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명기 편 | 제 19 회

2006-03-07      
강쇠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한데 이게 웬 일인가. 실내 바닥이 온통 반짝거리는 유리거울 일색이 아닌가. 이때 ‘하이!’ 하고 상큼한 미모의 웨이트리스가 인사를 건네며 다가왔다. 그 순간 공교롭게도 강쇠의 시선이 머문 곳은 웨이트리스의 스커트 밑이었다. 앗! 강쇠의 입에서 짧은 비명이 새어나옴과 동시에 눈앞이 아찔해졌다. 유리알처럼 투명한 거울 속으로 난데없이 시커먼 숲이 어른거렸던 거였다. 당황한 강쇠는 자신도 모르게 허둥지둥 시선을 딴 곳으로 돌렸다. 웨이트리스는 다리를 벌린 채 강쇠의 얼굴을 생글생글 웃으며 내려다보았다. 강쇠는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해 시선을 아래로 떨궜다. 그런데 바닥 거울에 또 다른 웨이트리스가 노팬티 차림으로 실내를 오가는 장면이 비쳤다. 강쇠는 눈을 휘둥그레 뜬 채 다시금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은밀하게 가려져 있어야 할 그곳엔 분명 실오라기 한 점 없었다. 그뿐 아니었다. 허여멀건 다리 사이로 갖가지 모양의 숲들이 여기저기로 이동하는 풍경은 충격 그 자체였다. 강쇠는 침을 꿀꺼덕 삼키며 중얼거렸다.

“그랬었군. 노팬티 카페의 비밀이 바로 저기 있었어. 하지만 불가사의한 일이 아닌가. 아무리 돈이 좋기로 어떻게 저러고 다닐 수가 있는 거지?”대근이 그 말을 듣자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핫핫핫 충격이 크나보군. 하지만 지금 네가 본 건 아무 것도 아냐. 내가 여기 자리 잡고 나서 우리 부모님을 초청했어. 평소에 일본 온천여행을 하고 싶다고 늘 말씀하셨거든. 그런데 도쿄 시내 구경을 시켜주다가 목이 마르시다고 해서 여기로 들어온 거야. 첨엔 나도 몰랐어. 어느 순간 아버지 안색이 이상해지는 거야. 낯색이 불콰해지더니 어흠 어흠 헛기침을 하고 안절부절 못하더라구. 어머니는 또 어땠는가 하면 잔뜩 민망한 목소리로 ‘야야 대근아. 그만 나가자. 여긴 꼭 기생집 같다.’ 그러면서 얼른 일어서는데, 아버지는 흠 흠 연방 헛기침을 하면서도 일어나시질 않는 거야. 보다 못한 어머니가 꽥 소릴 지르시더군. ‘아니 이 영감탱이가. 썩 따라오지 못해욧!’ 그제서야 아버지는 허겁지겁 일어서는데, 정말 자식된 입장에서 몸둘 바를 모르겠더라구.”강쇠는 점잖으신 대근 부모님이 얼마나 황당해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체면을 무엇보다 숭상하는 동방예의지국의 백성된 입장에서 봤을 때, 노팬티는 목불인견의 진풍경이었을 터. 강쇠는 카페를 쓰윽 둘러보았다.

한가한 오전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이 북적거렸다. 그런데 여자 손님은 거의 없고 대부분 이삼십대의 남자 샐러리맨들이었다. 손님들은 웨이트리스가 곁을 지나칠 적마다 반사적으로 거울을 쳐다보고 홀짝 커피 맛을 음미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표정이 다들 무덤덤하다는 점이었다. 겉으로 봐선 커피 맛을 음미하는지 아니면 다른 걸 음미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윽고 관찰하다 말고 강쇠가 불쑥 물었다.“야 쟤들 정말 깬다 깨. 일본 남자들 원래부터 저렇게 여체에 무관심하냐. 아니면 늘 보다 보니 면역이 된 거냐. 그것도 아니면 속이 원체 응큼해선가. 음흉한 때문인가. 제기랄 도통 감을 못잡겠네.” “아냐. 무관심하면 이렇게 북적댈 리 없지. 그보다는 일거양득을 노리고 들어오는 거 아닐까. 커피도 마시고 여자 그곳도 보고. 여자 거길 따로 보려면 그만큼 돈이 드니까.”“하여간 장사치곤 희한한 장삿속이다. 야 이대근. 우리도 이것 저것 다 때려치고 한국에서 이런 카페 차려 돈이나 왕창 벌어볼까.”“말도 안되는 소리. 한국 같았음 문을 열자마자 가게가 풍비박산 났을 거다. 아니 그전에 짭새들이 득달같이 달려와 끌고 갈지도 모르지.”

“하긴. 짭새보다 어쩜 여자들이 더 난리를 칠지도 모르겠군. 자기 애인이 딴 여자 거길 훔쳐보는 그런 카페를 그냥 두고 보겠어. 사방에서 여자들 신고 전화가 빗발칠 거다. 흐흐흐.”그 와중에서도 강쇠는 계속해서 거울을 주시했다. 이상한 것은 알몸일 때보다 저렇게 가릴 건 다 가리면서도 은근 슬쩍 중요 부위만을 노출시키니, 기분이 더 묘해지고 흥분되는 것 같았다. 강쇠는 화끈거리는 얼굴을 들어 웨이트리스를 쳐다봤다. 앳되고 귀여운 인상의 웨이트리스는 기껏 해야 스무 살 안팎으로 보였다. 웨이트리스는 상냥하게 눈웃음을 치며 말을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손님. 저는 히로미라고 해요. 뭘 드시고 싶으세요?”순간 강쇠는 히로미를 놀려주고픈 충동이 들었다. 그래서 주문 대신 손가락 끝으로 거울을 가리켰다. 거울을 통해 히로미의 그곳을 슬쩍 들여다보는 시늉을 하자, 히로미는 부끄럼은커녕 생글생글 웃으며 물었다. “왜요 손님. 제 거기가 마음에 드세요?” 히로미가 ‘마음에 드냐’고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물어왔으므로 강쇠도 태연하게 말했다.“네. 아주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거기가 무척 특이하게 생겼네요.”

