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명기 편 | 제 27 회

2006-05-01      
기차 불통 소리를 닮은 여자와 자본 적이 있느냐는 강쇠의 질문에 의사는 곤혹스런 표정으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했다. 머리가 허옇게 센 의사의 태도는 사뭇 신중해보였다. 잠시 후 의사는 강쇠와 히로미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아뇨. 불행하게도 저는 이 나이에 이르도록 그런 여자는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궁금하군요. 실제로 기차 불통 같은 소리를 내는 여자가 있습니까. 있으면 나도 한번 만나보고 싶소만.”“있고 말고요. 지금 제 옆에 있는 히로미 양이 바로 그 장본인이죠.” 그 말에 의사는 눈을 번쩍 뜨고 히로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의사는 호호백발에도 불구하고 번득이는 안광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의사와 눈이 마주친 히로미는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사실을 인정했다.“

거듭 죄송해요 강쇠씨. 그리고 이렇게 의사선생님까지 관심을 보이시니 저로선 몸둘바를 모르겠어요. 사실 저는 다른 여자들에 비해 신음소리가 유난히 큰 편이에요. 그래서 고민이 많죠. 저랑 같이 잔 남자친구들은 한결같이 투덜거렸어요. 시끄러워서 도통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요. 하지만 저도 할 말이 있어요. 뭘 제대로 해주고 불평하면 참겠는데, 실은 그렇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강쇠씨는 달랐어요. 내가 ‘일자 숲’이라는 걸 단번에 꿰뚫었고, 보통 여자보다 강하게 느끼는 타입이라는 사실도 딱 알아 맞혔죠. 더군다나 청운의 뜻을 품고 섹스를 범우주적 차원에서 탐험 중이라는 얘길 들었을 때, 정말이지 기대가 컸어요. ‘아 이 남자야말로 내 소원을 풀어줄 사람이구나’ 하구요.”“이제야 감히 확실히 잡히는군요. 그러니까 환자분이 이렇게 된 건 아가씨와 관계를 갖다가?…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백발의 의사는 흥미진진한 듯 히로미의 말을 재촉했다.

“네. 과연 강쇠씨는 대단했어요. 여지껏 자본 남자 친구들하고는 차원이 다르더군요. 특히 절정에 달했을 때 느낌은 정말 황홀하다 못해 죽는 줄만 알았어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하듯 고성이 터진 거예요.”히로미는 아직까지도 황홀한 여운이 남아 있는 듯 얼굴에 홍조를 띠었다. 의사가 그 모습을 찬찬히 살피더니 말했다.“음… 내 생각엔 히로미양이 말로만 듣던 명기가 아닐까 싶은데, 고막이 터져도 좋으니 나도 저 환자분처럼 한번 당해봤으면 좋겠네요. 꼭 섹스라기보다 임상실험 차원에서 보기드문 체험을 하고 싶습니다만, 가능할까요? 환자 분 생각은 어때요?”강쇠와 히로미는 깜짝 놀라 의사를 쳐다보았다. 의사는 매우 진지한 표정이었다. 강쇠가 진지함에 눌려 엉겁결에 대답했다.“저야 뭐 상관이 없습니다. 히로미양이 오케이만 한다면 말이죠.”이에 의사가 벌떡 일어나더니 히로미를 향해 정중하게 허리를 굽혔다.

“부탁합니다 히로미양. 실은 내가 주변머리가 없어 이날 이때까지 한 우물만 파 왔습니다. 그래서 친구들은 나를 가리켜 일혈거사로 놀려대고 있습니다. 소원입니다. 죽기 전에 단 한번이라도 좋으니 명기와 잠자리를 갖고 싶습니다. 대가는 충분히 치러 드리겠으니 부디 거절하지 말아 주십시오.”히로미는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의사의 말이 장난이 아님을 깨달은 거였다. 하지만 히로미는 우물쭈물 말이 없었다. “히로미, 의사선생님에다 연로하신 노인 어른 부탁인데 눈 딱 감고 소원 들어드려 엉?”옆에서 딱해 보인 듯 강쇠가 거들고 나서자, 히로미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저어기 의사선생님, 하나만 여쭤볼게요. 제가 허락한다 해도… 하실 수 있으신가요?”“하다마다요. 솔직히 말해 난 60세까지만 해도 단 하루도 거르지 않았소. 여든에 가까운 지금도 마누라 우물이 막혀 못할 뿐이지, 임자만 만나면 언제든 접전이 가능하오.”“흠 그렇담 우선 강쇠씨 귀부터 완치시켜 주세요. 소원은 그때 들어드리겠어요.” 히로미가 동침을 허락하자, 의사는 좋아서 어쩔 줄 몰라 입이 함지박만하게 벌어졌다.

