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명기 편 | 제 32 회
2006-06-29
“아서라 이대근. 아무런 대책도 없이 사지로 가는 건 현명치 않아. 건장한 사내들이 잇달아 목숨을 잃었는데,너라고 별 수 있겠냐.” “뭔 소리야. 그 신통방통한 스님이 말했대잖아. 강한 양기를 가진 자라면 음기를 누를 수 있다고. 난 양기가 시도 때도 없이 넘쳐서 탈인데, 뭐가 걱정이야.” “헛헛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군. 물론 넌 양기가 넘쳐서 탈이지. 하지만 넌 조루잖아. 조루 주제에 어떻게 음기를 누른단 말이야. 분수를 알고 덤벼도 덤벼야지. 그러고 말이야. 난 쓸데없는 오기 따위로 둘도 없는 친구를 잃고 싶지 않아.” 그러자 사사코만 빼고 여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대근을 말렸다. 특히 교오코가 강력하게 제지하고 나섰다. “맞아요 사부님. 사부님의 의협심은 높이 평가하지만, 지금과 같은 무모한 행동은 개죽음을 자초할 뿐이에요. 사부님은 사사코 언니의 신체 구조가 어떤지도 잘 모르잖아요.” 개죽음? 그 단어를 뇌되이다 말고 대근은 움찔거렸다. 강쇠가 고개를 끄덕이며 교오코의 말에 동감을 표시했다.
“맞아. 문제의 핵심은 사사코 언니가 어떤 신체 구조를 가졌나 하는 거야. 도대체 그곳의 구조가 어떻길래 관계시에 심각한 위해 요소로 작용하는지 그것부터 알아야 해. 사사코양. 언니의 거기가 어떤 왜곡된 구조인지 말해 줄 수 있나요?”그 말에 사사코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머뭇거렸다. 강쇠가 타이르듯 재차 물었다.“괜찮아요 사사코양. 부끄러워할 것 없어요. 이게 다 언니를 위해서 묻는 거니까 아는 대로 솔직히 대답해줘요.”“그렇게까지 제 언니를 생각해주시니 정말 뭐라고 감사를 드려야할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저도 별로 아는 바가 없어요. 다만 언니의 고백에 따르면,일단 들어가면 빠져나오지를 못한대요. 그래서 처음엔 좋아서 어쩔 줄 모르다가,후퇴가 안된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그때부터 허우적거린다는군요. 마치 늪에 빠진 맹수가 빠져나오려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다가 숨이 막혀 끝내 죽고 말듯이….”사사코는 말을 채 잇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나왔다.“어쩌면 그럴 수가. 참으로 기이한 일이군요.”“그렇담 언니가 빼면 안되나요?”“아뇨. 언니도 어쩔 수가 없나 봐요. 강력 접착제처럼 딱 들러붙어서 불가항력이래요.”강쇠는 대화를 들으면서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리곤 신음처럼 중얼거렸다.“으음… 빠져나오기 힘들다면 일단 호리병 구조라고 봐야 해. 하지만 단순한 호리병이 아니야. 뭔가 특별한 게 있어. 그게 뭘까?” 강쇠의 말에 귀를 기울이던 사사코가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어 한 가지 여쭤볼 게 있는데요. 한국의 변강쇠는 양기가 어느 정도 출중한가요?” “으음 어느 정도라고 딱 부러지게 말할 수는 없지만,지금까지 여자의 음기에 휘둘려 맥을 못춘 적은 한 번도 없었소. 헌데 갑자기 그건 왜 묻는 겁니까.” “그 스님 말씀이 강한 양기를 지닌 사내만이 제 언니의 업을 풀어줄 수 있다고 하셨는데, 혹시 강쇠씨가 적임자가 아닐까 생각이 들어서요.” “글쎄요 흠 흠….” 강쇠는 얼버무리며 침묵을 지켰다. 