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성 풍속사 <제41화>

2007-11-22      
간통(姦通)남의 도주(逃走)를 도운 의로운(?) 아내

조선중기의 무장으로 효종 때 왕의 신임을 얻어 북벌(北伐) 준비의 선봉에 섰던 이완(李浣) 대장군은 백성들의 존경과 칭송을 한 몸에 받았고 연암 박지원의 한문소설 ‘허생전’에도 등장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그의 젊은 시절 이야기는 문헌과 민간에 구전으로 많이 회자(膾炙)되어 전해지고 있는데, 그 중에 부럽기 그지없는 이야기가 있어 소개코자 한다.

나이 스물이 넘어 무과에 급제한 이장군은 만포첨사(滿浦僉使)가 되어 외지에서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며 여러 달을 보낸 어느 날이었다.

장군이 말을 타고 만포주변의 인근 마을들을 유람하듯 둘러보다 한 마을의 냇가를 지나쳐 갈 때였다. 냇가에 나와 빨래하던 한 여인을 보곤 장군은 말에서 내려 빨려들듯 그 여인을 멍하니 쳐다보게 되었다. 빨랫감들이 물 밖으로 튀어나오며 일어나는 물보라에 의해 여인의 곱고 가녀린 모습이 모호하고 오묘하게 장군의 마음에 투영되어 젊고 혈기왕성한 가슴을 흔들어 놓았다.

빨래를 마친 여인을 따라 향하던 길은 이름 모를 들꽃냄새와 여인의 풋풋한 향내로 어우러진 구운몽(九雲夢)의 석교(石橋)였다.

여인이 어느 여염(閭閻)집으로 들어서고 나서야 장군은 말고삐를 놓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중천의 해가 서산으로 붉게 물던 제 꼬리를 다 감추어 갈 때까지 돌로 쌓은 담벼락 너머에서 여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던 장군이 용기를 내어 싸리문을 열고 여염집 마당으로 들어섰다.

“계시오?”

“뉘 시온지요?” 여인이 연기가 피어오르는 부엌에서 나오며 물었다.

“지나가는 객이 온데, 물 한잔 얻어 마시고자 들렀소이다.”

여인은 다소곳이 웃으며 부엌으로 들어가 사발에 물을 떠와 장군에게 내밀었다.

장군은 여인의 가냘픈 손목을 낚아채며 자신의 품에 끌어안았다. 땅에 떨어진 사발은 물을 쏟아내고 땅을 구르다 장군의 가죽신발에 부딪히며 멈췄다.

“대체 이게 무슨 짓입니까?” 장군의 품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던 여인이 다급하게 물었다.

장군은 말없이 여인을 번쩍 안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쉔네는 상것이지만 혼례를 치르고 한 지아비를 섬기는 여인입니다... 이러...”

여인의 애원에도 장군은 개의치 않고 여인의 치마와 저고리를 한 겹 한 겹 벗겨냈다.

순식간에 여인은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되었다.

물오른 죽순마냥 단단하게 솟아오른 장군의 양물이 여인의 옥문을 거칠게 파고들자 여인의 미약한 저항도 멈추었다.

한바탕의 음희(淫戱)가 거친 호흡과 함께 잦아들고 나서야 장군은 말문을 열었다.

“내 마음이 내 마음이 아니었소. 단지 그댈 안아야 한다는.”

여인이 스스로 장군의 품에 안기자 더 이상의 말은 잇지 않았다.

그 날 이후, 장군은 밤마다 그 집에 가서 남편이 없는 틈을 타 방사(房事)하고 돌아오곤 했다. 하루는 여인과 호합하려 알몸으로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데, 여인의 남편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장군은 옷을 챙겨 입을 겨를도 없이 알몸으로 봉창을 뚫고 달아났다.

뒤늦게 알아차린 여인의 남편이 낫을 챙겨 들고 장군을 쫓았다.

몇 리를 뛰어 어느 마을의 골목에 이르러 작은 집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게 된 장군은 무작정 방문을 열고 뛰어들었다.

방안에는 한 젊은 부인이 바느질을 하고 있다가 알몸으로 식은땀을 흘리며 부들부들 떨고 있는 장군의 모습과 들려오는 낯선 사내의 발악에 찬 목소리를 듣곤 무덤덤한 표정으로 펼쳐져 있는 이불속으로 들어가 숨으라 했다. 장군은 염치불구하고 이불속으로 들어가 숨죽이며 부들부들 떨었다. 이윽고 여인의 남편이 밖에서 집안사람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인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여인의 남편과 얘기하는 목소리가 간간히 들려왔고 이내 주위는 바람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한참 후에야 부인이 방으로 들어와 뭔가를 챙기는 듯한 소리가 났다.

“선비님 이제 나오셔도 괜찮습니다.” 부인이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장군이 이불속에서 나오니 머리맡에는 남자의 옷가지와 도포가 놓여있었다. 장군은 말없이 옷을 입고 방문을 나서 밖으로 나와 참으로 담대한 부인이라 생각하고 곧바로 떠나지 않고 한동안 근처에 숨어 집안의 동정을 살피는데, 부인의 남편으로 보이는 추위에 몸을 움츠린 젊은 사내가 방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사내는 춥다고 하며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부인 왜 이렇게 이불이 축축이 젖은 것이오?”

부인은 간밤에 겪은 일들을 남편에게 숨김없이 얘기했다.

“부인 내 옷을 입혀 보낸 것은 잘한 일이지만, 그 선비가 이 추운 밤에 맨몸으로 쫓겨 왔으니 얼마나 배가 고팠을 것이오. 따뜻
한 밥과 술한잔 대접하여 보냈다면 더 좋지 않았겠소.”

하고 사내가 아쉬워하자 부인은 미처 거기까지 생각지 못했다며 사내에게 미안해했다.

장군은 부부의 대화를 다 듣고도 불이꺼지는 것을 본 후에야 집으로 돌아왔고 그 날의 일을 두고두고 잊지 못했다.

훗날 장군은 대장이 되어, 그 종사관(從事官)으로 있던 장붕익(張鵬翼)과 한가로이 술잔을 기울이며 지난날 어떤 부인에게서 입은 은혜를 얘기했다.

얘기를 듣던 장공은 놀라면서 그 때 그 부부가 바로 자신이라 장군에게 말했다. 장군은 감탄하며 장공의 손을 잡고 은혜를 갚게 된 것을 기뻐했고 두 사람은 망년지우(忘年之友)가 되었다.

이 설화는 효종 때 무신으로 정승의 반열에 오른 이완대장과 영조 때의 무신으로 형조판서와 훈련대장을 지낸 장붕익을 결부시켜 구성한 음행 관련 창작설화이다. 1674년 영면한 이완대장과 1674년 태어난 장붕익대장은 결코 만날 수 없었던 인물로 설화의 창작자는 두 인물의 기개와 호방함을 결부시키고자 하였던 것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