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성 풍속사 <제33화>
2007-09-19
비지촌(非指村)에 얽힌 설화는 지역과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달리하여 전해져 왔다. 비지촌이 어느 지방에 있는 마을인지는 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하나 한반도 어느 곳에 있는 마을임에는 분명하다. 아닐 비(非), 손가락 지(指)자의 비지(非指) 즉 ‘그 손가락이 아니다’라는 뜻의 비지촌이 왜 이토록 유명해 진 것일까? 그것은 남녀가 어울릴 때면 항시 남자가 여자에게 무언가를 속이거나 거짓말을 많이 해 결국은 여자가 당하게 된다는 얘기에서 유래한 ‘비지촌 얘기가 남 말이 아니다!’는 말에서 그 연유를 찾을 수 있다. 질퍽한 음담이 어우러진 비지촌의 유래를 살펴보도록 하자.
옛날 어느 마을에 부지런한 청년이 살고 있었다. 누에치는 달이면 새벽부터 일어나 이산 저산 돌아다니며 뽕잎을 따다 누에를 먹여도 그 왕성한 식욕을 따
라잡기 힘들었다.
그래서 청년은 여러 날을 고민 끝에 마을 가까이에 있는 한 부잣집 둘레의 뽕밭에서 뽕잎을 따다 나르기로 결심하고, 어느 날 새벽 댓바람에 일어나 큰 보자기를 챙겨 뽕밭으로 향했다. 남의 뽕밭에 들어가 뽕잎을 따는 것은 도둑질이 분명하지만 누에를 먹일 욕심에 약간은 설레고 두렵기도 한 마음으로 뽕밭에 숨어들었다.
뽕밭에 들어서니 큰 뽕나무들 사이로 작은 뽕나무들이 풍성한 잎을 뽐내며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청년은 이 나무 저 나무 옮겨 다니며 한참 뽕잎을 땄
다. 뽕밭 깊숙한 곳에 이르자 뽕나무들은 주변의 다른 나무들보다 크고 잎이 무성하게 자라있어 청년이 몸을 숨기기에도 좋았고, 뽕잎을 제아무리 많이 따간들 표도 나지 않을 것 같았다. 큰 뽕나무에 올라 한참 뽕잎을 따다 나뭇가지 사이로 우연히 밑을 내려다보니, 뽕밭에 사람이 드나든 흔적이 있었다. 작은 나무들의 가지가 꺾이고 휘어져있는 것이 누군가 여기와 노닐다간 흔적임에 분명했다.
‘나 말고도 누가 이 밭에 들어와 뽕잎을 도둑질해간 모양이군,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저렇게 나무를 쓰러뜨리고 가지를 꺾으면 나무를 못 쓰게 되는데, 쯧쯧’ 청년이 혼잣소리로 중얼거리며 나뭇가지를 잡고 더 높이 올라갈 때였다. 문득 한 사내가 나타나 쓰러진 뽕나무를 밟고 뽕밭 안으로 들어와서는 주위를 살피더니 길게 휘파람을 불었다. 잠깐 사이, 곱상한 얼굴과 미끈한 몸매를 가진 묘령의 여인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술병과 푸짐한 안주를 들고 사내가 있는 곳으로 따라 들어왔다.
여인의 행색을 보아하니 분명 이 부잣집의 첩실처럼 보였다.
사내는 여인이 들어서자마자 곧장 껴안으며 뽕밭에 쓰러뜨렸다.
“왜 이렇게 늦었어? 얼른 벗고 일을 치러야지.” 사내가 재촉하듯 말했다.
“아잉, 자긴 왜 이렇게 급해요, 술 한 잔하며 천천히 해도 되잖아요.” 여인이 콧소리로 대꾸했다. 사내는 앙탈부리는 여인의 치마를 급하게 벗겨내고 자신의 양물을 여인의 깊숙한 곳에 찔러 넣었다. 숨쉴 틈도 없이 강렬하게 몸을 놀리며 한 차례 방사(房事)를 끝마쳤다.
한바탕 음희(淫戱)의 흥분이 가시고 사내와 여인은 서로를 마주하며 누웠다.
사내는 여인의 얼굴과 젖무덤을 만지며 희롱했고, 여인은 사내의 힘없이 쳐진 양물을 만지작거리며 뜻밖의 제안을 했다.
