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성 풍속사 <제35화>

2007-10-04      
사내들의 뻔한 거짓말? 여색(女色)에 관심 없다!

기생 오유란의 유혹을 통해 색(色)을 탐하는 조선시대 양반들의 치부를 풍자한 한문소설 오유란전(烏有蘭傳)과 상호연관 되었을법한 설화가 있어 소개코자 한다.

한마을에 형제처럼 돈독한 두 선비가 살았다. 성년이 되어 두 선비는 과거(科擧) 공부를 위해 집을 떠나 산속 암자(庵子)에서 기거하게 되었다. 김선비는 혼례를 치르고 온 터라 밤이면 부인생각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그럴 때면, 친구인 이선비는 여색을 그리워하는 김선비를 질책했다.

“그럼 자넨 어떤 경우에라도 여색을 멀리 할 수 있단 말인가?” 김선비가 되물었다.

“할 수 있고말고! 난 결코 여색에 빠지거나 유혹당하는 일이 없을 것이네.” 이선비가 호언장담했다.

그날이후, 김선비는 부인생각에 밤잠을 설치는 일이 없었고, 글공부에만 정진해 과거에 당당히 합격하게 되었다. 급제한 김선비가 성천(成川) 부사로 제수(除授) 받아 떠나며, 이번 응시에서는 아쉽게 고배를 마신 친구 이선비를 위로하고 성천으로 갔다. 이후 이선비가 성천을 찾자 부사는 반갑게 맞이하였고 진수성찬을 대접하였으며, 며칠을 강선루(降仙樓)에서 풍악과 기생이 어우러진 잔치를 베풀었다. 이선비는 예전 자신이 장담한대로 기생에게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어느 날 부사는 여러 기생들을 모아 놓고 그 동안의 얘기를 들려주며 누가 나서 자신의 친구를 유혹해 굴복시키면 큰 상을 주겠노라고 말하자, 미색이 출중한 한 기생이 자원했다.

기생은 이선비가 낮이면 강선루에 올라 글을 읽는다는 소문을 듣고 여염집 아낙으로 변장하여 이른 아침부터 강선루에서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냇가에 나가 빨래를 하고 있었다.

여인을 본 이선비는 자신도 모르게 그 분위기에 이끌려 강선루 아래 냇가로 내려갔다. 여인을 가만히 살피니 가느린 얼굴선과 조화된 자태에 그만 넋을 놓고 말았다. 여인은 곧 빨래를 거두고 뒤돌아보지도 않고 가버렸다. 이선비는 여인의 향기에 이끌리듯 그 뒤를 따랐다. 여인이 작은 사립문을 밀치고 들어가 다시 문을 닫으려니 이선비가 사립문을 붙잡고 섰다.

“대체 뉘 시온데, 남의 과붓집 문을 막고 들어오려 하십니까?” 여인이 놀라며 물었다.

“내 그대를 본 순간 온 마음과 정신을 빼앗겨 버렸으니, 내 그대와 사통(私通)치 못하고 이대로 물러서면 난 아마도 제명에 죽지 못할 것 같소.” 이선비가 간절한 어조로 말했다.

“하오나 쉔네는 3년을 수절한 과부로 선비님께옵서 강압으로 훼절(毁節)시키려 하시니, 일시적인 향락으로 그러시는 것이라면 결코 선비님의 뜻대로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 여인이 거절했다.

곧 이선비는 하늘을 두고 맹세하며 절대 버리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애원했다. 이에 여인은 이선비를 맞아들였다. 밤이 되어 두 사람이 알몸으로 마주하니 여인은 선녀처럼 고왔다. 여인의 살결을 만지니 옥구슬을 만지듯 스르르 미끄러졌고, 봉긋하게 솟은 젖무덤을 입술로 탐하니 연분홍빛 유두는 탱탱하게 부풀어 올랐다.