“특이하다니요. 여자 거긴 다들 비슷비슷한데 뭘 보고 특이하다는 거죠?”“아, 그건 함부로 말해주긴 곤란합니다. 사람 얼굴마다 각자 사주가 다르게 나타나 있듯이 여성분들 거기도 마찬가지예요. 거기 생김새에 따라 각자 성적 만족도가 다르고, 따라서 성 생활의 길흉화복이 달라지기 때문이죠.” “호호호. 그런 얘긴 처음 들어요. 혹시 절 꼬시려고 괜히 수작 부리시는 거 아니에요?”“아닙니다, 절대로. 못 믿겠으면 내가 히로미양의 성적 특징을 한번 알아 맞춰 볼까요.”강쇠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자, 히로미는 호기심에 끌린 듯 귀를 쫑긋 세웠다.“좋습니다. 그럼 말하죠. 한마디로 말해, 당신은 섹스할 때 굉장히 강하게 느끼는 타입입니다. 맞습니까.”그 말에 히로미가 깜짝 놀란 나머지 탄성을 내질렀다.“어머머 세상에! 정말 족집게시네요. 사실 저는 다른 여자들에 비해 빨리 흥분돼요. 그러다보니 남자 친구랑 섹스할 때 늘 거기가 푹 젖죠. 너무 흥분하다보니 그만…그래서 어떨 땐 미안할 정도예요. 그런데 정말 신기하네요. 도대체 그걸 어떻게 아셨죠?”“아 그건…이런 얘기 함부로 하면 천기누설에 해당하는데. 어쩌면 좋지. 말할 수도, 안해 줄 수도 없고.”강쇠가 슬쩍 뒤로 물러설 기미를 보이자, 히로미는 얼른 강쇠 옆자리에 찰싹 달라붙었다. 그리곤 귓속말로 속삭였다.

“얼른 가르쳐 주세요 손님. 그리고 저녁에 우리 같이 만나요 네?” 속삭이는 히로미의 몸에서 은은한 아로마 향기가 풍겼다. 순간 강쇠는 자신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져서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고 말았다. “대개 관상가나 역술가가 사주를 볼 땐 통계에 근거해서 말합니다. 여자의 거시기도 마찬가지예요. 히로미양의 숲은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일직선으로 쭉 뻗었죠. 여늬 숲들처럼 여기저기 헝클어져 있거나 쓰잘데없이 사방팔방 우거져 있지 않아요. 그런 숲의 형태를 저희같은 변강쇠들은 ‘일자 숲’으로 부릅니다. 그런데 이 일자 숲의 소유자는 흥분이 빠르고 깊습니다. 뿐만 아니라 오르가즘 때도 타 여성들에 비해 멀티 오르가즘을 느끼죠. 내가 볼 땐 히로미양도 그런 타입 같은데 맞습니까?”“대단하시군요 정말. 아무리 노팬티라 해도 얼핏 봐선 잘 모르는데 어쩌면 그렇게 단번에 알아보죠? 그리고 참, 궁금한 게 있어요. 변강쇠가 대체 무슨 뜻이죠?”갑작스런 질문에 강쇠는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잠시 헷갈렸다.

“섹스 마니아? 아냐. 그건 부적절한 표현인 것 같군. 하여간 변강쇠는 섹스에 강한 남자를 뜻하죠. 일본에선 그런 남자를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선 옛날 옛적부터 그 방면으로 전설적인 이름을 떨치던 거근(巨根)이 있었는데, 그 양반이 바로 변강쇠지요.”“아, 그렇담 일본에서도 비슷한 분이 계셨어요. 도경(道鏡)이라는 스님인데, 물건이 워낙 거대해서, 오직 그것 하나를 밑천삼아 황후의 신임을 얻고, 천황의 자리까지 넘본 불세출의 정력가였죠. 아마도 일본 고대사에 그런 전설적인 인물은 그 스님밖에 없었을 거예요.”강쇠는 그 말에 세찬 호기심을 느꼈다. 아무리 물건이 거대해도 그것 하나만으로 천황의 자리까지 넘볼 수 있을까? 강쇠는 생각할수록 도경이라는 인물의 정체가 궁금해졌다.“히로미양. 이해가 잘 되지 않네요. 스님의 처지에 물건을 내놓고 함부로 휘두르고 다닐 수는 없을텐데, 어떻게 해서 일본 변강쇠의 대명사가 된 겁니까.”“글세요. 스님이라기보다는 괴승이 아닐까요. 실은 저도 자세히 알지는 못해요. 워낙 그 방면으로 전설적인데다, 일본 여자들은 다들 그 분을 남녀 교접의 신으로 우러러 받드니까, 저도 그정도 알 뿐이죠. 아 정말 저도 도경스님처럼 그렇게 섹스를 잘하는 남자를 만나고 싶어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