“자기, 우리가 정녕 사랑하는 사이라면 서로의 치부(恥部)라도 보여야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말인데요, 제가 먼저 자기의 옥경(玉莖)을 머금을 터이니, 자기도 내 옥문(玉門)을 머금는 것이 어떨까요?” 여인의 제안에 사내는 순간 당황하였으나 이내 웃으면서 그렇게 하겠노라고 대답했다.
여인은 곧장 몸을 일으켜 사내의 사타구니에 얼굴을 파묻고 그것을 한입 가득 넣어 한참 동안 머금으니 사내의 양물은 여인의 입속에서 꿈틀대며 다시금 부풀어 올랐다.
이번에는 여인이 자기 것을 머금어 달라며 반듯이 누워 자세를 취했다. 사내가 여인의 옥문을 머금고자 몸을 일으켜 그곳을 쳐다보니 육물이 흘러내려 지
저분함이 말할 수 없었다. 사내가 한참을 쳐다만 볼뿐 머금지 아니하니 여인이 역정을 냈다. 이에 사내가 꾀를 내어 말하기를,
“내 자네의 옥문을 머금으려하니 자네의 옥문이 내 옥경과 달리, 너무 깊은 곳에 있어 내 입이 거기에까지 미치지를 못할 것 같으니, 이렇게 하면 어떤가?” 하고 다시 제안했다.
“어떻게요?” 여인이 미심쩍게 물었다.
“내가 손가락을 그 속에 깊이 넣었다가 꺼내어, 그 손가락을 내 입에 넣고 빨면 되지 않겠는가?” 사내가 다시 묻자 여인이 잠시 생각하더니 그렇게라도 해
달라고 했다.
사내가 이내 가운데 손가락을 여인의 옥문 깊이 집어넣었다가 꺼내어 그 손가락을 빨려고 입 가까이 가져다대니, 시큼한 냄새와 손가락에 묻은 액체가 축축해서 더럽게 여겨졌다. 그래서 사내는 여인 몰래 옥문에 넣었던 중지가 아닌 검지를 대신 입에 얼른 넣고 빨았다.
누워있던 여인이 눈치를 채고 삿대질을 하며 사내를 비난했다.
“분명 그 손가락이 아닌데 그 손가락인척 왜 절 속여요? 당신은 날 사랑하지 않는군요.”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분명 이 손가락이 맞아.” 사내가 검지를 들어 보이며 틀림없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여인도 그것이 아니라고 눈을 흘겨가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인의 기세에 눌린 사내가 옷을 들고 줄행랑을 쳤다.
이 광경을 나무위에서 줄곧 쳐다보고 있던 청년이 나무에서 내려오며 여인에게 말했다.
“저 사람은 사내가 아니오, 속일 걸 속여야지.”
뜬금없는 청년의 출연에 여인은 어리둥절하고 당황하였지만 아래를 벗은 상태라 도망도 치지 못하고 고개만 숙인 채 가만히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청년이 앉아있는 여인의 몸을 한참 동안 내려다보니 춘심(春心)이 일었다.
“기왕에 벌려놓은 판이니 나와도 한번 호합(好合)하는 것은 어떠시오?” 청년이 넌지시 물었다. 여인은 말없이 펼쳐놓은 치마위에 몸을 뉘었다. 청년은 옷을
벗고 누워 여인의 몸을 꼭 끌어 앉았다. 청년의 늠름한 양물이 여인을 희롱하자 여인은 쉴 새 없이 탄식을 쏟아내었다. 한바탕 질퍽한 행사를 치르고 난 청년은 여인이 그토록 원했던 옥문을 머금어주었다. 청년이 옥문을 머금을 때마다 여인은 신음에 몸부림쳤다. 여인은 생각지 못한 청년의 봉사에 사지를 떨며 한동안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청년이 술과 음식을 먹는 사이 여인은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고 못내 아쉬운 듯 청년을 쳐다보다 집으로 돌아갔고, 서산으로 해가 떨어지고 땅거미가 깔리자 청년은 뽕잎을 한 짐 가득 짊어지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그 마을을 가리켜
비지촌(非指村), ‘그 손가락이 아닌 마을’이라 불렀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