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명기 편 | 제 6 회
2005-12-07
“저어 사부님. 저도 같이 가면 안될까요?”귀여운 인상의 마사코가 생글거리며 묻자, 강쇠가 대근에게 통역을 부탁했다.“응. 마사코도 끼워달래. 좋았어. 넷이 같이 가자구.” 대근은 마사코의 벗은 몸을 상상하니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마사코가 끼워달라는 건 자신에게 마음이 있어서가 아닐까. 본시 귀여운 여자가 애교가 많고, 애교가 많은 여자가 잠자리 서비스도 좋은 법. 그래, 어디 한번 마사코의 서비스를 맘껏 즐겨볼까. 대근은 그런 생각을 하며 교오코에게 말했다.“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말이 나온 김에 당장 그 혼탕에 가자구. 교오코, 얼른 앞장 서.”교오코는 호호호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한국사람들은 성격이 급하다더니 정말 사부님도 예외가 아니네요. 제가 가려는 혼탕은 여기서 아주 멀어요. 눈의 고장 삿포로 알죠? 거기 노천 온천 중에 제가 말한 혼탕이 있다구요. 거기까지 가려면 부모님께 말씀도 드리고 준비를 해야 하니까 이번 주말에 출발하자구요. 그리고 강쇠씨. 그때까지 딴 여자 꼬셔서 신체검사 하면 안돼요. 아셨죠?”다짐을 받은 교오코는 마사코와 함께 총총걸음으로 사라졌다.
둘만 남자 대근이 강쇠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야 오강쇠. 이러고 있지 말고 우리 신주쿠로 가자. 일본 방문 기념으로 나체 쇼 구경시켜줄게.”“나체 쇼? 좋지. 그렇잖아도 일본 여자들 나체쇼가 죽여준다는 얘기 들었어. 그런데 말이야. 그거 불법 아냐?”“아냐. 일본이란 나라는 섹스 산업이 서구 뺨치게 번창하니까 나체 쇼 정도는 얼마든지 묵인하지. 거기 출연하는 여자애들도 탤런트 뺨치게 예뻐. 우리 한국 같으면 쉬쉬하며 골방같은 데서 몰래 하겠지만, 걔들은 대중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몸매를 뽐내지. 뿐만 아냐. 은밀한 부위를 이용해 벼라별 묘기를 다 펼치는데 눈요기감으론 캡이라구. 벌써 슬슬 날이 어두워지는데 출동하지.” 바깥으로 나온 강쇠와 대근은 택시를 잡아타고 신주쿠로 갔다. 거리엔 어느새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 번쩍이며 불을 밝혔고, 그 불빛 아래로 형형색색의 옷과 액세서리로 치장한 젊은 여인들이 앞다퉈 지나갔다. 그들이 스치고 간 자리엔 어김없이 진한 성의 향기가 묻어났다.
코 끝을 간질거리는 야릇한 향기에 강쇠는 자신도 모르게 정신이 아득해졌다. 강쇠가 헬렐레 쳐다보고 있는데 뒤에서 툭 쳤다.“다 왔다. 저기 저 놈들 보이지?”대근이 손짓으로 슬쩍 건물 입구에 서 있는 두 사내를 가리켰다. “음 보여. 떡대가 딱 벌어진게 조폭같아 보이는군.”“잘 봤어. 야쿠자들이야. 업소에서 고용한 놈들이지. 하지만 얌전히 굴면 먼저 시비를 걸지는 않으니까 염려마라.”가까이다가가자, 사내가 우락부락한 몸짓으로 막아섰다. 뺨에 길게 칼자국이 난 것이 영락없는 일본 깍두기들이었다. 대근이 얼른 지갑에서 돈을 꺼내 내밀자, 세어보고는 ‘이라샤이!’하고 말했다. “뭔 뜻이지?”강쇠가 묻자, 대근이 팔을 잡아끌며 대답했다.“들어가도 좋다는 뜻이야. 후딱 들어가 자리를 잡자구. 곧바로 쇼가 시작될 거야.”안으로 들어서자, 후끈 열기가 느껴졌다. 약 1백석 규모의 홀 안은 이미 손님들로 초만원이었다.