이선비는 여인을 반듯이 누이고 자신의 몸을 포개며 여인의 입술을 훔쳤다. 단단한 양물로 여인의 둔덕을 희롱하니 흑곡은 가랑비를 맞은 듯 촉촉이 젖어들었고 양물은 그 물길에 빨려들어 비로소 호합(好合)을 이루게 되었다. 이선비는 처음으로 접하는 음희(淫戱)의 진맛을 느끼게 되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이후로 여인 곁을 늘 떠나지 않고 함께 있으며 즐기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하루는 한양에서 서신이 와 열어보니, 모친의 병이 위독하여 급히 상경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이선비는 여인에게 빨리 돌아와 데려 가겠다 약속했다. 하지만 여인은 “서방님은 가시면 아니올 것입니다!”하며 눈물만 하염없이 쏟아냈다. 여러 날을 달려 중간쯤 가니 한 사람이 소식을 전해왔다. 모친의 병이 다 나았으니 오지 않아도 된다는 연락이었다. 이선비는 몹시 기뻐하며 한걸음에 내달려 여인이 기다리는 성천으로 돌아오는데, 마을입구 길가에 새 무덤이 있어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마을에 들
어와 부사에게 인사하고는 곧바로 여인의 집으로 갔다.

집에 도착하니 집안은 황량했고 때때로 일손을 거들어주던 이웃 아낙이 툇마루에 앉아 울고 있었다.

“서방님께서 가신 후 산 너머 도적들이 강제로 아씨를 욕보이려 해, 아씨는 목을 매 자결했답니다, 마을 입구의 무덤이 아씨의 무덤입니다.”

이 말을 들은 이선비는 슬픔에 잠겨 그만 철퍼덕 주저앉으며 정신을 잃었다. 깊은 밤에 깨어나 방안에서 울고 있는데, 마당에서 자신을 부르는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어보니 소복을 입은, 분명 자신이 그토록 연모하던 여인이 서있었다. 반갑게 나가 여인을 끌어안으려 하니, 여인은 이승사람과는 서로 접할 수 없다며 뒤로 물러났다. 이에 선비가 부엌으로 들어가 칼을 찾아 들고 나와 자신의 목에 겨누며, “그렇다면 내가 죽어 귀신이 되면 될 것 아니냐?” 이선비가 말을 끝내고 목을 찌려
하자 낮에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입은 웬 시체하나가 마당으로 떨어졌다.

“정녕 서방님은 절 사랑하시는 군요, 낮에 서방님께옵서는 제 죽음의 슬픔을 이기지 못해 급사하였답니다. 이 시체는 분명 서방님의 시체이옵니다.” 여인이 말했다.

“그럼 나 또한 귀신이란 말이냐?” 이선비가 되묻자 여인은 빙긋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선비는 여인을 들어 안고 방으로 들어가 환애(歡愛)했다.

부사가 미리 마을 사람들에게 명령을 내려놓았던 터라, 이선비와 여인이 마을을 나다녀도 보이지 않는 사람 취급했으며 물건을 집어가도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며칠 후 부사가 큰 잔치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 이선비와 여인이 함께 구경 가기로 했다. 드디어 그 날이 되어 이선비가 채비를 차리고 나서려는 할 때였다.

“서방님 우리 옷을 벗고 잔치에 참여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여인이 넌지시 물었다.

“그것도 좋지! 귀신인데 누가 우릴 본다고.”

이선비는 좋아하면서 알몸으로 여인과 잔치에 갔다. 기생들과 어울려 춤도 추고 여기저기 기생의 몸을 만지며 노니, 그곳에 모인 그 누구도 보이는체하지 않았다.

그렇게 질퍽한 놀이에 빠져 있는데, 부사가 들고 있던 부채로 이선비의 등을 쳤다.

“이보게 양반이 대낮에 옷을 벗고 여러 사람 앞에서 이게 무슨 짓인가?” 부사가 웃으며 말했다. 이에 사람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이선비는 그제야 부사의 속임수에 당한 것을 알아차리고 부끄러워 어쩔 줄 몰랐다.

“이게 모두 내 허물이니 내 누구를 원망하겠나.” 이선비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뭘 그러나, 사내라면 누구나 여색을 적당히 즐길 줄도 알아야지, 내 오늘 이렇게 한 것도 자네의 호언장담이 모두 헛것이라 걸 일깨워 주기 위함일세.” 부사가 친구를 위로하며 말했다. 부사 또한 옷을 벗어 친구의 허물을 덮었으며 두 사람의 우정은 죽어 헤어지는 그날까지 오래도록 지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