련자가 중국 공안으로부터 대대적
인 탄압을 당한 거 기억하지?”
법륜공은 1992년 중국 리훙즈가 창시한 기(氣) 수련법 또는 수련단체인데 법륜공 수련자 수가 공산당원의 수보다 많은 1억 명이 넘어가자 외신은 중국정부가 법륜공 수련자 수십만 명을 36개 이상의 노동수용소에 보냈고, 고문으로 3000명 이상의 목숨을 빼앗았으며, 2000년부터 2005년까지 4만여 건에 달하는 장기를 법륜공 수련자로부터 적출하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해서 티벳트 사태, 최근의 위구르 사태가 발생하여 독립을 요구하는 소수민족 수천여명 이상이 암암리에 목숨을 잃었네. 이제 독립이란 말만 나와도 중국군대와 공안이 출동하네. 이렇게 첩첩이 원한이 쌓이면 별 수 없지 않겠나.”
“중국이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 있긴 하죠. 주변국가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학자들을 동원해 역사왜곡을 해가며 동북공정을 강행하고, 백두산에서 조선족을 쫓아내고 비행장을 건설하고 있으니까요.”
“백두산을 건드리는 것 패착 중에도 큰 패착이지. 배달민족의 영산을 건드렸으니 큰 대가를 치를 거야. 중국 공산당은 이제 토사구팽(兎死狗烹)이야. 굶주린 대륙을 중국 공산당이 해결한 건 사실이지만, 사냥철이 지났는데 어쩌겠나. 사냥개는 잡아먹어야지. 13억 인구를 하나의 이념으로 언제까지 묶어 둘 수 있다고 보는가. 인터넷, 휴대전화로 정보가 마음대로 날아다니는데 어떻게 일당독재로 인간의 자유를 통제할 수 있겠어. 손으로 공기를 잡겠다고 공기가 잡히겠나. 앞으로 중국이 살려면 옛소련처럼 분열이 불가피해질 거야.”
“그러면 남북통일은 바로 중국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는 뜻입니까?”
“중국의 야심은 상상을 초월하지. 그들은 세상을 중화(中華)로 만들겠다는 거야. 여기에 외적 변수를 넣으면 그림이 더욱 확실해지지.”
“외적 변수요?”
“응, 외적 변수.”
잠깐의 침묵이었지만 조기자는 진득하니 기다리지 못했다.
세계는 금전(金戰) 중-1
“외적 변수라면…….”
“미국이야.”
“미국?”
“버젓이 미국과 유럽이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 중국을 가만 놔두겠어. 아편전쟁, 청일전쟁 같은 대외전쟁에 중국은 이겨 본 적이 없어.”
“…….”
“예전엔 냉전(冷戰)이었다면, 지금 세계는 ‘금전(金戰)’중이야.”
“금전은 뭡니까?” “돈의 전쟁이란 뜻이지.”
“돈 전쟁?”
“미국이 슈퍼파워인 이유가 뭐겠나?”
“군사력 아니것소. 엄청난 핵무기와 첨단무기들.”
“무엇보다 ‘달러’가 아닐까?”
“아, 달러!”
“세계 기축통화 역할을 하면서 달러를 무한정 찍어낼 수 있는 나라는 미국뿐이지.”
“군사력보다 달러가 더 막강한 무기이긴 하죠. 전문가들도 미국의 핫머니가 세계를 움직인다고 했거든요.”
“역시 기자라서 이해가 빠르구먼. 소련을 비롯한 공산주의가 무너지자 중국은 고심했지. 어떻게 하면 미국을 꺾고 슈퍼 파워가 될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선택한 게……뭐라 생각하나 조기자는?”
“에이 참 형님도. 결정적일 때 꼭 그러시네. 기자가 그걸 알면 취재하겠소. 이거 감질나게 너무 가지고 노는 거 아니요?”
“허허허. 내가 그랬나. 그래도 고급정보인데 좀 생색을 내고 싶은데.”
“이럴 땐 형님은 꼭 장난꾸러기 같다니까.”
“알았어, 알았어. 중국이 택한 건 달러에 대적할 통화를 만드는 거였어. 지구의 20%를 차지하는 15억 인구가 못할 건 없다고 본거지. 아시아를 위안화로 지배하는 거였어.”
참으로 놀라운 발상이었다. 자본주의를 맹렬히 비난하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미국보다도 더 지독한 자본 중심주의를 계획하고 있다는 게 조기자로서는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이미 미국을 견제하는 여러 조치를 했어. 처음엔 달러를 교란시키기 위해 달러 위조지폐를 찍었지.”
“예? 그런 뉴스는 금시초문인데?”
“진실과 현실은 다르지. 용천사건이 이와 관련 있어.”
이른바 ‘용천 폭발사고’는 2004년 4월 중국에 인접한 용천에서 강력한 열차 폭발로 50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이다.
사건 직후 북한은 평소와는 다른 반응을 보여 전 세계 이목을 주목 시켰다. 신속하게 남한을 비롯해 공개적으로 전 세계에 구호의 손길을 요구한 것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사고 직후 당시 북한에서 2인자 장성택이 즉시 구금되었다가 얼마 뒤 풀려났고, 한동안 김정일의 행방도 묘연했다.
반 김정일 세력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린 전형적인 사건이기에 철저한 외부차단이 예상되었지만, 용천사건에 대해서만은 이상하리만치 개방적으로 구호와 취재활동을 허용했었다.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국제사회의 개입을 요청했던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