그도 그럴 것이 사사코 언니의 기괴한 사연을 듣는 순간, 여지껏 한 번도 맞닥뜨린 적이 없는 절대 강적이 출현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들으면 들을수록 사사코 언니는 보통 여자가 아니었다. 자신이 비록 변강쇠라 해도 그렇듯 강한 음기를 지닌 여자와 맞붙어 이겨내리라는 보장이 있을까, 확신이 서지 않았다. 강쇠가 계속 침묵을 지키자, 지켜보던 교오코가 호쾌한 웃음을 터뜨리며 질책했다. “호호호. 천하의 강쇠씨도 몸조심할 때가 다 있군요. 역시 섹스에 아무리 능해도 죽음 앞에선 두려운가 보죠? 큰소리 땅땅 치며 일본 최고의 명기를 찾아다닐 땐 언제고, 그 기백이 어디로 갔어요.” “아 아냐. 그게 아니라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상대를 잘 파악해야지. 두려워서 망설이는 게 아냐.” “음… 그렇다면 먼저 사사코부터 신체검사해보는 게 어때요. 사사코 역시 이때까지 어떤 사내도 뚫고 들어오지 못했다니, 필시 범상치 않은 구조를 지녔을 텐데. 어때요 내 제안이.” 그러자 사사코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제 생각도 그래요. 저를 어쩌지 못하면 제 언니는 언감생심 아예 단념하는 게 좋을 거예요.” “좋아 그렇게 하지. 헌데 그전에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 사사코 거기 어떤 점이 유별난 거요. 대체 남자들이 어떻게 했길래 응당 뚫려야 할 것이 뚫리지 못한다는 거죠?” “에고 그걸 어떻게 제 입으로 말해요. 그런 건 남자들이 알아서 해야 하는 것 아니에요?” “흐흐흐 하긴…. 그렇담 일단 육안으로 관찰한 후에, 별 이상이 없으면 사사코의 소원을 풀어드리는 쪽으로 각별히 신경을 써보겠소.”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은혜를 평생 잊지 않겠어요. 사실 이 자리에 교오코양도 있지만, 일본에선 처녀의 몸으로는 결혼하기가 쉽지 않아요. 남자들이 경험 없는 처녀는 부담스럽게 여겨 결혼상대자로 꺼리는 편이죠. 부탁이에요 선생님. 저는 시집도 못 가보고 처녀귀신으로 늙어 죽고싶지는 않아요. 오늘 밤 안으로 저를 꼭 남자를 아는 여자의 몸으로 만들어주세요.” 사사코는 어느덧 강쇠를 ‘선생님’으로 높여 부르며 선처를 호소했다.
눈물이 촉촉히 젖어드는 미인의 호소는 강쇠의 마음을 흔들었다. 강쇠는 사사코의 손을 꽉 잡고 말했다. “갑시다 사사코. 내 당장 그대를 섹스의 기쁨을 아는 여자로 만들어 주겠소.” 강쇠와 사사코는 교오코를 비롯한 여자들의 격려를 받으며 밖으로 나섰다. 그런데 강쇠가 모텔을 찾아 두리번거리자, 사사코는 택시를 잡더니 ‘뉴오타니 호텔!’하며 소리치는 게 아닌가. 뉴오타니 호텔하면 도쿄에서 유명한 특급호텔인데, 강쇠는 숙박비가 은근히 신경쓰였다. “이봐 사사코. 바쁜데 거기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 가까운 모텔은 어때.” 강쇠가 친근하게 말을 놓자,사사코가 전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냥 가세요 선생님. 저로선 오늘밤이 첫날밤이 될지도 모르는데,어떻게 허접한 데서 초야를 치를 수가 있겠어요. 또 호텔비 정도는 충분히 부담할 능력이 있으니 신경쓰지 마세요.” 뉴오타니호텔에 도착하자,사사코는 당당한 걸음걸이로 프런트로 가서 말했다. “이 호텔에서 가장 전망 좋은 방으로 주세요. 스위트 룸도 상관없어요.” 스위트 룸이라는 말에,프런트 직원은 자세를 깍듯이 바꾸며 사사코를 올려다보았다. 잠시 후 지배인이 직접 나타나 정중하게 스위트 룸으로 안내했다. 이윽고 룸 키를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강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