“고 고맙소 히로미양. 이렇게 황감할 데가 있나. 그리고 저 분의 고막은 염려 말아요. 내가 빠른 시일 내 낫게 해드리겠소.”한편 그 시각, 대근은 그때까지도 자리를 못 잡고, 공원 일대를 뺑뺑이 돌고 있었는데, 열받다 못해 폭발하기 직전의 상황이었다. 마침내 자포자기한 대근이 릴리에게 말했다.“더 이상 못 참겠어 릴리. 우리 그냥 저 나무 기둥 밑에서 하면 안될까?”“싫어요. 밤이슬이 축축한데 맨바닥에서 하면 옷도 버리고 기분이 영 찜찜하잖아요.”“그러면 어떡해. 한창 작업 중인 사람들을 내쫓아버릴 수도 없고. 그렇지! 맞아. 내 옷을 벗어 밑에 깔면 되겠군. 어때 릴리, 괜찮겠어?”대근의 기사도 정신에 감복한 듯 릴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을 표했다. 대근은 부리나케 옷을 벗어 바닥에 깔고는 릴리를 와락 끌어안았다. 릴리는 막상 일이 시작되자, 수줍은 듯 눈을 살포시 감았다. 교교한 달빛이 내려앉은 릴리의 얼굴은 숨이 막힐 듯이 예뻤다. 대근은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중얼거렸다.

“오오 신비롭군. 이렇게 이목구비가 조각처럼 정교할 수가 있나. 헌데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이런 절세의 미녀가 지금 내 품에 안겨 있다니. 그래, 하느님께서 나, 대근일 긍휼히 여기신 거야. 그래서 아름다운 여인을 보내 조루를 극복하라고 첩지를 내리신 걸 거야. 흐흐흐. 감사합니다 하느님.”대근은 거듭 감격해마지 않았다. 이어 떨리는 손으로 릴리의 봉긋 솟은 가슴을 쓰다듬었다. 이에 기다렸다는 듯 릴리가 대근의 목을 얼른 끌어안았다. 대근의 사타구니가 벌써부터 뻑적지근하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대근은 기도하는 심정으로 사타구니를 향해 통사정했다.“거북아. 나의 충성스런 거북아. 제발 자제력을 발휘해다오. 이번만큼은 꼭 성질을 죽이고 내 말 좀 들으란 말이다. 알겠니?”바로 그때, 릴리가 뭔가를 확인해보려는 듯 대근의 사타구니 속으로 섬섬옥수를 쑥 집어넣었다. 이어 섬섬옥수는 거침없이 거북이의 머리를 콱 움켜쥐었다. 허억! 대근의 입에서 다급한 신음이 터져나왔다.

“뭐 뭐야 릴리. 초반부터 너무 서두르는 것 아냐?”“왜요. 싫으세요?”“아니. 싫을 리가 있나. 그게 아니라 실은 내 거시기는 인내심이 부족해. 그래서 빨리 사고를 칠까봐 겁나서 그래.”“호호호. 염려마세요 사고칠 정도까지는 안할 테니. 얼마나 큰지 궁금해서 확인해봤을 뿐이에요.”릴리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섬섬옥수를 철수시키지 않았다. 아니, 물건에 만족한 듯 전혀 철수시킬 의사가 없는 듯 보였다. 꼼짝없이 무장해제당한 대근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전전긍긍했다. 바로 그때였다. 누군가 성큼 다가서는 듯하더니 기분 나쁜 음산한 음성이 날아들었다. “흐흐흐... 꼬라지들 하고는. 이것 봐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그 짓들이야.”“누 누구세요 당신들!” 난데없는 괴한에 놀란 릴리가 얼른 몸을 가리며 소리쳤다.

괴한은 하나가 아니고 셋이었다. 셋 모두 험상궂은 인상에 얼굴에 칼자죽까지 나 있었다. 셋 중 하나가 침을 찍 뱉으며 말했다. “알 것 없어. 우린 너희같은 인간들을 보면 밸이 꼴려서 도저히 못봐줘. 야 뭣들 해. 얼른 조져버리고 가자구.”“아냐 잠깐, 이 여자애는 아주 예쁜데 그래. 이런 촌놈한텐 아까운 여자야. 그렇지 않아?” “정말 미인인데 그래. 몸매도 빵빵한게 죽여주겠어.”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괴한이 우악스런 손으로 릴리의 옷을 부욱 찢었다. 악! 릴리의 비명이 울렸다. 이때였다. “동작 그만!” 날카로운 명령에 괴한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