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성 풍속사 <제12화>
2007-04-27
조선중기 어느 마을에 조실부모한 의좋은 세 자매가 서로를 의지하며 살았는데, 이 자매들은 나이 스물이 넘도록 시집을 못 갔다.
초여름의 미지근한 바람이 살랑거리며 콧잔등을 간질거리듯 불어오고, 그 바람에 실려 풋풋한 밤꽃 향기가 콧속을 농밀하게 적셔오는 그런 날의 한가로운 오후였다.
몇 해 전에 시집간 큰 언니의 친구가 친정에 다니러 왔다가 세 자매 집에 들러 뒤뜰에 자리를 깔고 앉아 세 자매와 얘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향이야, 너도 이젠 더 늦기 전에 시집을 가야지”라며 친구가 넌지시 물었다.
“…난… 아직은 그럴 생각이 없어!” 향이가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네가 시집을 가야 혼기 놓친 동생들도 보낼 것 아냐.”
친구의 따끔한 일침에 향이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졌다. 그 표정을 읽은 친구는 괜한 말을 꺼낸 자신을 원망하며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흘렀을 때,
“연이언니는 시집가니까 좋소?”라고 분위기를 반전시키듯 막내가 끼여들며 물었다.
“그럼 좋고말고.” 연이가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뭐가 그렇게 좋소?”
“오늘처럼 사시사철 밤꽃향기에 맘껏 취할 수 있으니까 더 할 수 없이 좋지!”
“날 속일 생각은 마소, 초여름 한철인 밤꽃향기를 어떻게 사시사철 맡을 수 있단 말이요?” 입술을 삐쭉거리며 막내가 물었다.
“그건…” 연기가 향이의 눈치를 보며 대답하기를 주저했다.
“얼른 대답해 보소, 어째서 그래요?” 막내가 떼쓰며 되물었지만 연이는 여전히 대답을 주저하며 향이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나도 궁금해”하고 향이가 말하고 나서야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다시금 연이가 얘기를 시작했다.
“신랑과 잠자리를 같이 하게 되는 날이면, 꼭 인두자루같이 생긴 신랑의 그것이 내 몸에 들어와 조화를 부리는데, 그것이 움직일 때 마다 심신이 탁 풀리고 몸이 나른해 지면서 도무지 무어라 현현할 수 감응을 느끼게 되고, 어느 순간 신랑의 그것에서 희멀건 물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와
내 몸을 적시는데, 그것의 향기가 꼭 밤꽃 향기 같아”라고 했다.
날이 저물어 연이가 돌아가고도 한참을 세 자매는 사랑방에 모여앉아 인두자루같이 생긴 것이 무얼까 고민하게 되었다.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막내가, “세상 사람들이 남녀의 교합을 얘기하는데, 인두자루같이 생긴 것은 무엇이며, 그 감응은 또 어떤 것인지 정말 모르겠소!”라고 말했다. 그래서 둘째의 제안으로 결혼한 여자 종을 불러 물어보기로 했다.
질문을 받은 여자 종은 말하기를 머뭇거리다, 향이가 다시 묻고서야 자매들에게 설명하는데, “남자에게는 사타구니 사이에 송이버섯처럼 생긴 고깃덩어리가 있어서, 이것이 내 아랫배로 들어와 조화를 부리면 뼈마디가 스르르 녹고 사지가 맥없이 풀리는 것이 마음은 구름 위를 걷고 입으론 쉴 새 없이 나도 모르게 묘한 신음이 흘러나오고 소변이 찔끔거리며 나오는 듯 그 묘함이 생사의 구분이 없을 정도인데, 나는 밤이면 밤마다 그 맛과 즐거움을 놓치려하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그 맛이라는 게 우리가 먹던 꿀과자 맛과 비교해 어떠하냐?”라고 둘째언니가 물었다.
“아가씨, 꿀과자는 아무리 맛이 있어도 눈을 뜨고 먹지만, 남자의 그 맛은 아무리 눈을 뜨려 해도 눈이 안 떠지니 비교할 바가 못 되는 것 같습니다”고 대답했다.
얘기를 듣던 향이가 입에 고인 침을 연신 삼키면서 더 이상 설명을 못하게 막았다.
여자 종을 돌려보내고 세 자매가 의논하기를 젊고 바보 같은 남자 거지가 동냥을 얻으러 오면 사내의 인두자루처럼 송이버섯처럼 생긴 그 물건을 살펴보기로 했다.
마침 방밖을 지나던 한 젊은 선비가 이 얘기를 듣고는 흐뭇하게 웃으며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
다음날 날이 밝자 세 자매의 바람대로 식전부터 여자 종이 거지를 쫓으려 옥신각신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향이는 동생들과 함께 여자 종을 불러 거지를 사랑채로 들이라 명했고 여자 종은 갸우뚱하면서도 자매들의 명에 따랐다.
잘 생겼지만 벙어리에 영락없는 바보인 거지에게 자매들은 사랑채에 차려놓은 음식을 극진이 대접하고, 배불리 먹은 거지를 가까이 오라해 바지를 벗기고 그 물건을 만지며 관찰했다.
향이가 먼저 만져보고는 “인두자루처럼 생겼지만 별 것 아닌 것이 물렁물렁한 살갗이네!”라고 말했다. 바보거지는 입을 헤벌리고 멍청하게 웃고만 있었다.
이윽고 둘째가 만지고는 “영락없는 송이버섯이네, 물컹물컹한 것이 꼭 송이버섯을 만지는 것 같은데”라고 했고, 마지막으로 자리를 바꿔 막내가 만지더니, 막내는 깜짝 놀라며 언니들에게
“이건 물렁한 살도 아니고 물컹한 송이는 더더욱 아닌 것이 엄청 딱딱한 뼈요!”라고 말했다.
그때서야 바보 거지로 변장한 어젯밤의 그 선비가 호탕하게 웃으며 “이것의 맛은 궁금하지 않소?”라고 물었다.
자매들은 깜짝 놀라 어찌된 사연인지 물으니, 선비는 간밤에 담 너머에서 모든 얘기를 다 들었다고 얘기하며 세 자매에게 차례로 그 맛을 보여주었다.
세 자매와 선비가 알몸인 채로 서로 엉키어 호합하니 여종의 말처럼 구름 위를 걷는 감응이며 그 맛은 세상의 어떤 과자도 흉내 낼 수 없는 참으로 진한 맛이요, 친구의 말처럼 선비와의 방사가 거듭될수록 방안은 온통 밤꽃향기로 충만했다.
그날 이후, 선비는 자매들의 집에 때때로 출입하며 그 진 맛을 여러 번 느끼게 해 주었고, 훗날 세 자매는 차례대로 시집을 가게 되었다.
이 설화는 성여학(成汝學)의 속어면순(續禦眠楯)과 편자 미상의 진담록(陳談錄)에 살린 성경험이 없는 처녀들의 호기심과 경험자들에게 얘기를 듣는 처녀들의 심리적 상상과 동요를 해학적으로 표현한 여러 편의 젊은 설화를 엮어 구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