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성 풍속사 <제20화>
2007-06-21
옛 속담에 ‘시앗(남편의 첩)을 보면 길가의 돌부처도 돌아앉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남편이 첩을 얻으면 부처같이 점잖고 인자하던 부인도 시기하고 증오하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여자의 투기가 그만큼 심하다는 뜻이다.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사회로 발전한 고대시대부터 남성과 여성의 혼인 이외에도 남성은 정략적이거나 음심의 충족을 위해 많은 여성과 관계를 가지게 되었는데, 이러한 남성들의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인네들의 투기에 대한 우려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법률로까지 제정해 막고자 했다. 부여의 법에는 살인, 절도, 간음, 투기 등에 대한 조항을 찾아 볼 수 있는데 ‘투기가 심한 여인은 사형에 처하고 그 시신을 산에 아무렇게나 버려 썩게 하고 만약 여인의 집에서 시신을 거두려하면 우마를 바쳐야 한다.’는 조항을 찾아볼 수 있고, 고조선의 8조법에 대한 문헌의 기사를 찾다보면 고조선사회는 도둑이 없고 부인들은 정숙하였다는 기사를 발견할 수 있는데 아마도 고조선에서도 부여와 비슷한 여성의 투기에 대한 규제 조항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지금시대야 여성이 아무리 투기가 심하다고 해서 옛 법에 의거 쫓아내거나 죽일 수도 없을 뿐더러, 오히려 남성이 바람을 피우게 되면 그 남성이 도리어 처벌받게 되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고 보면 남성이 살기 좋았던 세상은 아마도 옛 시대가 아니었을까. 여성의 치마폭에서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고 억눌려 지내는 이 시대 남성들에게 위로가 되고 적절히 응용하면 시앗과의 애틋한 정분을 나눌 나름의 길을 얻을 수 있는 설화가 있어 소개코자 한다.
기생집을 제집마냥 드나들기를 좋아하는 한 아전(亞銓)이 있었다. 그 아전의 아내는 투기가 몹시 심해 그는 늘 고민에 빠져 있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아전은 좋은 꾀를 내게 되었다.
기생집에 들러 술을 적당히 먹고 미리 부탁한 자라의 머리를 얻어 소매 속에 감추고 집으로 갔다. 안방으로 들어가니 아니나 다를까 아내가 독기를 품고 식식거리며 앉아있었다.
“또 어느 계집의 치마폭을 전전하다 이제야 들어오는 것입니까?”
아전의 아내가 대들며 쏘아붙였다.
아전은 입고 있던 도포자락을 들춰 자신의 양물을 꺼내 거짓으로 화난체하며 큰소리로 말했다.
“사내가 질투를 받는 것은 모두 이 물건이 원인이니, 이 물건만 없으면 당신의 투기도 없을 것이 아니요, 내 이것을 당장 잘라 없애버리리다”라고 아전이 말하며 작은 칼을 찾아 귀두를 자르는 시늉을 했다. 갑작스런 아전의 행동에 아내는 어안이 벙벙해 한동안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아전은 비명 섞인 고함을 치며 미리 준비한 자라의 머리를 마당 한가운데로 던졌다. 아내가 그의 허리를 잡고 울음을 터뜨렸다.
“지금 무슨 짓을 하셨는지 아십니까?”
“이제, 당신 질투의 원인을 없앴으니, 당신의 투기도 없지 않겠소.”
“제가 비록 투기를 하였으나 어찌 이렇게까지 하십니까?”
아내가 더욱 크게 울었고 아전은 아내의 손을 뿌리치며 밖으로 나가버렸다. 방바닥에 쓰러진 아내는 대성통곡하며 얼굴을 들지 못하였고, 밖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유모할미가 마당 가운데 떨어진 자라의 머리를 주어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며 다가와 말하기를,
“아씨, 나으리께서 던진 것은 얼룩한 두 눈이 달린 것으로 필시 양물의 머리는 아니옵니다, 아씨께옵선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될 것입니다” 하였다.
아전의 아내가 그때서야 울음을 멈추고 밖으로 달려 나와 유모할미의 손에 들린 것을 확인하니 정말인지라 크게 웃으며 기뻐하였다.
그날이후 아내는 두 번 다시 투기를 하지 않았다.
아전이 기생집에서 여러 친구들에게 자신의 일화를 자랑삼아 얘기하니 모두들 탄복하였고 한마디씩 거들며 좋아하였다.
“자네 참으로 영특한 꾀를 내었네 그려.” 아전에게 술잔을 따르며 한 친구가 얘기했다.
“자고로 사내란 계집의 투기를 잠재우면서도 사내다움이 있어야지 그게 뭔가.” 변방에 오래도록 나가 있던 친구인 한 장수가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그럼 자네는 어떤 방법으로 아내의 투기를 그치게 했나?” 아전이 물었다.
“나, 나의 얘기를 들으려면 자네들이 오늘 술을 거하게 사야 될 걸, 하하하.” 호탕하게 웃으며 장수가 말했다.
“술은 얼마든지 살터이니 어디 그 얘기 한번 들어보세.” 한 친구가 장수를 다그치며 말했다.
“내가 기생집에서 자고 이튿날 아침에 집으로 들어가면 아내는 염라대왕처럼 무서운 표정으로 사랑방 가운데 앉아 있다가, 내가 들어가면 기다렸다는 듯이 내게 달려들어 때리고 할퀴고 꼬집으며 투기를 하지, 그러면 나는 말일세, 도망치듯 안방으로 가지, 그러면 아내가 쫓아와 나를 때리고 꼬집고 하여도 맘대로 해보란 듯이 그냥 내버려두는데, 시간이 지나 아내가 힘이 빠져 거친 호흡을 고르기 시작할 그때를 놓치지 않고, 갑자기 아내에게 달려들어 저고리와 치마를 모두 벗기고 알몸으로 만들어 음희의 즐거움을 흡족하게 채워주면 된단 말이네.”
“아무리 아내가 힘이 빠졌다하여도 저항이 만만치 않을텐데 그게 가능한가?” 한 친구가 장수의 말을 막으며 물었다.
“저항하는 아내와 한번 관계를 가져보게 그 즐거움이 배가 되며 그 어떤 그동안의 음희보다 오래가고 재미있을 것이네, 아무튼 그렇게 아내의 음심을 채워주면 아내의 태도가 일순간 바뀌며 여우 짓을 떨게 되는 것이네. 어떤가?” 장수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을 마쳤다.
“정말 대단허이, 내 이 방법을 미리 알았으면 나도 그렇게 할 걸 그랬어.” 아전이 친구인 장수의 말에 감복하며 말했다.
그 날 그 자리에 모였던 친구들이 아침에 집으로 돌아가 장수의 조언을 실천에 옮기니 모든 아내들이 투기를 그치게 되었고 좋아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