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성 풍속사 <제40화>

2007-11-15      
여장남자의 음행 (女裝淫行)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옛 문헌집에 몸집이 가냘프고 얼굴이 여자같이 생긴 남자가 여자로 변장해 사대부가의 부인네들과 어울려 같이 잠자리하며 음행한 기록을 어렵잖게 찾아 볼 수 있는데, 이들은 몸집이 작고 얼굴은 예뻤고 바느질과 자수에 능했다고 한다.

지금 시대야 트랜스젠더나 여장 남자에 대한 사회통념이 저마다의 개성과 인격을 존중하며 너그러워지긴 하였지만, 조선시대엔 발각된 대부분이 극형에 처해졌다.

오늘은 여장남자의 음행에 얽힌 설화 몇 편을 묶어 하나의 설화로 재구성하여 소개코자한다.


신영(新迎)이란 한 남자가 10여세 때부터 얼굴이 여자보다 예뻤고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여성스러워 흡사 여자 아이가 아닐까하는 오해를 자주 받으며 자랐다.

신영은 사내의 기질보다 계집의 기질에 마음이 사로잡혀 여자 옷을 즐겨 입었으며, 늘 얼굴에 분을 바르고 다녔고, 한글의 여성필체(筆體)를 익혔으며 바느질과 자수에 능했다.

신영은 변성기가 지났음에도 여성보다 맑고 고운 음성(音聲)을 지녀 사대부가의 부인네들은 그를 늘 곁에 두고 고소설을 읽게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신영은 비구니들과 어울려 절에서 기거하며 불공을 드리는 일을 도왔는데, 절을 찾는 사대부가의 여인들은 하나같이 신영의 외모에 매혹을 느껴 같이 동침하면서 음행을 일삼았다.

이러한 음행사실이 입에서 입으로 안개처럼 번져 신영은 그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고향을 떠나온 신영은 한양과 그리 멀지 않은 어느 마을의 폐가에 정착해 청상과부인양 행동하며 사대부가의 자수와 바느질꺼리를 얻어 생활했다.

바느질 솜씨와 자수가 어찌나 뛰어났던지 사대부가의 여인들은 그를 초청해 자수를 배우기도 했는데, 신영은 남자를 보면 곧 피하고 또 여인들과 함께 자면서 항상 문을 잠그고 잤다.

하루는 한 선비가 신영의 미모에 반해 동침할 계략을 세워 자신의 아내에게 신영과 의형제를 맺게 해서 선비의 집으로 데려오게 했다.

며칠 밤이지나 선비가 아내에게 시키기를 밤에 같이 자면서 변소에 가는체하고 문을 열고 나오라 일렀다.

아내가 나온 사이 선비가 불을 끄고 들어가 신영을 겁탈하려하니 신영이 완강히 저항했다.

선비가 신영의 저고리를 풀어헤치자 분명 가슴이 있어야 할 자리에 사내처럼 젖꼭지만 덩그러니 붙어있어 의아해 생각했다.

치마를 들추어내고 속속곳을 벗겨내니 사타구니 사이 하얀 속살이 드러났다.

짙은 음모의 숲을 헤치고 혀끝을 드미는 찰나였다.

통통한 외음순이 있어야할 곳에서 숲을 뚫고 사내의 음경이 불끈 솟아올랐다.

선비가 기겁하여 벌러덩 나자빠지며 정신을 잃었다. 그 사이를 놓치지 않고 신영은 옷을 챙겨 버선발로 달아났다.

집으로 돌아온 신영은 옷가지 몇 벌만 챙겨들고 또다시 마을에서 떠나야 했다.

세상의 이목을 피해 숨어서 생활하던 신영은 나이 40세가 넘어 사대부가의 자수 선생으로 드나들다가 발각되어 옥에 갇히게 되었다.

이런 요사스런 놈은 하루빨리 없애야 한다고 대간들이 주청했으나 임금은 용서하고 유배시켜 관리하라 명했다.

벌 주어야한다는 빗발치는 상소에 임금은 늙은 중신을 불러 의견을 구했다.

“경은 신영이란 사내의 처결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가?”

이에 늙은 중신은 젊었을 때 읽은 중국의 ‘강호기문(江湖記問)’속의 설화를 예를 들어 얘기했다.

한 비구니가 수를 잘 놓아 어떤 양가에서 처녀를 보내 수놓는 기술을 배우게 했더니 세 달이 지나 그 처녀가 임신을 하게 되었다.

부모가 이상히 여겨 처녀에게 물으니 비구니가 잠자리하는 것 같은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부모가 관가에 고발해 조사해 보니 이 비구니는 음과 양이 모두 없는 불구였다.

관장이 비구니를 무죄방면하려 하니 한 늙은 노파가 말하기를,

“양근 주위에 꿀을 바르고 개에게 빨게 하면 양근이 빠져 나올 것입니다.” 하였다.

노파의 말대로 시행하니 비구니의 숨어있던 양근이 튀어나와 모든 사실이 드러나게 되었고 비구니는 죽음을 면치 못했다.

임금이 늙은 중신의 얘기를 다 듣고는 빙긋이 웃었다.

“경은 지나칠 정도의 억지 해석은 하지 말게나.”

임금은 신영을 참수하지 않고 유배시켜 더 이상 거론치 말라 명했다.


사내들 사이에서 ‘자라목’이란 얘기를 자주 들었을 것이다.

자라목이란 사내의 음경이 피부 속에 파묻혀 잘 보이지 않지만 흥분을 하게 되면 들어나 보이는 음경을 말한다. 아마도 신영은 자라목을 가진 사내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