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성 풍속사 <제3화>

2007-02-23      
한밤에 얻은 어부지리

조선후기 충청도와 강원도 일부지역의 장터를 순회하며 소비자에게 일상에 필요한 잡다한 물건을 행상하는 젊은 보부상이 있었다.

그렇게 행상을 하던 어느 그믐날이었다. 한양에서 새로 가져온 화장품들과 종이 서너 필을 바꿀 요량으로 꾸준히 거래해오던 장터마을의 지물포에 들렀지만, 늙은 주인내외는 없고 친정에 다니러 온 젊은 상부(孀婦 : 청상과부)가 소복을 입고 홀로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보부상인은 음심이 일어났다. 상부의 요염한 몸뚱이를 곁눈질하며 부모의 출타여부를 물으니 ‘재 너머 이진사댁에 도배일 하러 갔다’라고 말을 했다. 상부의 몸매와 미색이 어찌나 출중한지 보부상인은 입안에 흥건한 침이 고이며, 연신 목젖을 타고 넘어갔다. 이윽고 하도 쓰임새가 없어 행여나 썩을까봐 소금에 절여두었던 육봉이 여체의 비릿한 냄새를 맡았는지 먹이를 찾는 자라목처럼 대가리를 길게 밀어냈다.

“이보우, 내 먼 길을 걸었더니 목이 몹시 타는구려, 물 한 모금 얻어 마실 수 있겠소?”라고 수작을 하니, 상부는 다소곳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갔다. 걸어가는 상부의 자태가 어찌나 요염하던지 보부상인의 육봉이 상부의 한걸음 한걸음마다 박자를 맞추듯 불끈거렸다.

보부상인은 상기된 얼굴로 주위를 살펴보니, 늦은 오후라 장터엔 오가는 인적 또한 없었다. 기회는 이때다 싶어 행상꾸러미도 내팽개치고 부엌으로 달려 들어갔다. 상부는 깊은 항아리에 머리를 들이밀고 쪽박에 물을 길어 놋그릇에 붓고 있었다. 허리를 굽히는 바람에 팽팽해진 상부의 둔부가 눈을 어질어질하게 했다. 보부상인은 도포자락을 들어 올리고 속바지를 내려 늠름한 육봉을 상부의 둔부에 밀착시켰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사내의 그것인지라 상부는 잠시 동안 꿈쩍도 않고 둔부로 느껴지는 그것의 크기를 가늠했다.

“나리, 이러시면 아니 됩니다.”

상부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허리를 비틀어 자극을 가해왔다.

“부인, 누구의 수절과부인지는 내 모르나, 부인의 미색을 취하지 않고 내 여기서 발길을 돌린다면 그건 부인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소.”

“하지만, 소녀는 이미 지아비가. 아~”

보부상인은 상부의 겉치마와 속치마를 들추어내고 단속곳과 속속곳 그리고 고쟁이를 차례차례 벗겨내자 여체의 신묘한 계곡을 감싸고 있던 다리속곳(전통복식의 속옷 중 가장 밑에 입는 옷)이 드러났다. 보부상인은 다리속곳이 만들어낸 결을 따라 육봉을 미끄러뜨리자 간드러지는 상부의 신음이 살짝 열린 입술을 통해 쏟아졌고 항아리를 잡고 있던 손에선 핏줄이 살며시 드러났다.

보부상인은 육중하게 팽창한 자신의 육봉을 아래동굴부터 살며시 부비며 윗동굴에 밀어 넣었다. 그때,

‘이향이 어디 갔느냐?’하며 가게로 들어서는 노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부는 헐레벌떡 옷가지를 추스르고 못내 아쉬워하며 훗날을 기약하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보부상인은 잠시 후, 소피를 보고 온 척 딴전을 피우며 가게로 들어가 노부와 거래를 성사시키고 하룻밤 묵어 갈 수 없겠냐고 노부에게 묻지만 노부는 출가외인 딸이 집에 있다며 거절했다.

