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깡패 동원하에 야당탄합
2004-06-01
그러자 이 능구렁이 같은 노정객의 술수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인 어리석은 일부 국민들이 ‘이승만 대통령이 다시 나와야 한다’고 아우성치는가하면 이런 기회를 노린 아첨배들이 국민들을 동원하여 관제 데모가 연일 계속되고 탄원서와 호소문이 산더미처럼 쌓이게 되자 여우는 꼬리를 내밀고 국민 앞에 그 모습을 나타내었다. “근자에 들으니 경향각지는 물론이고 노동자, 농민까지 나 이승만의 3선출마를 호소하는 데모대가 길을 메우고 이로 인하야 국민들이 생업에 위험을 초래한다 하는 위구의 소리와 또 연일 날아드는 수백 수천통의 호소문과 청원서로 인하야 집무를 볼 수 없다하는 각 기관장의 호소로 부득이 대통령 불출마 선언을 번의하는 바이니, 우리 애국민은 모름지기 자기의 지장이 없도록 할 것이며….”이렇게 시작된 장황한 성명은 결국 모든 국민이 자기 아니면 나라가 망하니 다시 나와달라고 간곡히 원해서 억지로 나왔노라 하는 변명 아닌 강변으로 이루어져 있었다.이에 맞선 야당인 민주당의 공천후보자 신익희씨는 가면을 쓴 이승만 박사의 술수를 통렬히 공박하고 이번에도 이승만 박사를 뽑으면 나라가 망한다고 호소했다.
‘못살겠다. 갈아보자!’이것이 민주당 후보의 선거 구호였다. 민주당의 대통령 입후보 신익희씨는 그의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입후보 장면씨와 같이 전국을 누비며 사자후를 뿜어 대었다.신·장 후보는 경상도 지방을 기점으로 민주당 붐을 일으키면서 전라도 지방을 휘돌아 서울로 올라왔다.민주당 붐이 전국적으로 고조되고 ‘못살겠다 갈아보자!’ 하는 말이 국민들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자 당황한 자유당과 경찰은 옛날에 써먹었던 비열한 수법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소위 말해서, ‘우국 청년단’이니 ‘구국 돌격대’니 하는 깡패집단을 시켜 상대방의 선전원을 폭력으로 납치하거나 공갈을 쳐서 공포분위기를 조성했던 것이다. 그 한 예로 강원도 금화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났다.서울에서 일곱명의 민주당 선전원이 트럭을 타고 하루종일 산길을 달려 금화에 도착했다. 민주당 기반이 없는 금화에서 신익희 후보와 장면 후보를 선전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장거리 여행에 지쳐서 시장 가까운 여관에 들어가 곤히 자고 있었다.
그런데 자정이 가까운 한밤중에 정체불명의 괴한들이 여관에 찾아와 여관 주인에게 “서울서 내려온 민주당 선전원 놈들이 이 여관에 들었다지?”하고 물었다. 그러자 여관 주인은 “예 그렇긴 합니다만….”왜 그러느냐는 여관주인의 태도에 괴한들은 벌컥 화를 내었다.“몇 호실이야?”“….”여관주인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우물쭈물하자“이 새끼! 너도 한패야?”하면서 마구 주먹을 휘둘렀다.“아이구! 아이쿠쿠! 왜 이러십니까?”여관주인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자, 괴한들은 막무가내로 방마다 문을 열어제치고 살기등등한 눈을 희번득거렸다.여관에 들었던 손님들은 이 너무나도 무례한 침입에 혼비백산하여 어쩔 바를 몰라 했다.
“응, 여기 있었군!”괴한들은 구석진 방에서 곤히 자고 있는 민주당원들을 찾아내곤 희색이 만면해서 소리쳤다.“민주당 이새끼들 나와! 빨리 나오지 못하겠어?”그 중 두목인 듯한 자가 눈을 사납게 부라리며 고함을 질러댔다.“왜들 그러시오? 도대체 당신들은 누구요?”민주당 선전원 가운데서 인솔자가 나서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이 새끼, 그건 알아서 뭘 해? 어서 나오지 못하겠어?”“왜 그러시오 대체? 당신들이 누군지 그 정체나 알아야 나갈게 아니오?”서울서 온 민주당 선전원들도 만만치가 않았다. 밖에 여기저기 둘러선 괴한의 수가 대강 짐작으로 5~6명은 되는 것 같았다.“정 알고 싶다면 대주지. 우린 이곳 금화의 ‘우국청년단’ 단원들이야. 알갔어?”<다음호에 계속>