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력왕 백수, 하룻밤 일곱 기생을 취하다

2008-01-31     주정훈 기자

경상도 산청에서 함양으로 넘어가는 길은 산세가 험하고 여러 위험요소들이 곳곳에 있어 오가기 힘들었다.

어느 화창한 봄날, 진주관아의 기생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걸음을 재촉해도 모자랄 판에 봄꽃이 완연한 넓은 들판으로 놀이 나온 유람객마냥 분내 풍겨가며 꽃들과 미를 겨루느라 기생들은 제 시간에 목적지에 도
착하지 못하고 날이 어두워 한 주막에 묵게 되었다.

주막은 준령의 중턱에 자리 잡아 고개를 넘는 행인들이나 엽부(獵夫)들이 간혹 머물다가는 외딴 주막이었다.

일곱 명의 기생들이 주막에 들어 간단히 요기를 하고 한방에 들었다.

기생들이 여장을 풀고 삼삼오오 엉켜 누워 저마다의 얘기꽃을 피우는데 옆방에서 호탕한 기백의 사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보게 주모, 오늘은 손님이 꾀나 들었네 그려.”

“칠선녀가 우리 주막에 머물고 있지요.”

주막 노파의 목소리였다.

기생들은 자신들이 칠선녀에 비유된 기분 좋은 소리에 저마다 함박웃음을 머금고 못다한 얘기를 다시 나누었다. 그때 사내의 불길한 목소리에 모두가 말문을 닫고 귀를 쫑긋 세웠다.

“여긴 산세가 깊고 인적이 뜸해 예전부터 산적이 들끓던 곳인데, 어찌 아녀자들만 이 고개를 넘어가려는지 모르겠네 그려.”

“밤에 넘으려는 것도 아니고 내일 낮에 넘을 것인데 별일이야 있겠어요.”

“예끼 이 사람아. 자넨 어찌 옛일을 그렇게 빨리 잊는 게야.”

사내의 호통이 들려왔다.

“예전에 내가 무관의 자리에 있었을 때 한꺼번에 산적들이 주막으로 달려와 위협한 일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나으리, 그 때 나으리께옵서 그 산적 두목을 죽이지 않으셨습니까, 하물며 그 두목이 살아 돌아온들 오늘 나리께서 이렇게 버티고 계신데 어찌 두렵다하
겠습니까.”

“그렇다 하더라도 산중에 숨어 암컷에 굶주린 놈들이다 보니, 분명 분 냄새를 맡고 올 것이야!”

사내의 걱정 어린 목소리가 들리자 기생들은 잔뜩 겁을 집어먹었다.

밤이 깊어가자 불안에 떨며 억지 잠을 청하는데 기생들은 잠은 오지 않고 멀뚱멀뚱 눈동자만 굴릴 뿐이었다.

와장창 밖에서 누군가가 부셨는지 그릇 깨지는 소리와 발소리가 요란하게 났다.

기생들은 하나같이 벌떡 일어나 한곳에 모여 부둥켜안고 벌벌 떨었다.

“이렇게 마냥 떨고 있을게 아니라 옆방 사내에게 우릴 지켜 달라 부탁해 보는게 좋을 것 같은데 어떠니?” 한 기생이 말하자 다들 동조하며 고갤 끄덕였
다.

“네 이놈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들쑤셔 놓는 것이냐, 내가 네놈들의 두목을 밴 장군이니라. 나와 대적하고 싶다면 흔쾌히 대적해 줄 것이다.”

밖에서 들리는 사내의 우렁찬 목소리에 기생들은 조금씩 안도했다.

“누구냐 누가 나와 대적 할 것이냐. 나서거라. 나서지 않을 것이면 썩 물러가거라.”

사내의 호통소리가 들리다 이내 주막에서 멀어지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이제 산적들이 물러갔나보우.” 한 기생이 안심하듯 말을 뱉었다.

벌컥 빗장을 걸어두었던 방문이 열리자 기생들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뉘시오?” 그중에 담이 큰 한 기생이 물었다.

“전 밖에 계신 장군님의 종입니다.” 노구의 종이 대답했다.

“근데 여긴 왜 들어온 것이요?”

“장군님께옵서 산적 놈들이 곧 다시 들이닥칠 것이라 하여 아씨들이 한 곳에 계시면 그 만큼 위험타하니 한 분씩 주막 여기저기에 몸을 숨겨두라 하였습니다.”

기생들이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말이 일리가 있었다.

한 곳에 여럿이 모여 있다보면 한꺼번에 잡혀 갈 것이 분명하고 흩어져 숨어 있으면 만약 장군이 당하더라도 산적들이 한두 명만 찾아내 물러 갈 것이라 생각했다.

기생들은 서둘러 옷가지를 추슬러 종이 시키는 대로 한 사람씩 주막의 곳곳에 숨었다.

늙은 종은 기생들을 모두 숨겨놓고 방에 있던 사내에게 달려가 기생들이 숨은 위치를 알려주었다.

사내는 옆방에 숨어 있던 기생에게 갔다.

달빛도 숨어버려 더욱 어둑어둑한 방안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던 기생이 누군가 들어오는 인기척에 화들짝 놀라며 방안 깊숙이 물러났다.

“뉘..뉘시오?”

“나요. 내 당신을 지켜주고자 이렇게 찾아왔소?”

어둠속에서 자신에게 다가오며 들리는 목소리는 분명 옆방 장군의 목소리였다.

“나으리. 정녕 나으리께옵서 절 지켜주고자 하시옵니까.”

기생은 너무도 감격스러워 왈칵 눈물이 쏟아지려 했다.

사내는 기생에게 다가가 와락 끌어안았다. 기생은 사내의 억센 팔 힘을 느끼며 사내의 품에 깊이 안겼다.

옷고름이 풀어헤쳐지고 치마가 스르르 흘러내리고 기생은 사내의 늠름한 양물을 온 몸으로 느끼며 그렇게 녹아들었다.

질퍽한 한바탕의 방사가 끝나고 기생은 안심하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고 사내는 옷을 추슬러 입고 밖으로 나갔다.

사내는 종이 일러준 데로 기생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운우의 기쁨을 맛보았다.

기생들은 하나 같이 거부하지 못하고 기쁨에 눈물겨워하며 몸을 허락하였다.

그리고 계명(鷄鳴)에 날이 밝았다.

기생들이 잠에서 깨어나 간밤의 무사함에 서로를 위로하는데. 여윈 말을 타고 늙은 종과 함께 주막을 나서는 백발의 늙은이가 보였다. 간밤에 자신들이 의지하였던 사내라고 믿기에는 너무나 초라한 몰골에 기생들은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우리가 저 늙은 도적놈의 협잡에 놀아난 것이라니!” 한 기생이 자조하듯 혀를 찼다.

“근데 저 늙은인 힘이 왜 그렇게 좋은 게야. 내 생전 어제와 같은 경험은 처음인데.”

툇마루에 앉아 백수를 쳐다보던 기생이 말하자 모든 기생이 일순간 툇마루의 기생을 쳐다보았고 기생들은 백수의 정력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