그런데도 꾸역꾸역 사람들이 밀려들었다. 대근이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제기랄 좀더 일찍 왔어야 하는 건데. 무대 바로 앞에 저 로열석에 앉으면 구석 구석 자세히 볼 수 있거든. 또 운이 좋으면 만져볼 수도 있지.”말이 떨어지자마자 팡파르가 울리며 무대 뒤에서 한 여자가 튀어나왔다. 긴 생머리에 망사 옷을 걸친 여자는 첫눈에 매우 육감적으로 비쳤다. 이어 안내 방송이 울렸다. “여러분께서 고대하시던 여대생 사요리양입니다. 나이는 19세. 1백65센티의 키에 몸무게는 48킬로, 허리사이즈 22, 젖가슴과 엉덩이는…”친절한 설명에 맞춰 사요리는 허리를 한껏 뒤틀며 교태어린 몸 동작을 취했다. 이어 은은한 배경음악이 울려퍼지자, 망사 옷을 한꺼풀 한꺼풀 벗어던졌다. 브래지어를 벗자, 멜론같이 탐스런 유방이 출렁 드러났다. 사요코는 부끄러운 듯 무대를 한바퀴 빙 돌더니 살짝 팬티에 손을 갖다댔다. 그러자 관객들이 일제히 숨을 죽였다. 어디선가 꼴깍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신호로 사요리는 팬티를 낼름 벗어 관객들을 향해 던져버렸다. 팬티가 떨어진 곳에 앞다퉈 관객들이 몰려들었다.
‘야. 안돼 저리가!’ ‘잡았다. 사요리 팬티는 내 거야!“아우성치는 소동 속에서도 강쇠는 작은 질서를 느꼈다. 그것은 마치 야구장에서 홈런볼을 서로 주우려는 풍경처럼 찰라의 스릴마저 느껴졌다. 사요리에 이어 각양각색의 여자가 나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포즈를 취했는데 그때마다 관객들은 박수를 쳤다. 이상한 것은 숨이 막힐 것 같은 야릇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질서정연하다는 것이었다. 스트립 걸들의 음탕한 몸 동작에도 불구하고 전체의 분위기가 음란하게 느껴지지 않은 것은 바로 이런 관람 태도에서 비롯되는 것 같았다. 강쇠는 그 광경이 얼른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유심히 그들의 표정을 살폈다. 관객들은 넋을 잃고 여체를 음미하며 진심으로 만족해했다.
게중엔 만족의 차원을 넘어 외경심에 가득찬 눈빛으로 여체를 우러러보는 자도 있었다. 주로 무대 바로 앞자리를 차지한 자들이었는데, 대부분 넥타이를 맨 신사들이었으며 머리가 허연 노인네까지 끼여 있었다. 한 노인은 흥이 난 스트립 걸이 다리를 벌린 채 음모를 만져봐도 좋다고 허락하자, 매우 황감한 얼굴로 ‘아리가토…’ 하며 그 부분을 어루만지는 것이었다. 어쨌거나 관찰 결과 공통점은, 관객들이 하나같이 공손하고 조용하다는 점이었다. 마침내 궁금증을 참지 못한 강쇠가 귓속말로 대근에게 물었다. “야, 쟤들 왜 저렇게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가만히 있는 거야? 한국 같았음 생난리를 칠텐데 안 그러냐?” “이런 밥통. 여기가 미아리 텍사스냐. 비록 나체 쇼이긴 해도 엄연한 공연장 아냐. 게다가 일본 사람들은 자기 때문에 판이 깨지는 걸 가장 꺼려하지. 그래서 속으로는 괴성을 지르고 맘껏 주물탕을 놓고 싶어 죽겠는데 억지로 참는 거야. 알겠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