보부상인은 상부와 끝맺지 못한 방사를 못내 아쉬워하며 짐을 꾸려 길을 나섰다. 서둘러 마을을 벗어나 산을 넘어가는 중에도 자꾸만 상부의 모습이 맴돌아 엉뚱한 길로 들어서고 말았다. 길을 헤매다 이십호 남짓한 조그만 마을에 도착했을 땐, 이미 해는 서산으로 넘어가 주위는 온통 어둑어둑해져 버렸다. 한집에 들어가 묵어가기를 청하니 부인이 나와 바깥사람이 출타중이라 재워 줄 수 없다고 했다. 보부상인은 분과 머릿기름을 내놓으며 문간이라도 좋으니 좀 자고 가겠다하니 부인은 마음대로 하라고 말하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문간에 짐을 풀고 있는데, 어떤 갓 쓴 사내가 오더니 갓을 뜰에 떨어뜨려 놓고, 황급히 부인의 방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보부상인은 장난삼아 뜰에 떨어진 갓을 쓰고 방문 앞으로 다가가 문구멍을
통해 방안을 살피니 두 남녀의 호합이 막 이뤄지고 있었다.

잠깐 사이 어떤 여인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와 불문곡직하고 갓 쓴 보부상인을 끌어내며 나직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당신은 이 집 김서방만 없으면, 언제나 여기 와서 그 부인과 노는데, 만약 김서방이 알면 어쩌려고 그럽니까?’하고 보부상인을 남편으로 착각하곤 바로 옆의 집으로 끌고 갔다. 보부상인을 어두운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더니 옷을 벗기고 이불속으로 끌어 눕혔다. 여인 또한 옷을 벗으며 ‘옆집 김서방 부인은 음호(陰戶)에 금테를 둘렀어요, 은테를 둘렀어요? 왜 그 부인 것만 그렇게 좋아라 해요?’하며 이불 속으로 들어와 환애(歡愛 : 남녀의 성행위)를 요구했다. 보부상인은 여인의 요구에 말없이 응하며 자신의 장대한 육봉을 여인의 음문에 찔러 넣었다.

“당, 당신은 누구예요?”

그때 뭔가 이상함을 느낀 여인이 깜짝 놀라 물었다.

“끌고 오면서 누군지도 몰랐단 말이요? 이참에 그냥 뽑고 돌아갈까요?”

“기왕 시작한 일이니, 끝을 보아야 하지 않습니까!”라고 말하며 보부상인과 환애를 이어갔다. 보부상인은 상부를 떠올리며 강약 중약 중중 약의 장단에 맞춰 절구질하며 ‘맛은 어떠냐?’하고 슬쩍 물으니, 여인은 이를 악문 신음을 쏟아내며 ‘별미중의 상 별미’라며 좋아했다.

일이 끝나자 여인은 보부상인에게 빨리 나가라 재촉했다. 업혀온 중이 그냥 가는 것 보았냐며 버티니, 여인은 베 두필을 주며 제발 나가달라며 사정을 했다. 못이기는 척 베 두필을 받아 다시 문간으로 돌아오니 첫닭이 울고 있었다.

잠시 후 부인의 방에서 남자가 나오며 올 때처럼 황급히 옆집으로 사라졌다. 이 집의 부인이 방문을 열고 내다보면서 보부상인에게 잘 잤냐고 물으니 ‘김서방이 오는지 지키느라 한잠도 못 잤다’고 거짓말을 했다. 부인이 놀라며 김서방을 어찌 아느냐고 묻기에 ‘나와 친구인데, 어젯밤 부인이 재미보는 것을 차마 방해할 수 없어, 달려가 말하지 않고 지키고만 있었소.’라고 말하자 부인이 탐스런 육체를 그대로 드러낸 속치마차림으로 마당으로 뛰어나와 거부하는 보부상인을 한사코 방으로 모시고 들어갔다.

어찌할 바 몰라 발을 동동대며 이리저리 움직이는 부인의 속치마너머로 드러난 자태가 어찌나 오감을 자극하던지 보부상인은 부인의 팔을 끌어당겨 바닥에 눕히고 자신의 몸을 포개며 부인을 취했다.

호합을 해보니 오랜만에 호적수를 만난지라 두 사람은 황홀경의 극치를 달렸다. 그리고 손수 아침상을 차려 보부상인에게 극진히 대접하고 베 한필을 내 주었다. 보부상인도 팔려고 가지고 다니던 거울과 빗, 비녀 등의 장신구를 주었다한다. 이 이야기는 우리의 고전 문헌 ‘성수패설(醒睡稗說 : 조선후기에 편찬된 편자 미상의 한문 소화집)’에 실려 있는 이야기로 우리 선조들의 성에 대한 해학적인 풍속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