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꾀로 기생을 후리다
조선 성 풍속사 제49화
2008-01-23 주정훈
잔꾀가 많은 지방관원이 한양으로 출장을 오게 되었다.
지방의 하급관료다보니 늘 박봉에 시달리며 맘 편히 술 한 잔 하기도 빠듯한 처지였다.
이런 형편에 여색을 누린다는 것은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한양에 가면 물 좋다는 한양기생은 내 제다 후리고 오리다하고 동료들에게 큰 소리쳤거늘… 이 볼품없는 몰골로 기생집을 찾는다면 기생을 만나기는커녕 집 앞에서 문전박대 당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인데…’
관원이 침울한 얼굴로 한참을 고민하는데 좋은 꾀가 떠올랐다.
먼저 관원은 주막에 들러 술을 옷에 바르고 주모에게 이름난 기생집이 어디냐고 물었다.
주모는 관원의 행색을 위 아래로 훑으며 도리질 쳤다.
“망신당하고 싶지 않음 여서 술이나 더 잡슈.”
“이보게 주모 내 꼭 알아야하니 좀 가르쳐주게나.”
관원이 애원조로 수차례 더 묻자 가르쳐주었다.
우여곡절 끝에 기생집을 찾아 간 관원은 일부러 공첩을 허리에 찬 후 술이 취한 척 집 앞에 쓰러졌다.
한참을 그렇게 쓰러져 있는데 집 안에서 인기척이 들렸고 수발 여종과 대문을 나서던 기생이 쓰러진 관원을 보게 되었다.
“초저녁부터 웬 거지가 남의 집 대문을 막고 퍼질러 누웠는지…”
여종이 신경질적인 어조로 중얼거리며 관원을 흔들어 깨웠다.
관원은 인사불성인양 뒤척일 뿐 일어나지 않았다.
“개똥어멈 저 사람 허리춤에 삐죽 튀어나온 것이 뭔가?”
기생이 호기심 어리게 물었다.
여종이 허리춤의 종이 뭉치를 꺼내 기생에게 건넸다.
기생이 찬찬히 종이 뭉치를 살펴보니 공첩이 분명했다.
이에 기생은 여종을 시켜 관원을 안으로 모시게 했다.
“아씨 이 사람을 정말 안으로 들이실 참입니까?”
여종이 의아하게 물었다.
“내 오늘 봉을 잡은 게야. 어찌 굴러온 복을 차버릴 수 있겠는가. 호호호”
기생은 관원을 뜯어 먹을 생각에 기뻐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잠든 척 하고 있던 관원을 기생이 흔들어 깨웠다.
“나으리 그만 일어나셔서 소녀의 술잔을 받아보시어요.”
“여기가 어디요?”
관원이 모르는 척 의아하게 방안을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소녀의 집입니다.”
“내 어찌 여기 있는 것이오?”
“나으리께옵서 집 앞에 쓰러져 계시기에 소녀가 방으로 모셨사옵니다.”
“그 마음은 고맙게 받겠소만 난 그만 가 보아야겠소.”
“어찌 그냥 가시려 하옵니까?”
“내일 대궐에 진상할 많은 공물을 다시 확인해야하니 이렇게 한가하게 있을 여유가 없소.”
관원이 나가려 일어서자 기생이 말렸다.
“나으리 벌써 야심한 시각이오니 오늘은 여기서 묵고 가시어요.”
관원이 거절하면 거절할수록 기생은 더욱 집요하게 관원을 붙잡았다.
이리하여 관원은 못 이기는 척하며 기생의 집에 머물게 되었다.
밤은 깊어가고 은근하게 술기운이 감돌자 기생의 노랫가락은 운우를 갈구하는 여인의 신음처럼 관원의 귓가를 자극했다.
관원이 술상을 밀어내며 기생을 와락 끌어안았다.
기생의 가느다란 팔과 짤록한 허리가 뱀처럼 관원을 휘감았다.
앞섶을 풀어헤치며 기생의 봉긋한 가슴에 얼굴을 묻고 혀끝을 널름거리자 엷은 신음이 간간히 터져 나왔고 단단해진 유두가 저고리를 뚫을
듯 불거져 나왔다.
“서방님 서두르지 마시어요.”
기생이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에 관원은 요동치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정신을 차렸다.
“이보게 좀 더 자극적인 방법으로 운우의 정을 통하는 건 어떤가?” 관원이 넌지시 물었다.
“자극적인 방법이라니요?” 기생이 갸우뚱했다.
“내 자네에게 방사의 진맛을 보여주자고 함이네.”
관원은 기생에게 무명 한 필을 가져오게 했다.
그리고 가져온 무명을 대들보에 묶어 그네처럼 만들고 기생의 옷을 모조리 벗겨 그네에 앉혔다.
기생은 관원의 행동을 의아해 했으나 자신도 방사의 진맛을 느껴보고자 하는 동물적 본능에 이끌려 말없이 따랐다.
관원이 옷을 벗고 기생의 앞에 앉아 미끈한 다리를 애무하기 시작했다.
기생은 처음으로 경험하는 자극에 연신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관원은 점점 황홀경에 도취되어가는 기생의 두 팔을 늘어뜨린 무명 그네에 묶었다.
그네에 실려 살랑살랑 흔들리는 기생의 가느린 몸은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무릎을 세워 기생의 다리 사이에 자신의 솟아오른 양물을 드리우자 칼집에 들어가는 칼처럼 정확하게 기생의 음부와 합쳐졌다.
그렇게 그네에 실려 왔다 갔다 하니 기생은 넋을 잃고 아주 즐거워했다.
실컷 희롱하고 난 관원은 황홀경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기생의 음부에 불을 붙인 초를 꽂고는 눈치 채지 못하게 줄행랑을 쳤다.
초가 거의 다 타들어가자 그때서야 뜨거움에 기생이 정신을 차렸다.
방안을 둘러보아도 관원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당황한 기생은 불이야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이웃들과 집안의 종들이 일어나 우왕좌왕하며 불이 난 곳을 찾아 헤맸지만 찾을 수 없었다.
여종이 황급히 기생이 소리 지르는 곳으로 달려가 방문을 열어 젖혔다.
기생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고 은밀한 곳에 꽂힌 초는 거의 다 타들어가고 있었다.
여종이 기생을 풀어주고 연유를 물으니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